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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아닌 어떤 것: OMA 시노그래피, 2025 이슬람 예술 비엔날레

글
박지윤 기자
사진
마르코 카펠레티(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디리야 비엔날레 재단(별도표기 외)

「SPACE(공간)」 2025년 5월호 (통권 690호) 

 

알미달라(AlMidhallah, 캐노피) 섹션 전경. 1981년 SOM이 설계한 캐노피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2023년 이슬람 예술 비엔날레의 시노그래피를 맡았던 OMA가 2025년 비엔날레를 다시 담당했다. 시노그래피는 장면(skēnē)과 그리다(graphein)라는 그리스어에서 기원한 합성어로 단순 장면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장면의 내러티브를 다루는 것까지 포괄한다. OMA는 그간 프라다, 디올과 같은 패션 브랜드의 스토어, 전시, 쇼 등의 공간을 디자인할 때 시노그래피라는 용어를 지향해왔고, 패션과 건축의 역학 관계 속에서 나름의 길을 찾으며 패션의 문법에서 건축적 언어로 치환할 요소를 발굴하고 자신들만의 서사를 쌓아왔다. 이러한 맥락에 기대 이번 비엔날레를 둘러싼 여러 역학 관계와 시노그래피를 분석한다. 

 

지오 포마 아키텍츠가 설계한 전시장 건물 전경 

 

2025 이슬람 예술 비엔날레

이슬람 예술 비엔날레는 중동의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만큼이나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중동은 석유 공급 과잉, 중국 경기 둔화, 중동 지역 간의 정세에 의한 국제 유가 하락을 겪어왔고,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는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문화 관광 산업 육성, 외국인 투자 유치 등으로 그에 따라 사우디에는 여러 스타키텍트들의 건물들이 들어서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이슬람 예술 비엔날레가 사우디 제2의 도시 제다에서 문화부 산하 기관인 디리야 비엔날레 재단의 지휘 아래 열렸다.

비엔날레는 도시 이름인 ‘제다’가 아닌 종교인 ‘이슬람’을 내세우고, 제다 내에서도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를 가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하지(Hajj) 터미널을 개최 장소로 잡았다. 이는 사우디가 이란, 튀르키예, 이집트 등 이슬람 문화의 대표성을 주장하는 나라들 사이에서 ‘이슬람 문화의 중심지’라는 타이틀을 쟁취하고자 하는 전략이자 제다를 문화 도시로 리브랜딩 하겠다는 의도다. 하지 터미널은 1981년 SOM이 설계했고 무슬림들이 메카로 향하는 이동 수단을 기다릴 때 사용했던 텐트에서 영감을 받은 야외 공간의 캐노피가 특징으로, 이슬람 문화와 연관한 우수한 건축에 부여하는 아가 칸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알비다야(AlBidayah, 시작) 섹션 전경. 메카의 신전을 덮는 검은색 천, 키스와가 양쪽 상단에 설치되어 있다. 

 

한편, 중동에서 가장 잘 알려진 비엔날레는 1993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아랍에미리트의 샤르자 비엔날레다. 이 비엔날레가 세계 담론과 결을 맞추며 현대미술을 주로 다룬다면, 이슬람 예술 비엔날레는 이슬람 문화와 공명하는 유물과 현대미술을 함께 다룬다. 2023년 첫 비엔날레의 주제는 

‘첫 번째 집(FIRST HOUSE)’으로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무한하고 영원한 ‘집’과 연관한 작품들을 선보였고 여기서 ‘집’은 메카를 은유한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쿠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절 ‘그리고 하늘과 땅,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And All That Is In Between)’으로 ‘신은 하늘과 땅,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을 창조했다’는 맥락과 연관하여 신앙이 어떻게 살아 있고, 표현되고, 또 기념되는지를 탐구한다.

2023년 비엔날레에는 큐레이터로 수마야 밸리(카운터스페이스 대표)가, 2025년에는 새롭게 선보인 알무살라(AlMusalla, 기도) 상의 심사위원으로 리나 고트메(리나 고트메–아키텍처 대표)가 참여했는데, 각각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레바논 출신으로 모두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설계자로 호명된 바 있다. 이에 더해 2023년 비엔날레를 위한 전시장 건물 설계는 밀라노를 기반으로 하는 지오 포마 아키텍츠가, 시노그래피는 OMA가 담당했다. 국제적 인지도를 고려한 인사 구성은 작업의 퀄리티와 마케팅, 둘 모두를 담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비엔날레 재단 측은 이슬람 문화의 대표성과 현대적인 도시 이미지를 모두 갖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에 OMA는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드는, SOM의 기존 디자인을 존중하면서도 OMA의 작업임이 드러나는 어떤 것을 디자인해야 했을 것이다.

 

알비다야 섹션 전경 

 

알비다야 섹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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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A 시노그래피

렘 콜하스는 건축가는 단순 디자이너가 아니라 건축 서사를 만드는 사람임을 강조해왔고, 이는 비교적 작은 규모인 시노그래피에도 적용된다. 20년간 협업해온 프라다와의 패션쇼를 예로 들면, 모델들의 워킹 동선을 시노그래피와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등 패션쇼의 문법을 건축적인 요소와 연결 지으려는 시도가 보인다. 2012 SS 남성복 패션쇼에서는 모델들이 한 명씩 떨어져 앉은 관객들 사이로 워킹했고, 2015 FW 여성복 패션쇼에서는 여러 색을 가진 방들 사이를 문과 같은 개구부를 통해 거쳐가도록 구성됐다. 이러한 공간과 동선의 조화는 아이코닉한 장면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는 다른 패션쇼와 구별된다. 특히 2015 FW 여성복 패션쇼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건축가의 욕망이 드러나는데, 다른 색을 가진 방들의 조합은 ‘패스트 패션’인 프라다의 다채로운 이미지를 전하면서도 OMA의 건축 언어와 연결된다. 장용순(홍익대학교 교수)이 “건축적 산책과 방의 평면 종합이 콜하스 공간의 중요한 특징”(「SPACE(공간)」 642호 참고)이라 말한 것처럼, 이 패션쇼에서 또한 공간의 흐름과 각기 다른 공간의 조합 및 병치에 대한 실험이 읽힌다. 이러한 작업 이면에는 비엔날레의 장소, 주제를 둘러싼 여러 배경의 역학 관계처럼 프라다라는 브랜드, 쇼핑이라는 상업적 프로그램, 건축가의 정체성 등 여러 힘들이 작용한다. OMA는 이러한 힘들 속에서도, 그리고 특정한 용도, 규모,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들의 서사로 전유하는 힘을 갖고 있다. 다만, 비엔날레의 시노그래피는 패션 브랜드가 아닌 예술 작품을 다룬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패션 브랜드를 위한 공간일 경우 판매뿐 아니라 브랜딩도 염두에 두기에 패션과 공명하는 콘셉추얼한 디자인으로 여러 실험이 가능한 반면, 미술관, 비엔날레 등 예술 작품을 위한 공간은 그 배경이 되기를 요구 받는다. 특히 내부 공간을 다룰 때는 ‘화이트 큐브’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건축가의 디자인이 한 발 더 뒤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알마다르(AlMadar, 궤도) 섹션 전경​

 

알마다르(AlMadar, 궤도) 섹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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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A는 이러한 여건 속에서 어떤 시노그래피를 완성했을까? 우선 2025 이슬람 예술 비엔날레의 시노그래피는 2023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큐레이터와 더 밀접한 협업 속에 이뤄졌다. 전시 개최 약 1년 전에 로테르담에서 건축가와 큐레이터 간의 초기 미팅을 진행했고, 각 섹션에 참가하는 예술가와 작품들에 대한 리스트를 공유했다. 이후 전시 기획이 발전하면서 작품의 절반 가량이 변경되기는 했지만 초기 시노그래피 콘셉트를 잡는 기틀이 됐다. 전시는 총 일곱 섹션으로, 이번 비엔날레에서 OMA가 중점적으로 작업한 공간은 알비다야(AlBidayah, 시작), 알마다르(AlMadar, 궤도), 알무크타니(AlMuqtani, 경의)가 있으며, SOM의 캐노피와 호응하는 야외 공간은 알미달라(AlMidhallah, 캐노피)로 기존 OMA의 2023년 작업에서 식재가 추가돼 이슬람 정원 문화를 주제로 하는 해당 섹션과 공명한다. 과거 알미달라에는 기존 캐노피를 유지하고 아래 지면 부분만 디자인했고, 기존 캐노피의 모듈과 그리드를 차용하면서 의자 및 영역 구획 역할을 하는 낮고 비스듬한 가벽을 설치했다. 옅은 핑크색의 가벽은 캐노피, 주변 사막과도 연결되면서 고고학 유물을 발굴하는 현장과 같은 이미지를 띤다. 밤에 더욱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명은 캐노피를 받치는 기둥을 강조하면서 개최 장소가 가진 의미에 힘을 보탠다. 내부 공간인 알비다야, 알마다르, 알무크타니 시노그래피의 주 재료는 흰색 패브릭으로 통일됐다. 그러면서도 프라다의 2015 FW 여성복 패션쇼가 방의 콜라주를 통해 역동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낸 것처럼 각 섹션은 물결, 기둥, 보타이라는 다른 형태로 디자인됐다. 지오 포마 아키텍츠가 설계한 육각형의 건물 내에 들어서면 유연하게 흐르는 물결, 천장으로부터 뻗어 내려온 기둥, 꼭지점을 향해 수렴하고 확산되는 보타이를 마주하게 된다. 이와 같은 형태 디자인은 큐레토리얼과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동시에 동선, 공간의 성격 등을 규정한다. 섹션들을 같은 색, 다른 형태로 구성한 점은 각기 다른 공간의 조합과 병치로도 읽을 수 있겠지만, 이는 OMA가 제공한 모델링 이미지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것에 비해 현장에서는 야외 공간의 캐노피가 가진 또 다른 강력한 형태, 공간의 스케일, 500여 점 이상에 달하는 예술 작품들로 인해 비교적 쉽게 인식되지는 않는다.

 

알무크타니(AlMuqtani, 경의) 섹션 전경 

 

작품과의 호응 방식을 섹션별로 세세하게 살펴보면, 알비다야는 신성함을 주제로 하면서 메카와 메디나에서 온 유물들과 현대 작업들을 함께 병치했는데, 이를 구분하면서도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는 해법으로 물결 형태를 택했다. 물결치는 패브릭은 작품을 끌어안기도 하고, 동선을 이끌기도 하면서 메카의 신전인 카바(Kaaba)를 덮는 상징성이 강한 검은 패브릭, 키스와(Kiswah)의 직선과는 대비되는 식으로 작품을 강조하기도 한다. 알마다르에서는 천문 항법, 해양과 강의 지도, 수학적 계산과 연관한 유물과 현대미술을 통해 이슬람 문화가 어떻게 신의 창조를 이해하고, 일상 속으로 질서, 조화, 아름다움을 들여왔는지 소개한다. 해당 섹션에서는 대략 20개의 국가, 30개의 기관에서 온 유물들이 다뤄졌고, 다른 기관에서 온 작품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각 유물들이 같은 주제로 묶여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했다. 이는 37개 작품 케이스를 사각 기둥과 같은 형태로 디자인하면서 하나의 클러스터를 형성하도록 한 계획으로 연결된다. 알무크타니에서는 두 명의 수집가가 모아온 보석류, 금속 공예 등의 컬렉션을 다룬다. 두 개의 구역으로 나누기 위한 방법론은 보타이 형태다. 보타이의 꼭짓점으로 갈수록 벽면은 높아지는데 이러한 높이 변화는 첫 번째 구역에서 두 번째 구역을 볼 수 없도록 하면서 궁금증을 유발한다. 

 

시노그래피 외부 모형, Image courtesy of OMA / ©Frans Parthesius​

 

시노그래피 내부 모형, Image courtesy of OMA / ©Frans Parthesius​

 

시노그래피의 전체 컬러 팔레트는 흰색에 더해, 작품을 전시하는 케이스의 모서리 색인 검은색, 두 가지로 구성됐다. 이 두 색은 성지순례를 가는 여자는 검정, 남자는 흰 복장을 입는 이슬람 문화를 즉각적으로 연상시키지만, 단순 복식 문화를 은유했다기보다는 이슬람 문화와 연관하는 작품들 또한 두 색이 가진 상징성과 연결되므로 작품과 시노그래피가 보다 밀접하게 공명하기 위한 실질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더불어 그들만의 디테일은 흰색 패브릭의 겹겹의 레이어, 팽팽함의 정도, 조명의 설치 등에서 드러난다. 반투명한 패브릭은 겹칠수록 불투명해지며, 팽팽함의 정도는 공간의 심상을 결정하는 동시에 조명이 투과되는 빛의 정도를 조절한다. 일례로 알비다야에서는 두 겹의 패브릭으로 흐릿한 분위기를 연출해 신성한 느낌을 강화하고, 알마다르에서는 뻗어 내린 기둥 내로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빛이 깊어지도록 연출해 경건한 분위기와 몰입감을 더한다. 이렇듯 섬세하게 조율된 시노그래피는 인지되는 것보다는 느껴지는 것에 가까우며, 여러 예술 작품 어딘가에 자리해 은은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묘하지만 미약하지는 않은, 어울리지만 뽐내지는 않는 시노그래피다. OMA가 마케팅의 수단, 기존에 자리한 건축, 그리고 큐레토리얼과 예술 작품 속에서 균형 잡힌 존재감을 갖고, 전통적이고도 현대적인 디자인을 했는가?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알무크타니 섹션 전경 

 

알미달라 섹션 전경 

월간 「SPACE(공간)」 690호(2025년 05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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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드 알사카
이야드 알사카는 2007년 OMA에 디렉터로 합류해 2011년 파트너가 되었다.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을 총괄하고 있으며, 두바이 워터프론트 시티의 마스터플랜, HIA 공항 마스터플랜, 두바이 문화 지구 내 새로운 공공 공간인 알세르칼 애비뉴의 콘크리트, 도하의 카타르 국립도서관 등을 이끌었다. 2025 이슬람 아트 비엔날레에서는 파트너로 참여했다.
카베 다비리
카베 다비리는 2009년 OMA에 합류한 이후 로테르담, 도하, 두바이 오피스를 거쳤다. 3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담당했으며, 주요 작업으로는 2023 이슬람 아트 비엔날레, 두바이 알세르칼 애비뉴의 콘크리트, 도하의 미래 병원이 있고, 최근에는 2025 이슬람 예술 비엔날레를 이끌었다. 현재 OMA 어소시에이트로 임하며 중동과 유럽 지역의 건축 및 마스터플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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