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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OGUE] 오프(off)된 방식들

사진
다랑쉬 건축사사무소
자료제공
다랑쉬 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기자

「SPACE(공간)」 2025년 2월호 (통권 687호) 

 

다랑쉬(2018) 시공 사진

 


​현승훈 다랑쉬 건축사사무소 대표 × 손종남 오피스툴 대표

 

​오프-완결성

손종남(손): 다랑쉬(2018, 2024~)의 안거리는 의도적으로 남긴 기존의 서까래를 모던한 디자인으로 감싼 형태다. 집 속의 집과 같은 느낌인데 카페로 준공(2018)되고 처음 방문했을 때는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소주의적이고, 부재주의적이고, 비완결적인 측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지붕의 질감이 두드러진다든지, 문을 테이블로 사용한다든지 각 요소가 나름의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소주의적이다. 그러면서도 구축 방식이 결과물에 드러난다는 점에서 부재주의적이고 공사를 마무리한 것 같지 않은, 마감에 신경을 기울이지 않은 듯한 상태로 결과물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비완결적이다. 리노베이션이라는 작업 특성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지만 신축인 산짓물공원 공중화장실(2022)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읽혔다. 이러한 결과물들은 의도된 것인가 혹은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인가? 

 

현승훈(현): 의도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의 작업은 초기에 그린 도면에 천착하지 않고 공사 과정 속 대화를 통해 순간순간 대응한 것들의 총합에 가깝다. 공간의 큰 틀은 초기 도면에서 많이 달라지지 않지만 재료와 재료가 만나는 방식과 같은 디테일은 공사 상황에 따라 변경되고, 이러한 변화에 따라 다른 부분의 디테일 또한 연쇄적으로 반응하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찾아나간다. 하나의 요소에 장인 정신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요소 간의 조합과 균형을 상상하며 작업한다. 

 

손: 스페인의 엔릭 미라예스, 안토니 가우디가 떠오른다. 특히 작업 방식은 가우디와 닮아 있는 듯하다. 전체를 아우르는 스케치는 있지만 작업 과정 중에 마감의 곡률이나 높이를 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구축하는 과정에서는 시공 방식뿐 아니라 건축주 혹은 발주처, 시공자의 의견 및 제약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현승훈 또한 이러한 상황의 수용을 하나의 작업 방식으로 삼았다. 다만, 결과물의 완결성 측면에서 가우디와 현승훈은 구분된다. 가우디는 근대주의적이기 때문에 완결성을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완성된 공간에 대해 말하자면, 미라예스 또한 가우디처럼 수공예적이지만 실내와 실외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열린 공간을 만들고 집 속의 집처럼 공간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현승훈과 닮았다. 

 

현: 우리의 삶과 같이 건축 또한 하나의 과정이지 완결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 동안 작업을 해오면서, 설계 단계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공사 과정에서 이를 무조건 따르는 하향식 접근 방식만으로는 건축물이 구현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 건축가에 의해 완성된 공간조차 사용자나 관리자에 의해 변형되기 마련이다. 일례로 다랑쉬 작업에서는 철거하는 과정에서 목구조의 뼈대와 그 사이를 채운 흙벽을 보강해야만 했고, 돌집 외벽에 기대어 쌓은 블록벽, 돌담에 외풍을 막기 위해 덧댄 시멘트 등의 흔적들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여건에 대응하면서 구축하는 것을 더 자연스럽다고 여긴다.

 

오프-지역성 

손: 제주다움을 말하는 것이 구시대적이기는 하지만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들은 결국 지역을 말할 수밖에 없는 난관에 봉착하는 것 같다. 앞서 각 부분에 대한 대응, 건축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태도 혹은 태도를 거친 결과물과 제주다움 사이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밭에 있는 돌을 쌓아둔 베케를 다시 돌담으로 구축한 지점 등에서 연결지점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 제주 땅에 지천으로 널린 돌밭에 경작을 하기 위해서는 돌들을 가장자리로 치워야만 했다. 그렇게 넓게 펼쳐진 돌들이 쌓아 올려져 경계가 되는 돌담이 순수하고도 자연스러운 구축 방식처럼 보인다. 이렇듯, 환경 요인에 의해 숙명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과정에서 제주다움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다랑쉬 또한 건축 계획에 의해서만 변화해 오지 않고, 80년이라는 시간 동안 4대에 걸친 인간사를 차곡차곡 담아내고 있다. 그 과정과 시간 자체가 지역성일 수도, 제주다움일 수도, 아니면 다랑쉬라는 작업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손: 시간이라는 넓은 층위에서 조금 더 좁혀 말하자면 결국 사람의 행위를 중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대가 달라지며 다른 공법이나 기술을 쓰든, 서툴든 완벽하든, 그 행위를 설계와 유사한 위계에 두는 것이다. 제주의 오리지낼리티를 건축에서 구현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가시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고, 비가시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나는 가용 재료가 곧 지역 재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경제, 물류, 시공 상황에 따른 재료를 지역 재료라고 할 수 있다면, 제주에서 난 돌담뿐 아니라 베트남의 판석도 지역 재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시아에서 현무암을 가공해 수입해 오지 않나. 물론 지역 재료를 사용하는 것과 지역성을 담은 건축은 또 다른 말이기는 하지만, 지역성을 건축에 담는 것이 이처럼 복합적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다랑쉬는 결과론적으로 제주다운 건축물처럼 보인다. 지역성과 건축물 사이의 연결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피하는 것 같아 특정해서 묻자면, 서까래를 굳이 남긴 이유는 무엇인가? 시공의 편리성이나 경제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모두 철거하고 신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 수도 있다. 

 

현: 일관되게 나의 설계 의도를 묻고 있는데 나는 이를 답을 상정하고 하는 질문처럼 느낀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의식의 흐름을 부자연스럽다고 여기는데 건축에서 또한 나의 의지와 명제를 상정하고 나아가거나,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책을 찾는 방식보다는 내 의지 밖에서 이미 주어진 것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게 된다. 답을 내리는 것에 주저하는 나의 태도가 결과물에서 비완결적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다랑쉬에서 서까래는 나에게 주어진 것이었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며 구현될 수 있을까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시도해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작업의 밀도나 깊이감이 더해진다고 본다. 

 

다랑쉬(2018) 지붕 시공 과정

 

 

오프-주류

손: 결과물이 과정의 보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무를 한 서울의 대형 설계사무소와 유학한 미국은 아틀리에나 유럽의 건축 환경과 비교하면 조직 내 시스템, 시작과 끝, 건축의 완결성이 조금 더 명쾌하게 떨어지는 곳 아닌가? 현승훈의 행보와는 결이 다른데 어떠한 영향을 받았나? 현: 한국과 미국에서 경험한 건축이 나의 결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 속, 주류에 대한 열망이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불변의 진리를 좇고자 악착같이 힘을 들이지 않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진리 역시 언제든 바뀔 수 있으며, 그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유학 중 인도와 페루 지역을 답사하며 설계 스튜디오 작업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의 건축 환경은 굉장히 열악했고 작업 방식도 서툴게 보였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나름의 방식을 찾아 빛을 발하게 만드는 것에 더 흥미를 느꼈다. 이런 소소한 경험들이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게끔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월간 「SPACE(공간)」 687호(2025년 0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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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훈
현승훈은 제주에서 나고 자라, 서울과 미국에서 공부했다. 유학 중 인도와 페루에서의 지역 보존에 관한 스튜디오 작업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에 돌아와 용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다랑쉬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제주특별자치도 공공건축가, 제주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강의를 겸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다랑쉬, 산짓물공원 공중화장실, 홍은동 주택 증축 등이 있다.
손종남
손종남은 오피스툴 대표다. 건강한 오래됨 속에서 배경으로서의 건축을 지향하고 고민한다. 제주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학사를 받고, 스페인 카탈루냐 공과대학교의 바르셀로나 건축학교에서 디플로마를 받았다. 아르키텍투라 산티 비베스 바르셀로나, 캄프스 펠립 아르키텍투리아에서 인턴 및 실무를 익혔다. 스페인건축사(ETSAB)와 한국건축사(KIRA)를 취득했으며 2016년부터 제주에서 오피스툴을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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