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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에 걸친 삶의 공간: 다랑쉬 | 다랑쉬 건축사사무소

글
현승훈
사진
다랑쉬 건축사사무소
자료제공
다랑쉬 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기자

「SPACE(공간)」 2025년 2월호 (통권 687호) 

 

 

가족의 애환이 녹아든 기존 건물 두 채 사이, 어릴 적 뛰놀던 마당 틈새로 새로운 건물이 앉아 서로를 관통한 시간이 차곡차곡 모인다. 집 속의 집은 돌아가신 할머니의 기억을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자까지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건축가인 아들은 2018년, 가족의 품에서 다섯 살까지 지냈던 초가 사이에 기둥을 놓고, 콘크리트 지붕과 유리로 할머니가 지은 안거리▼1를 감싸안았다.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버려지는 쑥대낭 피죽▼2을 받아와 거푸집으로 활용하며 지붕을 만들었다. 두꺼운 지붕 아래 서쪽과 북쪽 면은 안거리의 외벽을 그대로 드러내며, 목재 서까래와 캔틸레버 슬래브 사이에 유리를 달아 내었다. 지난 80년의 세월을 하나의 시간대로 이해하며 구성한 서측 입면은 남쪽으로 연장되면서 올레▼3와 곡면으로 만난다. 기초를 구성할 때 땅을 파면서 나온 현무암을 활용하여 마치 기존 외벽과 하나된 듯 돌담을 쌓았다. 그 위로는 거친 콘크리트 지붕이 유리를 사이에 두고 떠 있다. 남측으로는 옛 흔적이 남아 있는 골목길과 동측으로는 기존 시멘트블록 담장의 선형을 토대로, 현재의 부지 상황에 맞게 수평으로 증축되었다. 남쪽으로 이어 쌓은 돌담이 끝나는 곳에서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기나긴 세월을 응축한 입면이 안거리의 여러 흔적으로 뻗어나가 입체감을 형성한다.

 

 

안거리는 1945년 가을, 20대였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해방의 자유를 등에 업고 비행장에서 나무를 직접 짊어와 뼈대를 올린 것이다. 일제의 잔재일 법한 곧은 제재목으로 만든 주요 구조부와 함께, 자연 재료를 최소한으로 가공하며 만들었을 구불구불한 서까래와 돌담 외벽을 보고 있으면, 서로 다름의 공존이 만들어내는 상보적 관계가 떠오른다. 시대 흐름에 반응하며 건축물이 변화해가는 모습, 긴 시간 동안 쌓인 가족의 흔적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통해 관계의 깊이와 밀도는 더해진다. 아버지는 1984년 결혼을 준비하며 할머니가 지은 옛집을 고쳤다. 내부에 시멘트블록으로 세대를 분리하는 칸막이벽을 만들고, 두 가족의 출입구를 따로 두며 한 집 안에서 분가를 이루었다. 구들장을 데우던 아궁이 대신 보일러를 들였고, 기존 돌담 외벽에 기대어 블록을 쌓아 바꾼 창틀과 창문으로 단열 문제를 보완했다. 현재 남아 있는 나무 기둥과 보의 배열, 돌벽과 시멘트블록 칸막이벽, 유리로 덮인 대나무와 촐▼4을 엮어 만든 흙벽을 통해 과거 네 칸 집의 공간구성 변화와 구축 방식의 병치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한 세월 속 검게 그을리고 좀먹은 서까래 너머, 거친 지붕 슬래브를 따라 긴 창밖으로 밖거리▼5의 지붕이 보인다. 밖거리는 안거리와 비슷한 규모로 1945년에 함께 지어졌다. 1970년대 초까지 고모네 가족이 거주했지만, 가정사로 인해 타인의 소유로 넘겨지며 마당 가운데에 블록 담장이 세워졌다. 이는 현재 다랑쉬(2018, 2024~)의 영역과 형태를 결정짓는 역사적 근거가 된다. 당시 새마을운동 사업▼6으로 인해 초가지붕의 새▼7는 슬레이트로 개량됐고 그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반대편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1991년 봄에 지은 블록집이 보이며, 그 사이 마당에서 오래전 할머니께서 심었던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다홍빛으로 물들어간다. 바람이 불면 서향 볕은 감나무와 서까래 사이로 깊숙이 내려앉아 일렁이며 내-외부는 하나가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블록집은 할머니가 지은 집에 이웃하여 또 한 번의 분가를 위해 지어진 것이다. 목재 트러스 기와지붕을 시멘트블록 벽과 콘크리트 테두리보가 떠받치는 기술로 목수가 만든 양옥이었다. 거실과 부엌, 화장실, 그리고 세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세 자녀의 어린 시절을 보듬어준 따뜻한 거처가 되었다. 지어진 이후로 27년을 유지해오던 공간구성은 2018년 작업실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일부 변형되고, 2024년 아들이 결혼을 준비하며 재구성된다. 아버지의 집에서 철거된 창문들은 할머니 집으로 옮겨져 테이블로 재활용되고, 시멘트블록과 기와는 외부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할머니 집 서까래 위에 있었던 나무판자들은 블록집 기와지붕을 걷어내며 드러난 트러스 위로 옮겨져 천창의 차양 역할을 한다. 2024년에 시작하게 된 작업은 시멘트블록으로 만든 건물이 지닌 단열과 방수의 문제를 인정하며, 기존 외벽 안쪽에 새로운 외피를 덧대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지붕의 목조 트러스는 철제 기둥과 보로 안정적으로 받치면서 넓은 내부 공간을 만든다. 내부는 미세기 문들로 공간을 분리 및 통합할 수 있게 하여 가족 구성원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2025년, 이곳에서 새로운 세대와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이 궁금해진다.

어떠한 연유로 이 공간에 다랑쉬▼8라는 이름을 가져오게 되었을까? 어느 순간 내게 다가온 이 말은, 우리네 삶의 여정 속에서 ‘자연’과 ‘시간’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은 작업의 방향성과 공명한 듯하다. 4대에 걸쳐 다랑쉬라는 장소가 변화하는 과정 속 앞으로의 건축 작업이 시간을 재료로 하여 우리의 삶, 자연과 어우러지길 소망한다.

 

1   안채의 제주어

2   제주 삼나무 겉껍질

3   큰 길에서 집까지 이르는 좁은 골목의 제주어

4   풀의 제주어

5   바깥채의 제주어

6   1970년부터 시작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 운동으로 제주에서는 지붕개량 사업이 이뤄졌다.

7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띠를 일컫는 제주어

8   제주도 동쪽, 구좌읍에 자리 잡은 오름​

 

 

초읽기작 건축가 연보


현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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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 3. 제주 용담 출생, 조부모님이 지은 돌집에서 생활

1991. 4. 부모님이 지은 블록집으로 이사

1997. 1. 신제주 아파트로 이사

2003. 3. 서울 유학

2014. 8. 미국 유학

2015. 2. 인도 답사 및 지역 보존에 관한 스튜디오 작업

2015. 10. 페루 답사 및 지역 보존에 관한 스튜디오 작업

2017. 1. 제주 귀향 및 다랑쉬 작업

2019. 1. 제주 장전리 프로젝트 진행

2020. 1. 제주 공공건축가 활동

2020. 3.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강사 임용

2020. 3. 다랑쉬 건축사사무소 개소

2022. 9. 산짓물공원 공중화장실 작업

2022. 11. 서울 홍은동 주택 증축 작업

2023. 4. 제주 용담 지역을 기반으로 도시재생 프로젝트 진행

2024. 6. 제주시 용담1동 도시재생 아카이브 시리즈 『도시건축 아카이브』 집필 

 

월간 「SPACE(공간)」 687호(2025년 0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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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훈
현승훈은 제주에서 나고 자라, 서울과 미국에서 공부했다. 유학 중 인도와 페루에서의 지역 보존에 관한 스튜디오 작업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에 돌아와 용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다랑쉬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제주특별자치도 공공건축가, 제주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강의를 겸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다랑쉬, 산짓물공원 공중화장실, 홍은동 주택 증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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