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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의 변이 : 대학과 임시 캠프 | 소멸의 가능성, 중소도시포럼 09

글
이장환
자료제공
중소도시포럼(별도표기 외)
진행
윤예림 기자
데이터
이상현

​「SPACE(공간)」 2025년 7월호 (통권 692호)  

 

급격한 인구 감소로 중소도시의 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건축계는 충분히 알고 있나? 중소도시의 재건을 위해서는 이제껏 답습해온 재생과 활성화의 관성에서 벗어나 변화를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시각이 필요하다. 중소도시포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공적 연구 대상에서 쉬이 배제되어온 수도권 밖의 현상을 주시하고, 위기를 대신할 도시·건축적 대안을 찾는다. 

 

[Series] 소멸의 가능성, 중소도시포럼

01 수도권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02 도시 농도

03 도시 천공

04 소거 계획

05 덧대기 건축1

06 덧대기 건축2

07 세계적 중소도시

08 일시적 중소도시

09 시설의 변이1

10 시설의 변이2

11 중소도시의 밖

 

 

영국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의 쿼드랭글 캠퍼스 

 

지난 연재 두 편 ‘세계적 중소도시: 동질성의 균열’과 ‘일시적 중소도시: 정주성의 균열’(「SPACE(공간)」 687, 689호 참고)에서 중소도시포럼은 외국인 주민이 유입되며 나타난 중소도시의 이질적 풍경과 성수기-비성수기 간 격차로 인한 도시 시스템의 변화를 살폈다. 이번 편은 두 현상의 교차점에 지방 대학 그리고 그곳의 유학생이 있다고 밝힌다.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지역의 일시적 주민인 동시에 노동력의 역할을 하고, 대학은 교육기관인 동시에 이들을 위한 임시 캠프처럼 기능한다. 이를 대학 캠퍼스-중소도시의 특수한 도시·건축 구조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새로운 관계 맺기를 제안한다. 

 

수도권 및 대도시 권역 밖의 대학교 분포.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대학 정원 자율화 정책이 확대되면서 수도권 밖을 중심으로 많은 대학이 신설됐다.

 

​중소도시에서 나타나는 변이적 현상들은 중소도시의 정체성과 정주성에 대한 기존 관념에 균열을 일으키며,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도시는 어떻게 작동할까? 이번 호는 강원도 속초에서 나타나는 시설의 변이 현상에 주목한다. 관광도시로서 시기별 인구 변동이 큰 속초에서 전통적 시설들이 새롭게 정의되고 변이적으로 활용되는 현상을 통해, 새로운 시설 유형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본다. 

 

 

관광도시 속초

속초는 휴양지가 가져야 할 자연적 환경과 감각적 경험 모두를 갖추고 있다. 연교차가 28도 이상 벌어지는 서울과 달리 계절별 평균 기온이 여름 22.4도, 겨울 1.5도로 여름철은 비교적 서늘하고 겨울철에는 비교적 온화하여 연교차가 적은 기후적 특성을 갖는다. 또한 설악산과 동해, 해변, 석호, 온천 등 인공적인 도시환경에서 보기 힘든 이국적 자연환경을 갖고 있어 고도로 체계화되고 신경질적으로 변해가는 대도시의 인공 환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휴양지로서 최적의 환경 조건을 갖는다. 속초는 원래 어업의 도시였다. 1972년 속초시 어민 수는 3만 2,224명으로, 당시 속초 전체 인구 7만 4,485명의 약 43%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2년 어민 수는 492명까지 감소해 그 비중이 0.6%까지 축소되었다.▼1 이와 대조적으로 속초의 관광산업은 197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1972년 속초를 방문한 연간 관광객 수는 44만 6,069명이었지만,▼2 2024년에는 약 2,500만 명까지 크게 늘어난다.▼3 

속초 산업 구조의 중심이 어업에서 관광업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76년 설악산국립공원 개발과 함께였다. 이후 전국 최초의 콘도미니엄이 준공되면서 많은 도시 관광객을 이곳으로 끌어들였다. 이러한 대규모 리조트 개발 사업은 수도권 및 대도시의 성장과 연관된다. 수도권의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대도시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민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여가 수요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도시민의 여가 시간이 확대되고, 서울과 속초 사이의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휴양도시로서 속초의 위상은 더욱 강화되었다. 또한 2017년 개통된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서울에서 속초까지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이전에는 서울에서 속초까지 가려면 영동고속도로를 경유해야 했고, 소요 시간은 약 3시간 40분이었다. 하지만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그 시간이 1시간 50분까지 단축되었다. 이러한 시공간적 압축은 2027년 개통 예정인 춘천속초선에 의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노선은 시속 260km로 달리는 KTX로 용산과 속초를 99분 만에 연결한다.

 

 

속초 총 인구 및 경제활동인구(20~49세) 추이(1995~2025년, 자료 출처: 통계청 주민등록인구현황). 전체 인구가 11% 감소하는 동안 경제활동인구는 약 40.5% 감소했다. 

 

수요와 공급의 교착 상태

국가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사람과 자원을 공간적으로 집적시켜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다 보면 이미 일자리와 산업 인프라가 조성된 곳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된다. 다시 말해 국가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생산성과 효율성에 대한 압력이 강화될수록 그에 대한 반작용도 함께 커진다. 이성과 대비되는 감각, 일상과 대비되는 일탈, 인공과 대비되는 자연, 빠른 속도와 대비되는 느림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면서 이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주목받게 된다. 특히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일수록 도시민들의 휴식과 여가 공간으로 적합한 조건을 갖춘다. 속초는 이러한 조건에 잘 부합하는 도시다.

통계에 따르면 속초시의 2022년, 2023년, 2024년 연간 관광객 수는 각각 2,502만 9,277명, 2,486만 45명, 2,477만 9,951명이다. 이는 속초시 인구의 약 30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대규모 관광객이 방문하지만, 이들은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특성을 보인다. 휴가철인 7월과 8월에 각각 235만 1,758명과 316만 3,948명의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반면, 비수기인 3월에는 그 수가 167만 6,560명까지 떨어져 8월 방문객 대비 약 53% 수준까지 감소한다.▼4 이러한 성수기와 비수기 간 높은 변동성은 안정적인 노동력 수급을 어렵게 만든다. 특정 시기에만 많은 노동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하고, 그 외의 시기에는 노동력이 다시 불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노동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안정적인 노동 공급처가 절실해진다. 하지만 출산율 감소와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젊고 새로운 노동력을 구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속초의 인구는 2001년 9만 231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5년 8만 556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 중 실질적 경제활동인구인 만 20~49세 사이 인구를 살펴보면 2001년 4만 5,657명에서 2025년에는 2만 7,180명까지 줄었다. 즉 같은 기간 동안 전체 인구가 약 11% 감소했다면, 경제활동인구는 약 40.5% 감소한 것이다.▼5 이 같은 경제활동인구의 급감은 급증하는 관광객 수요에 대한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속초에서는 새로운 변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학의 위기

전국적으로 422개의 대학이 존재하고, 이들 전체 재적 학생 수는 현재 300만 7,242명에 달한다. 1990년까지만 해도 그 수는 지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199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대학 정원 자율화 정책’이 확대되면서부터다. 1990년 158만 571명이었던 재적 학생 수는 정책 시행 직후인 2000년 313만 251명까지 늘어난다.▼6 대학 정원 자율화 정책 시행 이후 대학 신설이 성행하면서 83개 대학이 새롭게 설립됐고, 입학정원은 기존 38.8만 명(1990년)에서 83.9만 명(2005년)까지 증가했다. 이때 신설된 대부분의 대학은 수도권 밖에 위치했고, 입학정원의 증원도 비수도권에 위치한 대학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수도권 안에 위치한 대학은 수도권 규제 정책으로 인해 정원을 늘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2년부터 본격화된 출생률 저하는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지면서 전국 대학교 입학정원 충원율 미달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최근 10년간 대학 입학생 충원율 통계를 살펴보면 2000년 99.9%, 2010년 94.3%, 2020년 87.6%, 2025년 86.2%로 뚜렷한 감소 양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은 앞으로 더욱 급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2016년부터 출생자 수가 또다시 크게 감소하면서 학령인구의 추가 감소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23년의 연간 출생자 수는 각각 40.6만, 35.8만, 32.7만, 30.3만, 27.2만, 26.1만, 24.9만, 23만 명으로 기하급수적인 감소 추세를 보인다. 이는 대학의 정원 충원율과 직결되며, 수도권과 거리가 먼 대학일수록 대학 정원을 채우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00년 이후 전국적으로 23개 대학교가 폐교했고, 34개 대학이 통폐합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들 대학은 대부분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대학들이다.

 

경동대학교 글로벌캠퍼스와 속초의 일자리 분포 지도(고용 인원 자료 출처: 근로복지공단 2023 고용 산재보험 가입 현황). 경동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유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속초 시내와 인근 농공단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정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유학생 노동자

하나의 대학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경제 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대학은 학생과 교직원의 지역 내 소비, 대학 시설 운영을 위한 지출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2018년 폐교한 전라북도 남원의 서남대학교는 남원시 지자체 총예산(2017년)의 약 4.5~6%에 달하는 경제 유발 효과를 가졌던 것으로 나타난다.▼7 이는 한 대학의 존폐가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작은 중소도시의 지역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파급효과를 인식한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은 폐교 저지와 신규 대학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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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계청 2025 농림어업총조사 참고.

2 속초시, 「제11회 속초통계연보」, 1973 참고.

3 한국관광데이터랩 참고.

4 한국관광데이터랩 참고.

5 통계청 주민등록인구현황 참고.

6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 1990; 2000 참고.

7 문남철, ‘대학폐교가 지역경제 및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 남원 서남대학교를 사례로’, 「국토지리학회지」 55.3(2021), 261~274쪽.

 

월간 「SPACE(공간)」 692호(2025년 07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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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환, 이상현
이장환과 이상현이 결성한 중소도시포럼은 대도시권역 밖의 변화를 관찰하고 잠재된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 그룹이다. 이장환은 어반오퍼레이션즈 대표로 도시, 문화, 건축 전반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으며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서울건축학교(sa)를 졸업했고 델프트 공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우수 졸업했다. OMA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며 카타르 국립중앙도서관 설계와 더불어 다수의 아시아, 유럽, 중동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상현은 대구광역시 도시디자인과 주무관이자 독립 도시연구가이다.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와 델프트 공과대학교 도시대학원을 졸업했고, 이후 팜보트 어반 랜드스케이프에서 도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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