「SPACE(공간)」 2024년 11월호 (통권 684호)

프로젝트 송현동 부지
위치 서울시 송현동 48-9번지 일대
대지면적 37,117m2
부지 개장 2022~2024년
‘(가칭)이건희 기증관 건립사업 국제설계공모’ 연도 2024년
공모 대지면적 9,787m2
공모 건축면적 25,696m2
공모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1910 식산은행 사택으로 사용
광복 후 미국대사관 숙소로 사용
1997 미국대사관 숙소 이전 결정
2000 삼성생명, 국방부에게 1,400억 원에 매입, 첫 민영화, 8년 동안 개발 규제에 부딪힘
2008 대한항공, 삼성생명에게 2,900억 원에 매입
2010. 3.~2012. 6. 종로구청, 대한항공의 관광 숙박시설 허가 요청(7성급 한옥호텔 계획) 「학교보건법」 조항으로 허가 불허
2015. 8.~2017. 1. 대한항공, 문화융합 복합센터 건립사업(K-익스피어리언스) 추진, 자진 사업 철회
2019. 2.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발표
2021. 3. 31.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시, 대한항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정서 체결(LH에 송현동 부지 선매각 후 서울시 시유지와 교환)
2021. 11. 10. 문화체육관광부, 이건희 기증관(가칭) 건립부지로 송현동 부지 선정, 서울시와 업무협약
2021. 12. 22. 이건희 기증관 건립 졸속추진 반대 시민사회 단체모임, 기자회견 진행
2022. 10. 7. 송현동 부지 열린송현녹지광장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에게 2년간 임시 개방
2023. 5.~10.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일부 송현동 부지에서 개최
2023. 11.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서울시장 오세훈에게 송현광장을 기념관 건립 부지(좌측 일부)로 우선 검토 요청
2024. 7. 12. ‘(가칭)이건희 기증관 건립사업 국제설계공모’ 공고
2024. 10. 24. ‘(가칭)이건희 기증관 건립사업 국제설계공모’ 수상작 발표 예정
2027. 송현문화공원, 지하주차장, 이건희 기증관 완공 및 개장 예정

서울시가 공개한 송현동 부지 조감도 예시안 렌더링 이미지(2022) Image courtesy of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송현동 부지에는 왜 건물이 지어지는가?
이건희 기증관(가칭)이 송현동 부지에 지어지는 것이 적합한지 논하기 앞서, 송현동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적절히 이뤄졌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송현동 부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미개발 대지다. 동서로는 서촌, 경복궁, 창덕궁이, 남북으로는 북촌, 인사동이 이어지고, 주변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트선재센터 등 여러 미술관이 위치한 역사・문화 관광 축에 자리한다. 2000년 사기업의 소유가 된 후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개발 규제로 비워져 있다가 2021년 서울시가 대한항공으로부터 부지를 매입하고 8개월 만에 아이러니하게도 이건희 기증관의 건립부지로 결정됐다.
지자체는 건립부지를 두고 송현동 부지와 용산 부지를 고심했는데, 문화관광 인프라와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송현동 부지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 내렸다. 다만 이와 같은 입지분석은 이건희 기증관을 짓기에 적합한 대지로 비교 분석한 것이지, 송현동 부지에 건물을 짓는 것이 적합한지를 고려한 것은 아니다.
당시 ‘이건희 기증관 건립 졸속추진 반대 시민사회 단체모임’은 이건희 기증관을 송현동 부지에 건립하는 과정 중 시민의 참여와 개입이 결여되어 있었다는 점, 경제적 파급효과와 문화강국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에 맞춰 평가가 진행된 점 등을 꼬집었지만 유의미한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건립 결정 이후의 공모 기획 방향은 어떨까? 2024년 7월 지자체가 실시한 ‘(가칭)이건희 기증관 건립사업 국제설계공모’는 송현동 부지 전체가 아니라 이건희 기증관을 위해 구획된 대지만을 대상으로 하며 조경가를 제외한 건축가만의 참여를 요청했다. 2012년 대한항공의 한옥호텔 계획을 사실상 반대하고, 부지를 매입했던 주요 이유를 공공성과 공원화로 내걸었던 것을 감안하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건축계 내에서는 새건축사협의회가 “좋은 공공 건축을 위해서는 심사위원 사전공개가 필요하다”라는 성명서를 내며 반응했지만, 부지가 가진 비전이 아니라 심사의 공정성에 한정해 발언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건축계 내 자성적인 목소리를 내어온 단체조차 건립과 그 방향성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 판단과 행동의 역할은 고스란히 건축가 개인이 짊어지게 된다. 일례로 지난 5월 ‘노들 글로벌 예술섬 국제지명설계공모’에서도 참여 요청을 거절하며 노들섬을 현상 유지하자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명한 건축가가 있었다. 이번 공모 또한 불참여 그 자체로 지금의 상황에 반대하는 건축가가 있었을 것이다. 어떤 건축가에게는 절실한 기회인 사안 앞에서 동료로서 그들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문제는 그들의 의견이 수면 아래 자리해 결코 결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놓친 ‘공공성’과 ‘공원화’
앞선 지자체, 시민, 건축계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송현동 부지는 지자체의 개발 의지 아래 시민의 의견과 건축계의 숙고 없이 계획될 예정이다. 당초 지자체가 목표로 삼았던 ‘공공성’과 ‘공원화’가 이처럼 급히 진행되며 놓친 것은 무엇일까?
조정구(구가도시건축 대표)는 “근현대사의 우여곡절을 거쳐 어렵게 찾아낸 시민의 온전한 땅이다. 그런데 현재 추진 중인 계획을 보면, 남아 있는 공원마저도 지하주차장이나 야외전시장으로 전용돼 결국 이건희 기증관에 종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서 “인왕산에서 시작해 서촌, 경복궁, 북촌을 지나 다시 창덕궁과 낙산에 이르는 서울의 웅장한 원풍경을, 그 온전한 땅 위에서 우리 모두가 자유롭게 누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공모지침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은 일반차량 400대와 버스 50대를 수용할 예정이며, 지하에 계획될 주차장과 기증관 로비를 공공 보행통로로 연계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또한 공원 조성으로 할당된 송현문화공원 대지를 이건희 기증관의 야외전시 공간으로 꾸릴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지금의 상태로 보자면 송현문화공원은 이건희 기증관의 앞마당처럼 기능하며, 송현동 부지는 관광객, 문화인, 자동차 이용객 중심의 ‘공공’ 공간이 될 확률이 높다. 여건에 따라 공공 공간에도 다양한 시설이 필요하겠지만, 어떤 시설은 때로 장소의 정체성을 결정지어 특정 시민이 진입하기 힘든 곳으로 만들기도 한다. 더불어 커피 한 잔 값, 티켓 한 장 값과 같이 저렴한 비용이 아니라 무료일 때에만 공공 공간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공’이라고 모든 것을 품을 수는 없다. 다만, 이 말이 곧 ‘공공’이 무언가를 필연적으로 배제한다는 말과 같다는 것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 탑골공원에는 1998년 외환위기 때 노인 빈곤층이 늘어나며 남성 노인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현대백화점 신촌점 뒤 신촌공원은 2000년대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던 청소년 레즈비언들의 오프라인 모임 장소였다. 경의선 공원에는 현재 멘헤라 청소년이 모인다. 이는 우리가 그간 공공에서 누구를 배제해 왔는지 인식하게 하는 동시에 시민들에게도 장소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주체적인 힘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특정 사람에게는 급진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앞선 사례들도 동식물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협소한 사고일 수 있다. 이처럼 계층, 소수자, 젠더, 동식물 등 공공이 풀이되는 관점과 수용하는 범위는 주체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고, 공원의 역할은 대지의 맥락과 연관한다. 이 땅에, 누구/무엇을 품은 공원, 어떤 역할을 할 시설을 세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자본의 컨베이어 벨트가 바삐 돌아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란 마치 환상처럼 느껴진다.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당시 송현동 부지 전경(2023) ©Youn Yaelim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