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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계획] 개발압력 : 시민 ② 템펠호프 공원

박지윤 기자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별도표기 외)

「SPACE(공간)」 2024년 11월호 (통권 684호) 

 

Image courtesy of Wikimedia Commons / ©Matti Blume 

 

프로젝트 템펠호프 공원

위치 독일 베를린 템펠호퍼 댐 12101

대지면적 3,801,652m2

공항 완공 1923년(완공), 1941년(증축)

공원 개장 2010년~

 

Image courtesy of Tempelhof Projekt GmbH / ©Claudius Pflug 

 

1923 템펠호프 공항 완공

1941 나치 정권의 주도 아래 템펠호프 공항 증축 

2008 기능을 다해 템펠호프 공항 폐쇄 결정

2010 공원으로 시민들에게 개방

2010. 9. 베를린시, 75% 오픈스페이스로 남기고, 25%를 주거 및 상업 공간, 공공도서관으로 개발하는 마스터플랜 공모 실시

2011. 4. GROSS.MAX(조경) + 서덜랜드 허시 아키텍츠(건축)의 협업안 공모 당선

2014 시민단체 ‘100% 템펠호프 공원’의 주도 아래 템펠호프 공원 전체를 공원으로 남기자는 국민투표 실시, 과반수 동의로 가결

2024 베를린시, 템펠호프 공원 주거용도로 개발할 계획을 발표

2024 ‘100% 템펠호프 공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위한 청원서 서명 진행

2026 베를린시, 주거용도 관련 설계공모 실시 예정

 

Image courtesy of Wikimedia Commons / ©A.fiedler 

 

공모에 참여한 시민, 보존에 동의한 시민

1923년부터 터미널의 역할을 한 베를린 템펠호프 공항은 나치 정권 시대에 증축을 위해 강제징용이 이뤄졌고, 노동자 수용소 등으로 사용됐다. 이후 기능을 다해 폐쇄되었다가 2010년 공원으로 개장됐는데, 도심 내 큰 공원으로 꼽히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보다도 10만 평이나 큰 규모다. 1876년 완공된 센트럴 파크는 공원으로 계획될 당시 주택 건설이 더 적합하다는 반발에 부딪쳤다. 도심 내 크게 비워진 땅은 누군가에게는 개발하기 적합한 땅이 되고, 이러한 논리는 뉴욕, 베를린 할 것 없이 적용된다. 

템펠호프 공항 또한 개발과 보존의 이념이 꾸준히 충돌해왔다. 베를린시는 도심 내 주택 부족을 이유로 들며 공원의 75%는 오픈스페이스로 남기고, 25%를 주거 및 상업 공간, 공공도서관으로 개발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2011년 마스터플랜 국제공모를 열었고, 공모 전후로 시민 아이디어 공모, 우편 설문조사, 전시 및 토론회를 열어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당선작은 조경가와 건축가의 협업안으로 공원 대지 전체를 대상으로 했고, 주택의 자리를 대지 가장자리로 계획해 보존과 개발 압력의 충돌 사이에서 꽤 합리적인 절충안을 내놓은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이 계획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시민단체인 ‘100% 템펠호프 공원’이 템펠호프 공원 전체를 공원으로 유지하자는 국민투표를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이에 시민들의 과반수가 찬성한 것이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템펠호프 공원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포함한 다종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다. 동시에 정치색, 정체성, 계층이 다른 사람들이 이용해도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면서 시각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도심 내 유일한 장소다. 또한 그들은 주택을 건설하려는 주된 이유를 공원의 토지 가격이 도심 내 부지 중 낮은 축에 속해 투자자들의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라 꼬집었다. 토지 가격이 낮음에도 주택 임대료가 주변의 건물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측정된 점 또한 개발 목적에 의구심을 품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주민투표를 거친 지 10년이 지났다. 지자체는 다시 개발을 위해 움직이고 있고 시민단체는 이에 대응해 공원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청원서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는 이번에도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여러 창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이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시늉일 뿐이고 지자체의 계획은 이미 완성돼 있다고 비판했다. 

템펠호프 공원 전체를 공원으로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능동적인 시민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개발압력 또한 교묘하고 치밀해졌다. 현재의 템펠호프 공원은 과거 개발압력이 시민의 손 안에 75%를 계획할 수 있는 선택지를 쥐어줬을 때, 그 선택지 자체에 반기를 든 결과물이다. 애초에 제한된 선택지가 내가 가진 권리의 전부라고 착각하며 그 틀 안에서 능동적인 시민의 역할을 다했을 수도 있었을 일이다. 이 대목에서 “자본주의는 우리의 사회적 상상력을 거의 완전히 잠식했다”▼1 고 말한 마크 피셔의 말을 곱씹어본다. 

 

온갖 다양한 이벤트의 장

2014년 템펠호프 공항 마스터플랜을 위해 설립된 ‘템펠호프 프로젝트 GmbH’는 현재 역할을 축소해 노후화된 건물의 보수와 공원 운영을 담당한다. 

1.2km의 반원형 건물 내에 있는 격납고 네 개 등은 행사 용도로 사용되며 2016년부터 일부분은 시리아 난민 수용소로 쓰인다. 공원 내 기존의 활주로는 자전거, 킥보드 등의 도로로 활용되고, 때로는 포뮬러 E 자동차 경주, 연날리기와 같은 큰 이벤트가 열린다. 이처럼 공원 내 프로그램들은 가능한 한 유연하고 일시적인 이벤트로 꾸려져 있다. ‘건물을 단일한 기능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템펠호프 프로젝트 GmbH의 운영 방침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 그들은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특정 용도로만의 사용을 지양하는 듯하다.

온갖 다양한 성질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은 몇몇 계획자들에 의한 복합문화 공간으로 꾸려질 수도 있지만, 텅 빈 땅이 품을 수도 있다. 노동자 수용소가 70년가량이 지나 시리아 난민의 수용소로 기능하는 것처럼 베를린의 빈 땅은 시대와 상황에 맞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포용하는 중이다.​​ 

 

1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고양: 리시올, 2018. 

 

Image courtesy of Wikimedia Commons / ©Karlunun

월간 「SPACE(공간)」 684호(2024년 11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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