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6월호 (통권 691호)

익숙하거나 낯설거나,
지금 튀르키예의 건축
20세기에 건국한 아시아의 반도 국가, 급격한 경제개발, 정치적 불안정성, 역사성과 개발압력의 공존, 지역 간 불균형 등. 1923년 새 수도 앙카라에서 출발한 튀르키예 공화국의 지정학적 풍경이지만, 지금 한국과 서울에 대한 묘사라고 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성싶다.
이런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동쪽 지역을 ‘아시아 튀르키예’, 서쪽 지역을 ‘유럽 튀르키예’로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듯,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튀르키예를 아시아의 도시와 건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
우리에게 튀르키예가 낯선 이유는, 한때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발칸반도까지 호령했던 오스만 제국의 후예인 이들의 다문화주의와 다양성,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99% 이상이 믿고 있는 이슬람이라는 종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 발짝 더 들어가 보면, 튀르키예는 공화국으로 들어선 이후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여 국가를 운영하는 세속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특히 근대화에 뛰어든 최초의 이슬람 문화권으로, 다른 이슬람 국가들이 개방정책을 펼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모델로 삼는 나라이기도 하다.
튀르키예의 실험적 건축사무소 SO?를 이끌고 있는 오랄 괵타슈는 “튀르키예적 맥락을 유럽보다는 아시아 국가들과 더 가깝게 연계시키는 것은, 최근 수십 년간 경제적 동력에 의해 촉진된 폭발적인 대규모 도시 개발”이라고 설명한다. 기후, 제도, 종교,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의 도시와 건축에서 느껴지는 익숙함은 이러한 연결된 상황과 속도 탓일 것이다.
튀르키예의 도시와 건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자를 꼽아본다면 지진과 같은 재난을 빼놓을 수 없다. 1999년 이즈미트 지방에서 발생한 지진은 1만 7천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고, 50만 명의 노숙자를 남겼다. 이후 인류 문명의 박물관이라 불리는 튀르키예에는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 붐이 일어났고, 이는 젊은 세대와 정부 사이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023년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은 17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발생시켰고, 이후 재건 과정에서 공동체 기반의 참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SPACE(공간)」 6월호는 튀르키예의 동시대 건축을 살펴보는 특집을 준비했다. 이번 특집은 아시아 건축과 도시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세계 건축계와 소통을 지향하는 ‘서울대-목천 강연’ 기획에서 출발했다. 「SPACE」는 그간 ‘서울대-목천 강연’의 일환으로 중국 건축가를 다룬 『리우지아쿤』(2019), 베트남의 두 건축사무소를 소개한 『트로피컬 스페이스 H&P 아키텍츠』(2023)를 펴냈다. 이번에는 튀르키예에서 국제적인 건축사무소로 입지를 굳힌 EAA와 작지만 혁신적인 건축 스튜디오 SO?에 주목한다. EAA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건축 어휘를 통해 글로벌한 건축 산업의 일부가 된 대형 건축사무소들을 대표한다면, SO?는 기존의 규범과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사용이나 작은 개입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전 세계적인 또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이번 특집은 튀르키예 건축계의 양극단을 보여주는 두 건축 그룹뿐만 아니라 마스터 아키텍트의 신화 대신 협력과 돌봄의 건축을 실천하는 튀르키예 건축가 여섯 팀을 함께 소개한다. 이번 지면에 펼쳐놓은 튀르키예 건축의 스펙트럼이 독자들에게 지리적 의미의 아시아를 넘어 공통의 과제를 앞에 둔 건축 세계의 다양성으로 다가오길 바란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5년 6월호 (통권 691호) 목차
004 EDITORIAL
006 NEWS
016 FEATURE
지금, 튀르키예 건축
Turkish Architecture Now
018 FEATURE: ESSAY
인류 문명의 박물관: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풍경_ 이희수
A Museum of Human Civilisation: The Geopolitical Landscape of Türkiye_ Lee Heesoo
022 FEATURE: INTERVIEW
비판적 질문에서 시작된: EAA_ 엠레 아롤랏 × 이소운
Founded on Critical Questions: EAA_ Emre Arolat × Lee Sowoon
030 FEATURE: PROJECT
산카클라 모스크, 박물관 호텔 안타키아 - EAA
Sancaklar Mosque, The Museum Hotel Antakya – EAA
042 FEATURE: INTERVIEW
영웅 없는 서사의 결말은: SO?_ 세빈제 바이라크, 오랄 괵타슈 × 윤예림
Where Hero-Less Stories Lead: SO? Architecture & Ideas_ Sevince Bayrak, Oral Göktas¸ × Youn Yaelim
052 FEATURE: PROJECT
닭집, IPA 캠퍼스 - 수영장, 창고 - SO?
House of Chickens, IPA Campus – The Pool, The Warehouse – SO? Architecture & Ideas
064 FEATURE: INTERVIEW
변화하는 환경, 분화하는 질문들_ DDRLP, 오피스베사이레, 모두를 위한 건축 × 윤예림, 이소운
Shifting Environments, Diversifying Questions_ DDRLP Architecture & Design, Ofisvesaire, Architecture for All Association × Youn Yaelim, Lee Sowoon
068 FEATURE: PROJECT
이스틴예 살룬 앤드 유노 - DDRLP,
이즈미르 농업 개발센터 - 사살르 바이오랩 - 메르트 우슬루 아키텍츠,
IzQ 혁신센터 - 오피스베사이레,
재난 후 복구 계획 - 슈퍼어도비 어린이 도서관, 체크메제 커뮤니티 센터 - 모두를 위한 건축,
두라크 오바직 - 플랑크톤 프로젝트,
도시 연구 협동조합 - 어반.쿱
Istinye Saloon & Yuno – DDRLP Architecture & Design,
Izmir Agriculture Development Center – Sasalı Biolab – Mert Uslu Architects,
IzQ Innovation Center – Ofisvesaire,
Post-Disaster Reconstruction Plan – SuperAdobe Children’s Library, Çekmece Community Centre
– Architecture For All Association,
Durak Ovacık – Plankton Project,
Urban Studies Cooperative – Urban.koop
080 PROJECT
동티모르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원 - 김남주+김은비
The Convent of Sisters of the Blessed Korean Martyrs in Timor-Leste – Kim Namjoo + Kim Eunbee
090 PROJECT
이람 - TOOOC
House 11 – TOOOC
100 PROJECT
포스톤즈 삼청 - 엔이이디건축사사무소
FOURSTONES Samcheong – N.E.E.D. Architecture
112 REPORT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놀이터: 이매지너리 오브젝트_ 야린다 분낙, 로베르토 레케호 벨레테 × 김보경
Playgrounds That Activate a City: Imaginary Objects_ Yarinda Bunnag, Roberto Requejo Belette × Kim Bokyoung
120 REPORT
이재민들의 회복을 위하여: ‘재난, 건축, 그리고 공동체’ 포럼_ 박은선
Reimagining Recovery: The ‘Disaster, Architecture, and Community’ Forum_ Park Eunseon
12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공간과 가구의 스펙트럼 너머_ 안서후, 이시산 × 김혜린
Beyond the Spectrum of Space and Furniture_ Ahn Seohu, Lee Sisan × Kim Hyerin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