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덧대기 건축1, 삶과 기억의 공간을 품다
중소도시의 여러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인 ‘덧대기 건축’. SPACE 학생기자가 그 현장을 직접 찾았다.
경주, 순천, 제천 세 도시에서 덧대기 건축의
다양한 사례를 모으고 특징을 분류한다. 흔히 불법증축으로 알려진 덧대기 건축의 새로운 의미를 고찰하고 중소도시의 풍경에 독특한 서사를 불어넣는 요소로 다시 인식하고자 한다.
글 19기 SPACE 학생기자 김유신, 서정민, 어주희, 정지현, 주하영
1 덧대기 건축이란 기존 건축물에 새로운 공간을 추가하거나
구조를 확장하는 건축적 행위로, 개발압력이 낮은 중소도시에서 만연한 현상이다. 건물이 노후화되더라도 철거와 신축의 과정이 진행되기보다, 덧대기를
통해 기능을 보완하는 식으로 건물의 생명을 연장한다(「SPACE(공간)」 683호 참고).
프롤로그: 비 내린 날의 작은 지붕, 덧대기 건축의 시작

덧대기 건축 모습
덧대기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 이상의 이야기다. 사람들의 일상과 기억이 스며든 흔적으로서 도시의 풍경을 새롭게 그려낸다. 경주 동방동 한옥지구의 골목에서는 옥상에 덧댄 작은 지붕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한옥의 건축 양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간이 흐르며 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이 확장된 모습이다. 이곳에서 한 주민은 “처음에는 비를 피하려고 만든 거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가족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 되었죠”라고 말했다. 15년 전 부부는 장마철 비를 피하기 위해 작은 지붕을 지었다. 이웃의 도움을 받아 나무 기둥과 남은 기와로 일주일 만에 완성된 지붕은 처음에는 단순히 실용적 용도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웃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가족이 추억을 쌓는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개인의 필요에서 시작된 작은 구조물이지만 결국 기억과 시간을 품는 공간으로 확장되어 보다 큰 서사적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덧대기 건축은 물리적 확장을 넘어 개인의 일상과 도시의 역사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덧대기 건축은 수도권보다 중소도시에서 쉽게 발견된다. 수도권의 도시 개발은 「건축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하에서 철저한 계획과 규제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엄격한 규제의 테두리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는 중소도시에서는 개별 주민의 필요에 의한 유기적 확장이 보다 일반적으로 일어난다. 예컨대 2022년 전라남도 도시개발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순천시에서 이루어진 주택 증축 사례 중 약 35%는 정식 허가 없이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비좁은 가게에 새로 지어진 작은 창고, 가족이 늘어나며 확장된 방 한 칸, 오래된 지붕 위에 올린 작은 다락방까지. 덧대기로 만들어진 이러한 공간들은 규격화된 도시 환경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덧대진 공간은 실질적인 생활 방편이자 그 자체로 인간의 필요와 욕망의 흔적이기에 중소도시의 독특한 도시적 매력을 형성하는 요소가 된다. 중소도시의 덧대기 건축은 도시화의 압박과 경제적 제약 속에서 개인의 필요와 창의성이 공존한 결과물이다. 덧대기 건축을 단순히 경제적 제약에서 비롯된 결과물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이어 붙이며 개인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적 서사’로 바라보고자 하는 이유다.
우리는 경상북도 경주, 전라남도 순천, 충청북도 제천을 답사하고 덧대기 건축의 사진을 수집했다. 그리고 각각의 덧대기가 만들어진 이유와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파악해 그 용도에 따라 공간 확장, 도시 경관, 지붕 방수, 차양, 창고, 태양광 발전, 기타로
유형을 분류했다.
공간 확장: 삶의 흐름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공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각자의 삶의 양식에 따라 공간을 변화시킨다. 건물이 처음 설계되고 시공될 당시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점차 불편함으로 느껴지거나 새로운 기능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있다. 덧대기 건축은 건물의 노후화로 인한 필요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추가하는 행위를 넘어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기억을 담아내는 과정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건물은 그만의 독특한 역사를 담은 장소로 변모하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공간 확장은 실내 공간을 넓히는 역할뿐 아니라 외부 공간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기능적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옥상을 활용해 친환경 공간을 조성하거나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장소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혹은 좁은 도심 속에서 수직적 확장을 통해 거주 공간을 늘리는 방편이 되기도 한다.

왼쪽부터 경주, 순천, 제천의 덧대기(©어주희, 정지현, 김유신)
도시 경관: 역사와 문화를 고려한 덧대기의 미학
경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 문화 도시로, 그 경관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요구와 함께 기존 구조물에 새로운 공간을 추가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경주에는 법적으로 기와지붕을 사용해야 하는 규제가 있어, 덧대기 건축이 도시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덧대기 건축이 도시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사례들이다. 가령 전통 한옥의 마당에 덧붙여진 유리 구조물이 옛 공간의 아늑함과 현대적인 채광 효과를 동시에 제공하거나 기와지붕 아래에 현대적 실내 공간을 창조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여준다. 도시 경관에서 덧대기 건축은 도시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주의 덧대기(©어주희)
지붕 방수: 평지붕 위 박공지붕의 지혜
네모난 콘크리트 덩어리 위에 어색하게
얹혀 있는 박공지붕. 이질적 형태지만 마을 거리에서 자주 보았기 때문일까. 그 존재가 더 이상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예로부터 박공지붕은
비와 눈, 강한 햇빛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주며 삶의 현장에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생활 친화적’ 지붕이었다. 하지만 모더니즘 건축에 기반한 평지붕의 등장으로 기와로 된 박공지붕은 점차 콘크리트 평지붕으로 바뀌어 갔고, 다채로웠던 도시 풍경은 하나의 단조로운 지평선으로 변화해갔다.
하지만 평평한 지붕은 누수, 차양, 단열처럼 거주의 질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서 성능이 비교적 떨어졌다. 주거 환경을 개선하길 원했지만 지붕을 교체할 수는 없던 상황에서 사람들이 선택한 방안이 바로 덧대기 건축이다. 평지붕 위에 덧대진 박공지붕은 평지붕이 지니던 차양과 방수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높이 띄워 올려진 박공지붕은 평지붕이 가지던 옥상정원의 개념을 유지한 채 존재한다. 가장 옛것으로 돌아가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자 했던 거주민의 지혜가 엿보인다.

왼쪽부터 경주, 순천, 제천의 덧대기(©어주희, 정지현, 김유신)
창고: 긴 주택의 역사가 담긴 공간
중소도시의 특징 중 하나는 노후 주택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덧대기 건축은 기존 건축물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천의 사례처럼, 창고 덧대기는 주로 슬레이트 패널, 폴리카보네이트, 샌드위치 패널 등 저렴하고 간단한 자재를 활용해 이루어진다. 이 재료들은 시공이 용이할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쉽게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생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덧대기로 만들어진 공간들은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 이상의 역할을 한다. 제천에서 만난 한 주민은 덧대기 건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묻는 질문에 ‘이웃 주민들과 손자들이 함께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덧대기 건축이 지역 공동체의 협력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부에서 보면 단순한 철제 구조물처럼 보이는 공간도, 그 안에는 이웃 간의 협력과 공동체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처럼 덧대기 건축은 단순히 공간의 부족을 해결하려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주민들의 필요와 애정이 담긴 결과물이다. 마당 공간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덧대기 건축은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제천의 한 주택에서 처마와 담장을 연결해 마당을 덮는 지붕을 만들고, 폴리카보네이트로 벽을 구성해 창고 공간을 확장한 모습은 이러한 필요와 애정을 잘 보여준다. 또 다른 사례로는 샌드위치 패널을 활용해 건물 옥상에 추가 공간을 조성해 창고로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공간들은 부족한 주거 공간을 보완하고 일상생활의 편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외관상 단조롭고 임시적인 구조물처럼 보일 수 있는 덧대기 건축 속에는 중소도시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노후한 건축물 속에서도 자신들의 필요를 해결하고 가족과 공동체의 기억을 보존하며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던 노력이 엿보인다.

제천의 덧대기(©김유신)
태양광 발전: 여러 겹의 지붕이 만드는 독특한 풍경
태양광 발전을 위한 지붕 덧대기는 중소도시 주민들이 환경적 요구와 경제적 필요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 중 하나다. 태양광 설비가 많이 설치된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중소도시는 풍부한 일조량과 비교적 저렴한 토지 비용을 바탕으로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자연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단독주택뿐 아니라 공공시설, 상업용 건물에도 태양광 설비를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은 태양광 설비 보급을 가속화했으며 주민들이 설치 비용의 부담을 덜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다. 태양광 설비는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생활 공간의 다목적성을 확장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태양광 패널 아래 공간은 작업 공간이나 쉼터로 활용되며, 여름철 열기를 줄이고 비를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정읍의 사례에서는 지붕 위에 또 다른 지붕을 덧대어 그늘막으로 활용하고, 농작물을 말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덧대어진 태양광 설비는 기존 지붕선에 다채로운 변화를 더하며, 중소도시 풍경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한다. 특히 이미 방수 등을 위해 덧대기를 한 지붕 위에 추가로 태양광 구조물을 덧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여러 겹의 지붕을 가진 독특한 도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주민들에게 태양광 설비는 단순히 외부의 지원을 받는 기술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선택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종종 부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덧대기 건축은 주민들이 마주한 현실적 요구에 대한 창의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다. 이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일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로, 외형적 단순함과는 달리 다양한 주민들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정읍(왼쪽), 제천(오른쪽)의 덧대기 (©김유신)
삶과 도시를 연결하는 덧대기 건축
덧대기 건축은 단순히 규정 위반이나 조잡한 확장으로 간주되며 부정적으로 인식되곤 한다. 철거 대상이나 미관을 해치는 요소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은 덧대기 건축이 담고 있는 인간적 이야기와 기억의 깊이를 간과한다. 개인의 필요를 출발점으로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도시 경관과 맞닿으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덧대기 건축의 가치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덧대기 건축의 시간적, 공간적 변화를 관찰하며 우리는 도시의 변천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삶의 흔적과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덧대기 건축을 무질서한 확장이 아닌, 현시대의 또 다른 풍경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에필로그: 사진으로 보는 덧대기 건축

▲ 덧대기
유형: 공간 확장 (©어주희, 정지현, 김유신)
▲ 덧대기 유형: 도시 경관 (©어주희)

▲ 덧대기
유형: 지붕 방수 (©어주희, 정지현, 김유신)
▲ 덧대기 유형: 차양 (©어주희, 정지현, 김유신)
▲ 덧대기 유형: 창고 (©어주희, 정지현, 김유신)
▲ 덧대기 유형: 태양광 발전 (©어주희, 정지현, 김유신)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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