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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들, 파리에서 날마다 축제*: 메종&오브제 ‘라이징 탤런트 어워즈’

글
노성자
사진
안 에마뉘엘 티옹(별도 표기 외)
자료제공
메종&오브제(별도 표기 외)
진행
김혜린
background

「SPACE(공간)」 2025년 4월호 (통권 689호) 

 

메종&오브제 전경 

 

이우재, ‘블루’, 신문지, 혼합매체, 각 350×350×500mm, 2025​ ©Woojai Lee

 

 

지난 2025년 1월 16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메종&오브제 디자인 박람회가 진행됐다. 메종&오브제는 매해 ‘라이징 탤런트 어워즈’를 통해 특정 국가의 젊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을 조명한다. 프랑스와 초대국의 전문가로 결성된 심사위원들은 스튜디오를 개설한 지 5년 이내, 35세 미만의 젊은 작가들 중 눈에 띄는 신예를 전시 참여 작가로 선정한다. 올해 메종&오브제가 주목한 나라는 한국이다. 오늘날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을 세계와 공유하고 소통하며 축제와도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들이 메종&오브제에서 선보인 작업들을 바탕으로 프랑스의 시선으로 읽은 한국 디자인을 살펴보았다.  

 

 

 

앞의 의자 작업. 김민재, ‘​셰즈 드 둘뢰’,  전나무, 라커, 스테인, 아크릴 , 87.5×45.5×35.5cm, 2025 ©Minjae Kim 

 

 

올해의 라이징 탤런트, 한국

메종&오브제는 프랑스 장인조합(Atelier d’Arts de France)과 박람회협회(RX)가 1949년 공동으로 설립한 후 이름만 바꾼 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B2B 디자인 박람회 중 하나다. 연 2회 열리는 메종&오브제에는 150여 개국에서 약 7만 명의 디자인 관계자들이 2,500여 개의 브랜드로 5일간 참여한다. 도시의 품속에 안겨 진행되는 아트바젤이나 밀라노 디자인 위크와 다르게, 낡은 공항열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20km쯤 빠져나가야 마주할 수 있는 곳. 메종&오브제가 열리는 노르 빌팽트 박람회장에는 프랑스만의 고유한 뉘앙스가 배어 있다. 20만m2의 박람회장 공간에 빼곡히 들어선 부스 사이를 거니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하다. 화려한 치장보다는 오랫동안 뒤지고, 되짚어보며 다녀야 비로소 보석처럼 작은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 곳. 이곳에서 올해 한국의 ‘라이징 탤런트’ 일곱 팀이 선정되었다. 전례 없이 한국의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오늘,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어떤 작업을 하며, 어떤 고민들을 풀어나가고 있을까?

 

 

 

김민재 (제작: 가르세 디모프스키), ‘​미니오 스콘스’​ , 브러시드 알루미늄과 마호가니 목재, 56×16×32cm, 2024  

 

 

현재적 정체성에 대한 재탐구

이번 수상자들은 1989년 이후 출생한 작가들로 해외여행 자유화와 함께 태어난 세대다. 수상자들 모두 교육과 활동을 아울러 해외에서 폭넓은 경험을 한 것이 특징이며, 국가적인 정체성에 대한 깊은 탐구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 김민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종의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정체성의 위기)를 겪은, 완전히 서구화된 한국에서 태어난 세대”로 “한국성을 잊고 살았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야 이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세대”이다. 30년 전만 해도 한국 디자인계가 외국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들여오거나, 서양의 코드를 유사하게 반복하는 것에서 멈춰 있었다면, 오늘날 한국 디자인은 “자기의 혼과 성격을 되찾듯, 한국적 정체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 근본적인 뿌리와 관계를 회복하는 한편, 현대성에 돌진하고 있다” (방생 그레그와, 라이징 탤런트 어워즈 심사위원)

 

 

 

구오듀오, ‘비노 체어’, 클라이언트: 위키노, 너도밤나무, 도색 마감, 392×446×783mm, 2024 ©KUO DUO 

 

 

작가 이우재의 전시작 ‘블루(Bleu)’(2025) 시리즈는 파란색과 회색으로 은은히 빛나는, 손수 빚어낸 정적인 직사각형과 원형 조형물과 기둥이다. 작가는 신문지를 수거하고, 물에 불려 펄프에 염색을 한 후 원하는 틀에 형태를 굳히거나 나무 프레임에 입혔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파란색’은 오늘날 사랑받는 색 중 하나이지만, 과거 유럽에서는 파란색을 표현하는 별도의 단어가 없었을 만큼 문화적으로 정의되지 않았었다. 작가는 파란색에 얽힌 역사를 작가 자신과 과소평가되는 신문지라는 재료의 지향점으로 빗대어 표현했다. 한국, 뉴질랜드, 유럽에서 각각 십 년씩 거주한 작가는 활동 초기 끊임없이 한국인으로서의 소속감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왔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외국인들의 인식 속에 있는 동양적 작업을 탈피하기 위해 한지가 아닌, 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고 쉽게 소비되는 신문지로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그의 작업은 국내외로부터 정적이고 정제된 한국스러운 멋이 묻어난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에는 한국의 도시에서 발견한 한옥의 기둥들, 고층 아파트 숲이 드리우는 그림자, 이와 함께 절묘하게 섞여 있는 자연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으로 이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구오듀오, ‘릴 행거’, 클라이언트: 위키노,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400×91×230mm, 2023 ©KUO DUO​

 

 

작가 김민재의 전시작은 팬데믹 이후 뉴욕의 떠오르는 가구 디자이너로서 인지도를 얻게 되면서 지난 5년간 축적한 작업들의 사진인 ‘체어스(Chairs)’(2023)와 홀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셰즈 드 둘뢰(Chaise de Douleur, 고통의 의자)’(2025)로 대표된다. 스산한 소식들이 세계 뉴스를 휩쓴 지난 4년, 작가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구심과 세상에 대한 염원을 소탈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가 직접 깎고 레진을 입혀 재치 있게 의인화한 의자와 가구들은 “교과서에서만 나오던 전통문화”도 아니고, “서양인이 생각하는 동양”도 아닌 등굣길에 정동 골목들을 지나치던 작가의 유년기와 같은 과거의 기억들을 자양분으로 한다. 양반의 갓을 쓴 듯한 ‘헬멧 램프’(2022), 용의 날개살이 떠오르는 ‘배트체어’(2023), 키가 너무 작아 단에 올라탄 ‘라차파리타(La Chaparrita, 작은 여자)’(2018) 등 동시대적 표현주의와 아방가르드적인 틀 속에서 전통과 재래식 문화에 대한 향수를 짙게 드리운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이스워크숍(오현석, 유상명), ‘알루미늄 스크랩 시리즈’, 협력: 포맷, 알루미늄 스크랩, 레진, 가변크기, 2025 ©Kim Jinseob / Image courtesy of NICEWORKSHOP 

 

나이스워크숍(오현석, 유상명), ‘알루미늄 거푸집 시리즈’, 협력: 포맷, 구재 및 신재 알루미늄 거푸집, 육각 볼트, 너트, 가변크기, 2024 ©Kim Jinseob / Image courtesy of NICEWORKSHOP 

 

 

혼종적인 도시의 산물 

해외에서 한국 디자인에 주목한 또 하나의 특성은 속도와 역동성이다. 빠른 템포 안에서 시장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활발하게 작업들이 생산된다. 매일같이 협업의 기회들이 열리며, 빠르게 소비된다. 외부의 시선에서 한국 디자인의 창조적 활력은 “한국 산업의 힘과 기술력의 성장, 그리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소프트 파워가 바탕”이다.(프랑크 미요, 라이징 탤런트 어워즈 디렉터) 하지만 오늘날 보이는 특유의 역동성은 단순히 경제적 성장의 결실이 아닌, “조선시대의 궁궐, 전후 급격한 산업화의 거친 생산 환경들, 급속한 성장을 대변하는 미래적인 고층 건물까지. 서로 다른 문화와 시간들이 충돌하면서 혼종성이 만들어지는, 특이하고 역동적인 생산하는 도시”(장영신, 라이징 탤런트 어워즈 심사위원)에서 기인한 것이다. 북촌 한옥의 레지던시와 한 걸음 밖 광화문의 고층 빌딩들, 그리고 1970~ 1980년대를 품고 있는 을지로의 레트로한 술집 등 한국의 도시와 공간 문화는 역동적인 디자인의 촉발제가 된다.   

디자인 듀오 구오듀오(공동대표 이화찬, 맹유민)는 ‘비노 체어(VINO Chair)’(2024)와 ‘릴 행거(REEL HANGER)’(2023) 등을 통해 그들만의 조형 언어로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해외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들은 특정 재료에 국한되지 않고, 기존에 사용되지 않았던 방식을 활용했다. 겉으로 봤을 때는 말랑한 세라믹 같아 보이는 움직이는 곡선들은 알루미늄을 주물로 굳힌 후 표면을 가공한 것이다. ‘비노’ 컬렉션의 너도밤나무의 산뜻한 톤을 가진 식탁과 의자는 3축 CNC가공을 통해 인체가 맞닿는 면의 부드러운 표면과 편안한 착석감을 만들어낸다. 두 디자이너의 소재, 형태, 기법에 대한 색다른 시도는 크고 작은 업체와 기관들이 촘촘하게 공존하는 도시의 생산생태계에서 극대화된다. 실험적인 작업을 위해 을지로의 소규모 제작소에서 나무, 금속, 종이, 고무와 같은 다양한 산업 재료로 빠르게 프로토타이핑을 했다. 또 전문 지식이 필요할 때는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와 많은 소통을 거쳐 깊게 협업했다.

디자인 스튜디오 나이스워크숍(공동대표 오현석, 유상명)은 속도전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한국의 도시로부터 산업적 소재를 차용했다. 전시에 선보인 ‘알루미늄 거푸집 시리즈’(2024)의 테이블과 벤치 작업은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몰딩을 위해 사용되는 알루미늄 거푸집을 육각볼트와 너트로 결합해 최소한의 가공을 입힌 결과물이다. 시리즈 중 일부인 ‘에이지드 폼 라인(aged form line)’(2024) 가구들은 남아 있는 콘크리트 잔재에 대한 반복적인 ‘쇼트블라스트(shot blast)’ 공정의 흔적들이 파티나로 배어 있다. 실내건축과를 졸업한 두 디자이너는 아틀리에에서 일하며, 시장의 논리에 따라 속도전으로 치러지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의 시공 감리를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규모의 폐기물, 건축자재들에 주목해 이런 자재들을 활용해 가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건축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거푸집을 전국적으로 생산, 보수, 대여하는 업사이클링 기업 ‘포맷’과 협업했다. 주로 저층 건물에 합판 거푸집을 사용하는 유럽에서도 이러한 작업은 생소하고 이색적인 재료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작가 이시산의 ‘무위(無爲)’(2019~현재) 시리즈는 극도로 인공적인 도시환경과 본연의 자연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형과 조화에 주목한다. 작가가 직접 채집하고 선택한 세월의 흔적이 묻은 돌이 중심이 된다. 이후 돌을 주물로 복제하고, 철이나 알루미늄, 유리판을 더해 형태와 기능을 더한다. 이 과정에서 표준화된 규격은 자연의 규격으로 치환된다. 숲속에서 마주치면 기대어 쉬고 싶을 듯한 ‘네오-프리미티브(Neo-Primitive)’(2025~현재) 시리즈의 스툴과 의자들은 채집한 나뭇가지들을 차가운 알루미늄의 물성으로 재현해 원시적이면서도 미래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디자인 스튜디오도 운영 중인 이시산은 현업에서 여러 공간을 작업하며 평소에 쓰지 않는 재료나 마감 도료, 목공, 금속 도장의 과정을 더 심도 있게 이해하게 되면서 발견, 탐구, 상상의 기회가 늘어났다고 한다. 초기의 작업은 도시의 표준화된 규격을 자연발생적인 규격으로 치환했다면, 최근 작업에서는 산업 공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자세를 취하고자 한다. 

 

 

 

인영혜, ‘프리다’, 벨벳, 솜, 손바느질, 20×50×40cm, 2024 

 

인영혜, ‘반사 VI’, 벨벳, 솜(속), 손바느질, 67×20cm, 2024 ©Roh Kyung / Image courtesy of In Younghye 

 

 

수행의 흔적이 담긴 수공예

프랑스는 예술과 공예에 대한 법적인 체계를 최초로 확립한 국가다. 자잘하게 나열된 281개 조항은 재료의 변형, 특정 기술, 제작공방의 흔적 등을 거론하며, 예술 공예가들의 전문 영역을 규명한다. 달리 말하면, 디자이너, 공예가 (또는 장인), 예술가의 역할이 분명히 구별된다. 이에 반해, 외국에서 본 한국 디자인은 이 경계가 모호하다. “활발하게 계승되는 수공예와 노하우, 그리고 예술과 디자인 사이에 발생하는 실천적인 자세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프랑크 미요) 이러한 실천적 자세는 어디서 왔을까? 심사위원 장영신은, 한국 미학이 작업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내부와 외부의 세계의 상호작용 안에서 개인이 작업을 수행하고 깨닫는 과정을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내면의 정서와 깨달음이 화폭에 붓이 닿는 순간부터가 아닌, 먹을 가는 순간인 ‘수행의 시간’부터 시작된다.

작가 인영혜는 손으로 직접 꿰맨 주머니들이 멍울멍울 맺힌 조형물들을 전시 부스 곳곳에 설치해 방문객이 자유롭게 만져보고 안겨볼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을 구성했다. 재봉 드로잉 ‘아 그게…(Walk on Eggshells)’(2021)에 등장하는 소심하게 눈을 치켜뜨며 눈치 보는 캐릭터는 사회 속 여러 사람과 관계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느낀 불안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일기를 눌러쓰듯 재봉틀로 같은 선을 수없이 그리며 오간 흔적들이 담긴 작업이다. 또 ‘반사’(2024)와 ‘왜곡’(2024)을 통해 작가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직접 옷을 지어주던 모습, 반짇고리를 들여다보며 양말을 꿰매던 기억, 부모님이 운영하던 가구점의 싱크대에 들어가 놀던 따듯한 추억들을 담아냈다. 이 작품들은 또한 작가가 졸업 후 ‘무방비’ 상태로 차가운 세상에 내던져지면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사물’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대변한다. 옷의 내피처럼 부드러운 벨벳, 벨보아 원단을 손수 꿰맨 조형물은 작가의 경험들로 재탄생한다. 

작가 정다혜는 말총공예로 짜여진 가볍고, 빛이 투과되는 3차원 오브제들로 미니멀하면서도 담백한 매력을 과시한다. 말총공예는 조선시대에 양반이 하루의 일과를 망건, 탕건과 갓으로 몸과 마음을 정비하는 유교적 전통과 가치에 기반해 발전했다. 조선시대에는 다양한 무늬들의 말총공예가 번창했는데, 조선 후기 획일화의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무늬들은 역사 속에서 잊혀져갔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많은 무늬들이 상실된 상태다. 정다혜는 사라졌던 무늬들을 직접 복원하거나, 모던한 느낌의 기하학적인 무늬를 개발해 ‘초승달’(2023), ‘세 갈래의 꽃’(2024), ‘다이아몬드’(2024)와 같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업을 선보인다. 주된 말총 생산지였던 제주도 출신의 작가는 말총의 촘촘한 짜임 속에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성실히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는다.

 

 

 

이시산, ‘무위 無爲_선반 01’, 스테인리스스틸, 돌, 110×35×150cm, 2021 ©Lee Sisan 

 

이시산, ‘무위 無爲_벽 오브제 08’, 스테인리스스틸, 돌, 60×26×60cm, 2024 

 

이시산, ‘무위(無爲)’ 시리즈, 스테인리스스틸, 돌, 가변 크기, 2019~2021 ©Lee Sisan 

 

 

젊은 작가들의 ‘날마다 축제’

한국 음식, 드라마, K-POP을 넘어, 2024년에는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건축가 조민석의 서펜타인 파빌리온 설계 등 한국 예술이 대중문화만큼 세계적인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메종&오브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전에는 한류에 편승하고 있지 않던 여러 글로벌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각종 국제 디자인 이벤트 및 시상식 참여, 소셜미디어 활용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묵묵히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해왔다는 것이다. 1990년대 한국 작가의 수출보다 해외 디자이너의 수입이 우선시되었던 때나 2000년대 한국 작가의 해외 수상 소식이 뉴스거리가 되었을 때와 비교해보면 비약할 만한 성장이다. 오늘날 해외에서의 한국 디자인은 아직 정확히 판독 가능하지는 않지만 섬세하면서도 실험적인,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고유의 멋을 갖춘 장르로 소문이 나고 있다. 올해 한국 선정 이유에 대해 행사 주최자들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또 참여 작가는 “지금처럼 한국인으로 해외에서 활동하기 좋은 적이 없었다”고도 한다. 작가라는 대제목 아래 예술가, 디자이너, 장인의 경계가 허물어진 오늘날 한국의 디자인은 자연적 재료와 인간미에 기반한 진정성과 속도를 자랑하는 초현실적 도시의 미래상을 오가며 발전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한국의 디자인, 예술계는 ‘날마다 축제’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 헤밍웨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Paris is a moveable feast)』(1964)에서 따옴​

 

 

 

정다혜, ‘스무들리 라운디드’, 갈색 말총, 55×66×17cm, 2024

 

정다혜, ‘성실의 시간’, 검은 말총, 31.5×29×24cm, 2025 

 

정다혜, ‘세 갈래의 꽃', 검은 말총, 24×24×22.5cm, 2024 

 

 

 

 

월간 「SPACE(공간)」 689호(2025년 04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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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자
노성자는 건축・도시 전문 번역가다. 「SPACE(공간)」 기자를 거쳐, 프랑스에 거주하며 KBS 파리지국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현재는 콘텐츠 자문 회사 곳간(The Repository)을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학사를, 파리 도시계획학교(Ecole d’Urbanisme de Paris)에서 도시계획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글, 전시,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현대인과 사회기반시설이 맞닿는 접점과 그 이면에 있는 기술 사회학적인 조건을 탐구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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