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6월호 (통권 691호)

스카이 스포팅 스톱(2013) / ©Muhsin Akgün

로스트 배리어(2015) / ©SO? Architecture & Ideas
영웅 없는 서사의 결말은: SO?
인터뷰 세빈제 바이라크, 오랄 괵타슈 SO? 공동대표 × 윤예림 기자
이스탄불의 정치적, 건축적 격동 사이를 움트고 나온 SO?는 태생부터 반골이었다. 때마다 벌어지는 도시 내 폭동, 개발, 정권 교체, 재난에 대한 SO?의 즉각적인 응답은 자연히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이루었다. SO?에게 도시의 가치는 부동산 이익이 아닌 시민을 위한 공정함에 있고, 건축의 쓸모는 물리적 건설이 아닌 잔존하는 존재 모두를 포용하는 일에 있다. 이번 인터뷰는 닭집(2018)과 IPA 캠퍼스 ‐ 수영장, 창고(2022)를 매개로 2000년대 초부터 현재를 관통하는 SO?의 궤적을 따라가 본다. 영웅을 그리지 않으며 주인공은 여럿인 이 서사의 결말이 궁금하다.
공정한 도시 되찾기
윤예림(윤): SO?가 설립된 2007년은 1999년 이즈미트 대지진에 대한 반향으로 대규모 개발과 부동산 붐이 튀르키예 도시 전반을 지배했던 시기다. 이러한 배경에서 SO?는 어떤 문제의식을 안고 출발했나?
세빈제 바이라크(바이라크): SO?는 이스탄불이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 부상하면서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던 시기에 설립됐다. 젊은 졸업생이었던 우리는 공공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를 꿈꿨으나 현실은 그와 정반대였다. 다행히 국제적 관심은 연구 자금을 같이 들여왔고, 우리는 거대한 건설 현장이 되어버린 이스탄불 북부 삼림 지역과 도시 내 공공 공간의 불균일한 분포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로 사무소를 시작했다. 당시 우리의 문제의식은 거센 건설 열풍에 이스탄불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건설 열풍에 굴복하거나 단순히 건설을 거부함으로써 건축의 힘을 전적으로 부정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우리는 건축이 투자자들을 위한 대규모 개발의 희생양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보다 회복력 있고 공정한 도시로의 변화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었다.
윤: ‘튀르키예 건축가’라는 정체성 아래 SO?를 들여다보려 한다. SO?의 건축관을 튀르키예의 지역적 맥락과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바이라크: 물론이다. 비록 도시들을 형성하는 전 세계의 문제의식이 상당히 공통되어 있다고 믿지만, 그 문제의식의 범위, 다양성,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각 도시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이스탄불의 경우 도시에 창의력이 필요한 이유는 재정적 결핍 때문이 아니라 접근 가능한 공공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하는 작업의 특징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이스탄불이 부동산 시장과 이익 중심의 관리에 매몰되면서, 도시 모든 지역에서 공공 공간의 필요성이 증가했다. 우리가 최근 완공한 바즐라르 도시 공원(2025)은 이에 대한 강력한 상징이다. 바즐라르는 이스탄불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구역 중 하나다. 인구 3분의 1 이상이 7세에서 22세 사이이며, 마약 관련 문제에서도 도시 내 상위 5위권에 자리한다. 이는 바즐라르의 도시 구조, 즉 밀집된 인구와 부족한 공공 인프라가 반영된 결과다. 지도상에는 많은 녹지 공간이 보이지만 대부분 비어 있거나 방치돼 있으며, 불법 활동의 주요 거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들을 활동적인 공공 공원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은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한다. 젊은이들에게 안전한 야외 공간을 제공하는 것, 방치된 토지를 되찾음으로써 범죄를 줄이는 것이다. 오랜 동안 공공 공간이 도외시되어 온 구역에서, 이러한 공공 공원 설계는 마약 문제 등의 더 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윤: 초기 작업인 스카이 스포팅 스톱(2013), 로스트 배리어(2015) 같은 임시 구조물에서 이미 도시 공공 공간에 대한 SO?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임시로 존재하는 건축이 공공장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있다고 보았나?
바이라크: 임시 구조물은 시민들이 공공 건축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가장 빠르게 관찰할 수 있는 수단이다. 만약 ‘도시 만들기’가 집단적 실험이라면, 임시 구조물은 그 시험들의 즉각적 결과를 제공한다. 이 구조물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족시키는가? 이전에 확인되지 않았던 새로운 필요를 드러내는가? 사람들은 구조물과 어떻게 교류하는가? 단순히 지나가는가, 혹은 대도시 생활의 분주함 속에서도 멈춰 서는가? 젊은 건축가의 관점에서 임시 구조물은 실패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영구 프로젝트에서 종종 발생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들과 달리 이러한 임시적 개입은 일시적이고 순간적이며, 잠재적 실패의 부담을 덜어준다. 영구적 공공 공간에서 실수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대신 일시적인 시도로 미래를 위한 경험을 학습하는 것이다.
수영장(2022) 재사용 전 / Image courtesy of IPA

수영장(2022) 재사용 후 모습 / Image courtesy of IPA
이해자 혹은 관찰자
윤: SO?의 시선은 인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때로는 닭과 같은 동물이, 바다나 빗물 같은 자연물이 건축의 주인공이 된다. 인간이 아닌 존재와 SO?의 협력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바이라크: 솔직히 우리는 비인간 존재가 인간이 만든 디자인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인간이 자신들의 자연환경을 망가뜨리지 않기를 원할 것이다. 닭을 소유한 인간이 자기 동물을 위한 집을 요청한다고 해서, 동물들이 반드시 그 집을 사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닭집(2018)을 계획할 때는 이를 염두에 두고 닭의 일상적 루틴, 그리고 닭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워야 했다. 인간과 달리 그들은 화려해 보이는 디자인이나 자신들의 집이 얼마나 값비싸 보이는지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직사광선에 대해, 바람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 것에 대해 걱정한다. 결국 우리는 그들과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윤: 그렇다면 닭집처럼 인간 중심이 아닌 작업에서 건축가가 갖춰야 할 직능은 이해심인가? 또한 응답하지 않는 존재를 위한 건축에서 ‘좋은 디자인’의 판단은 어떻게 내리나?
바이라크: 닭집은 낙후된 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건축적이며 예술성 있는 농장 디자인 프로젝트의 일부로 기획됐다. 즉 닭의 집이라지만 인간 중심의 구조물을 설계하는 것이나 다름없고, 여전히 인간 중심의 프레임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건축가의 역량은 건축가의 자아를 뒤로 제쳐두는 것에서 비롯된다. 자신들의 안식처 디자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고, 그 디자인 자체를 요구하지 않는 동물들을 위해 설계할 때, 건축가의 자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령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집을 설계할 건축가를 선택하고, 건축가의 개성이 담기길 원하며, 설령 그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건축은 환불이 안 되는 메타이기 때문에 그 건축을 여전히 사용해야만 한다. 반면 닭은 어떤가? 우리는 그들이 요청하지도 않은 집에서 그들이 편안함을 누릴 수 있도록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과 습관에 맞춰 설계한다. 우려했던 사안은 우리가 설계한 공간이 그들의 필요와 일상적 루틴에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였다. 비인간을 위한 디자인은 다른 종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진정한 호기심을 요구한다. 그들이 어떻게 자는지, 어떻게 배변하는지, 어떻게 알을 품는지, 발톱의 각도는 어떤지, 눈의 민감도는 어떤지 배워야 했고, 그에 맞춰 설계해야 했다.
오랄 괵타슈(괵타슈): 이런 맥락에서 좋은 디자인은 동물들이 실제로 그 공간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판단된다. 예를 들어 닭의 행동을 보면 편안함을 느끼는지 아닌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닭들은 일상적 루틴에 맞지 않는 것이 있다면 즉시 거부한다. 그들의 루틴이 일관성 있게 지켜지는 모습에서 디자인의 성공 여부가 드러난다.

창고(2022) 재사용 전 모습 / ©Oral Göktaş

창고(2022) 재사용 후 모습 / ©Oral Göktaş
윤: 닭집이 닭의 성장과 생활 주기 관찰에서 시작됐다면, 대구 수성구의 파빌리온 수프라(2024)는 도시에서 발견되는 자연의 주기를 가져와 설계했다. 주변의 주기를 발견하고 건축화하는 일이 SO?에게는 자연스러운 설계 과정 같아 보인다.
괵타슈: 여러 주기를 관찰하는 것은 건축에 정말 도움이 된다. 건축에 대한 문제는 그것이 더 이상 어떠한 주기의 일부분이 아니게 될 때 커지기 시작한다. 건물이 주기의 일부가 아닌 독립적 대상이될 때, 그것이 일상적 주기든지, 계절의 주기든지, 또는 지형적 주기든지 간에, 건축과 주변의 연결은 약화되고 만다. 이것이 우리가 닭집을 닭의 일상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이유다. 닭집에는 닭의 주기에 따른 12개 디자인 원칙이 있으며, 각각의 원칙은 통풍이 잘 되는 벽 재료, 간접 채광이 되는 내부 공간, 닭을 방해하지 않고 달걀을 수집할 수 있는 단면, 더운 여름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큰 캐노피 등으로 세밀하게 구현됐다. 수프라의 아이디어는 훨씬 단순하다. 기술이 우선시되는 한국 도시에서 산, 강, 바람과 같은 자연 자원이 변함없이 실재한다는 점에 주목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가시화했다. 비가 오는 날 파빌리온 아래에 앉으면 일상생활에서 잘 볼 수 없던 공기, 토양, 물 등 자연의 순환을 관찰할 수있다.
수프라(2024) 설치 모습과 다이어그램 ©Oral Göktaş / ©SO? Architecture & Ideas
이기지 않고 차지하기
윤: 수영장(2022)과 창고(2022)는 이스탄불 정치인들이 사적으로 향유하던 장소를 공공장소로 변환하는 IPA(Istanbul Planning Agency, 이스탄불 도시계획국) 캠퍼스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각각 다목적 홀, 전시 홀로 시민에게 개방됐다. 역사문화적으로 큰 가치를 찾기 힘든 시설에서 구조는 물론 수영장 타일 같은 사소한 요소까지 그대로 유지한 의도가 무엇인가? 이는 SO?가 기획을 맡은 2023 베니스비엔날레 튀르키예관에서 ‘Ghost Stories: The Carrier Bag Theory of Architecture(유령 이야기: 캐리어 백 건축 이론)’라는 주제로 풀어지기도 했다.
바이라크: 캐리어 백 건축 이론에서 우리는 사회적, 환경적, 물질적 잔존물을 수용하고 실패의 흔적마저 포용하길 제안한다. 매우 작은 개입일지라도 수영장과 창고 프로젝트가 건축에 대한 대안적 접근법에 관해 보다 넓은 담론을 촉발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접근법은 종종 건물의 ‘적응적 재사용’ 방식의 틈새 분야로 치부되지만, 오늘날 전 세계적 위기들 속에서, 건축 분야의 주류 방향으로 발전할 수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캐리어 백 건축 이론은 건축의 크기와 규모가 그 영향력에 반드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건축 교육에서부터 거창한 건축적 제스처를 강조하는 것은 건축의 진정한 필요성을 왜곡하며 결국 건설에 대한 중독을 촉진한다. 캐리어 백 건축 이론 선언문에서 언급했듯, 건설은 공간적 필요보다 경제적 이유로 촉발될 때 중독이 되어버린다. 건축은 이 중독의 촉진제 역할을 해야 할까, 혹은 그 해독제 역할을 해야 할까?

bAKSM(2018) / ©Yerçekim

사라챠네 도서관 계획안 투시도 / ©SO? Architecture & Ideas
윤: 건설 중독에서 벗어난, 그러나 여전히 물리적 개입의 주체로서 각 작업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나? 수영장과 창고처럼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재사용하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몰락한 쇼핑몰의 아트리움을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한 bAKSM(2018)은 기존 시설의 구조를 변화의 무대로 삼았고, 사라챠네 도서관(진행 중)에서는 사라진 건물의 원형을 복원하고자 수천 장의 아카이브를 조사했다.
바이라크: 사라챠네 도서관은 1급 등재 건축물이었지만 IPA 캠퍼스와 bAKSM은 1990년대 부동산붐 시기에 지어진 별 볼 일 없는 건물들이었다. 법규를 제외하고, 건물의 재사용을 제안할 때 두 가지 주요 질문을 던진다. 첫째는 건물 자체에 관한 것이다. 건물이 역사적 또는 미적 가치가 부족하더라도, 다른 용도를 위한 새로운 외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수용력을 갖췄는가? 두 번째는 그 맥락에 관한 것이다. 건물이 세워져 있는 환경을 고려할 때 그 건물의 재사용이 생태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측면에서 재건축보다 더 유익한가? 우리는 건물을 짓는 데 가장 빠르고 저렴하며 쉬운 방법은 재건축이라고 말하는 흔한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다. 기존 건물을 대할 때 재사용하기를 겁 먹는 이유는 건축가, 시공자, 그리고 건축주가 좀 더 많은 인내심과 호기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지, 그 과정 자체가 기본적으로 더 비용이 많이 들고 번거롭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재사용 프로젝트를 위해선 팀워크의 노력이 중요하다. 건축주, 행정관, 시공자, 건축가, 시민들이 협력해야 한다.
윤: IPA 캠퍼스의 두 건물은 공공의 땅이 소수에게 점유되던 정치적 역사를 환기하고 있다.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건물의 복잡한 소유권 등에 난관이 있지는 않았나? 최근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이스탄불 시장 에크렘 이마모올루가 정치 생명에 위협을 받으면서 현재는 IPA의 미래 또한 불확실해 보인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과 불안정성 속에서 SO?는 어떻게 작업을 지속하나?
괵타슈: 수영장과 창고의 설계와 시공은 매우 짧은 기간 내에 완성됐는데, 이는 IPA 팀과 에크렘 이마모올루 본인 모두 캠퍼스 내 기존 구조물들을 재사용하는 아이디어에 열렬히 호응했기 때문이다. IPA 캠퍼스는 이미 여러 단계의 건설 과정을 거쳤다. 프로젝트가 종료되더라도 100년의 역사 동안 여러 사유화 프로젝트들의 중심이었던 플로리아 숲은 더 이상 제압당할 뻔했던, 이전과 같은 위기에 처하지 않을 것이다. 공공 공간을 되찾는다는 상식, 그리고 이마모올루 팀이 공공 공간에 집중함으로써 창출된 에너지는 다른 정치 정당들에게도 규범이 되었다. 과거 공공 영역을 소홀히 했던 다양한 행정부가 오늘날 공공 담론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고무적이다. 물론 프로젝트의 향후 단계는 중단될 위험에 처해 있지만, 불가측성과 불안정성은 언제나 SO?의 작업에 장애물이 아닌 오히려 동력이 되어왔다.

바즐라르 도시 공원(2025)의 변경 전 항공사진 / ©Oral Göktaş

바즐라르 도시 공원(2025)의 변경 후 항공사진 / ©Oral Göktaş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
윤: 강력한 개발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선택한 뒤 지금까지 다양하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지속해왔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SO?의 걸음을 돌아보면 어떤가?
바이라크: 우리가 실무 경력을 쌓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렸던 이스탄불의 거대한 변모는 현재 정치적및 경제적 위기로 인해 불가피하게 끝을 맺었다. 그러나 우리가 실무를 시작한 방식은 지금의 우리를 형성했다. 일관되게 추구해온 SO?의 유일한 목표는 도시가 투자자들보다 이익을 적게 얻는 프로젝트를 피하는 것이다. 대신 시민들을 위한, 시민이 접근할 수 있고, 시민에게 공정하며, 잘 구조화된 공공 공간을 창출하는 집단적 실험으로서 도시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들에 집중해왔다. 그저 토지를 보다 수익성 있는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의 잘 알려진 프로젝트들을 나란히 배치해보면, 닭집부터 수영장, 스카이 스포팅 스톱부터 수프라, 혹은 bAKSM부터 사라챠네 도서관에 이르는 보이지 않는 궤도를 추적할 수 있다. 이러한 궤도에는 사람, 수영장 타일, 동물, 바닷물, 식물, 그리고 광장과 바리케이드가 있다. 이들 각각은 건축 자체와 함께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서 등장한다.
이 모든 작품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아이디어의 실현이 건축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결국 그 보이지 않는 궤도는 캐리어 백 건축 이론으로 구체화되며, 이는 건물을 단일한 영웅으로 보는 대신 장면 속 모든 이들과 모든 사물들에 초점을 맞추도록 제안한다.
윤: 이번 특집은 튀르키예 건축을 아시아 건축과 도시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SO?의 실천을 튀르키예를 넘어 아시아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괵타슈: ‘아시아적 건축’은 그 자체로 복잡한 칭호다. 이는 단순히 광대한 지리학적 대륙을 대표하기 때문일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조차 단일한 꼬리표로 그룹을 이룰 수 없는 건축적 전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적 맥락을 유럽보다는 아시아 국가들과 더 가깝게 연계시키는 것은, 최근 수십 년간 경제적 동력에 의해 촉진된 폭발적인 대규모 도시 개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튀르키예 건축사무소는 빠르게 이루어지는 개발의 도구로 기능하거나, 건축에 대한 접근 방식의 변모를 탐구하는 입장으로 나누어진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건설 열풍이 일어나던 중 리우지아쿤이 “지속되는 것은 지어진 건축의 이미지가 아닌, 그 아이디어와 영향력이다”라고 말한 시점의 세계적 및 지역적 조건들은 튀르키예의 맥락과 매우 유사하다. 바로 건설 중심의 경제라는 점에서 말이다. 리우지아쿤이 말한 것과 유사한 환경에서 우리는 캐리어 백 건축 이론 선언문을 발전시키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아름다움과 기능성에 대해 우리의 고착된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 건축을 오브제가 아닌 이야기로 정의할 때 비로소, 우리의 답은 “그렇다”이다.
‘유령 이야기: 캐리어 백 건축 이론’을 주제로 한 2023 베니스비엔날레 튀르키예관 전시 포스터 / ©SO? Architecture & Ideas


바즐라르 도시 공원 / ©Oral Göktaş / ©Oral Gökta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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