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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잃어버린 근린을 찾아서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 2025년 3월호 (통권 688호)  

 

 

 

잃어버린 근린을 찾아서

 

오늘날 가까운 이웃 또는 동네를 가리키는 ‘근린(近鄰)’이란 개념은 판타지에 가깝다. 이웃 대신, 보호해야 할 사생활만 남은 도시에 근린생활시설이 빼곡하다. ‘근생’이라고 줄여 부르며, ‘주택가에서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돕는 시설’은 수익형 부동산의 다른 말이 되었다. 법적 조건과 최대의 임대 면적을 최소의 비용으로 건축해 최대의 임대 수익을 얻고자 하는 ‘근생’의 공식을 적용하면 건축가에게 남는 여지는 거의 없다. 이런 현실을 두고 건축가에게 도시와의 관계를 묻는다면, 뾰족한 해법을 보이는 건축을 찾기 어렵거나, 실정 모르는 물음이라며 귀를 닫아버릴 것이다.

 

근린생활시설을 바라보는 건축가들의 자조적인 태도의 역사는 꽤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국가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를 휩쓸며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김수근과 김중업, 두 거장의 타계 이후 차세대 건축가들은 주택과 근린생활시설 같은 소규모 프로젝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돌파구였다. 스스로를 ‘근근히 생활하는’ ‘근생’ 건축가라고 칭했다는 김인철의 회고가 그 시절 건축가들의 분위기를 전한다.▼1 그 와중에 당시 신흥 개발지역의 주거지로 정착되기를 바랐으나 상업에 잠식되었던 동네, 양재동에 조성룡이 설계한 ‘양재 287.3’(1992)은 ‘도시적 존재로서 건축’을 말한다.▼2 “일자 계단은 길의 연장이다. 언젠가 이 지역이 깨끗하게 정비될 때 이 부분은 공적(public) 공간으로 개방될 것이다.”▼3 1층을 주차장으로 내주기는 했지만, 입구에서 3층까지 이어지는 계단과 지하의 선큰으로 이끄는 계단으로 길을 연장하는 그의 시도는 난삽한 주변의 맥락에 대응하려는 도시적 시도였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원하든 원치 않든 많은 건축가들에게 근린생활시설은 주요 프로젝트가 되었고 완성도도 높아졌지만, 시장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규모 도시 건축으로서 근린생활시설의 다양성과 실험적 시도를 묻고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질문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그 양적 증가만큼 중소 규모 근린생활시설이 우리 도시의 조직과 풍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요한 유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SPACE(공간)」 3월호 프레임에서는 김동진+로디자인이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오가며 작업한 여섯 개 근린생활시설 - 서교 게슈탈트, 후암 카르스트, 청담 카라파스, 논현 페리스코프, 신사 폴리오미노, 역삼 다이크로익 - 을 돌아보며 그 잠재력을 묻는다. 이 여정에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동시대 건축가 조항만과 이성용이 동참했다. 이들은 서사를 구축하려는 김동진의 방법론에서부터 시장과 시대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도 특유의 조형, 재료, 디테일로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따라가며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눴다.

 

조항만은 김동진 근린생활시설의 특장점을 ‘연결’이라고 분석한다. 효율성만을 추구한다면 나올 수 없는 공간, 시야, 길, 빛, 지하 등의 연결을 최대 용적률 안에서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에 김동진은 작지만 상업적으로도 성공적인 건물로 동네의 거주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내비친다. 여기에 대기업의 시대를 지나 작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신생 기업들이 큰 빌딩 한 층에서 나와 작지만 문화적 가능성을 품은 건물들을 찾고 있다. 이러한 각양각색의 문화를 가진 젊은 집단이 조금씩 거리를 변화시키는 최근의 흐름에 김동진의 건축이 위치하고 있다는 이성용의 통찰은 동네를 만드는 ‘근생’의 가능성을 꿈꾸게 한다.

 

편집장 김정은

 

바로잡습니다

「SPACE(공간)」 687호(2025년 2월호) PROJECT 섹션에 게재된 ‘카페 루티니아 - SGHS 설계회사’의 77쪽, 79쪽, 81쪽 사진 저작권자를 “SGHS 설계회사”로 바로잡습니다.

 

1  목천건축아카이브, 『4.3그룹 구술집』, 마티, 2014, 83~84쪽.

2  박길룡, 『한국 현대건축 평전』, 공간서가, 2015, 269~270쪽.

3  조성룡, ‘근작: 양재 287.3’, 「건축문화」 142호(1993년 3월호), 108~116쪽.

 

 

 

 

「SPACE(공간)」 2025년 3월호 (통권 688호) 목차

 

008  EDITORIAL

010  NEWS

 

026  FRAME

근생의 방도: 김동진+로디자인

The Methods Behind Neighbourhood Living Facilities: Kim Dongjin + L’EAU design

 

030  FRAME: PROJECT

서교 게슈탈트, 후암 카르스트, 청담 카라파스, 논현 페리스코프, 신사 폴리오미노, 역삼 다이크로익

Seogyo Gestalt, Huam Karst, Cheongdam Carapace, Nonhyeon Periscope, Sinsa Polyomino, Yeoksam Dichroic

 

036  FRAME: DIALOGUE

있는 것 : 없는 것

지역 : 접근성

이면도로 : 개폐

스케일 : 재료

유연함 : 엄밀함

근린생활시설 : 건축

_ 김동진 × 이성용 × 조항만

Presence : Absence

Region : Accessibility

Side Roads : Openings and Closings

Scale : Materials

Flexibility: Precision

Neighbourhood Living Facility : Architecture

_ Kim Dongjin × Lee Sungyong × Zo Hangman

 

064  FRAME: DRAWING

 

070  PROJECT

정령치, 하늘전망대 - 가을건축사사무소

Jeongnyeongchi Pass Observation – KAEUL Architects

 

080  PROJECT

일산 직업능력개발원 기숙사 증축 공사 - 코어건축사사무소

Ilsan VCDC Dormitory – CoRe Architects

 

092  LIFE

자연의 건축술을 담은 자전거: 스튜디오 노일훈_ 노일훈 × 이소운

A Bicycle Embodying the Architectonics of Nature: Studio IL HOON ROH_ Roh Ilhoon × Lee Sowoon

 

100  LIFE

자연을 그린 곡선, 계절이 구상한 정원: 회복의 시간_ 이창엽, 이진 × 김혜린

Curves Drawn by Nature, Gardens Conceived by the Seasons: Immersive Resilience_ Lee Changyeob, Lee Jin × Kim Hyerin

 

108  REPORT

한국관 다시 보기: 202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CAC_ 정다영, 김희정, 정성규 × 김보경

Revisiting the Korean Pavilion: CAC, Curator of the Korean Pavilion at the Venice Biennale 2025_ Chung Dahyoung, Kim Heejung, Jung Sungkyu × Kim Bokyoung

 

114  VENICE BIENNALE INTERVIEW: Interview on the 30th Anniversary of the Korean Pavilion at the Venice Biennale 3

다섯 번째 커미셔너, 조성룡_ 조성룡 × 김정은

Fifth Commissioner, Joh Sungyong_ Joh Sungyong × Kim Jeoungeun

 

12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함께 짓고 가꾸는_ 채아람, 윤주선 × 김보경

Building and Nurturing Together_ Chae Ahram, Yoon Zoosun × Kim Bokyoung

 

 

 

 

 

월간 「SPACE(공간)」 688호(2025년 03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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