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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적 해법으로서 주차장: 유종수, 김빈 × 임진수 × 이정훈

사진
노경(중안지구 공영 주차타워), 장미(에이덴 사옥 및 주차타워)
자료제공
코어건축사사무소(중안지구 공영 주차타워), 아크로마키 건축사사무소 (에이덴 사옥 및 주차타워)
진행
방유경 기자

「SPACE(공간)」 2025년 10월호 (통권 695호) 

 

‘크로스크리틱’은 두 프로젝트를 연관된 주제 아래 살펴보고자 기획됐다. 건축가들이 함께 나누는 비평적 대화가 동시대 건축 현장의 쟁점과 화두를 드러내는 실천적 담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 

 

주차장은 ‘싸고 쉽게 짓는 건물’이라 생각하지만, 건축가가 개입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만만치 않다. 차량과 사람의 통행 흐름을 위한 최소 치수와 동선 분리, 기후변화와 외기 노출에 대한 대비, 민원을 고려한 선제적 대응, 민간 주차장의 경우라면 상업적 성공까지. 건축가는 기회의 가능성과 책임의 무게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이번 크로스크리틱에서는 진주와 하남, 상반된 도시 맥락에서 만들어진 두 주차장을 통해 이런 주제들을 펼쳐보고자 한다. 논의에 불을 지필 전문가로 다수의 주차장을 설계한 이정훈(조호건축사사무소 대표)이 함께했다. 

 

 

코어건축사사무소의 중안지구 공영 주차타워(2025)의 계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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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안지구 공영 주차타워


방유경(방): 이틀 동안 진주와 하남을 오가며 상반된 두 종류의 주차장을 살펴보았다. 두 곳에서 발견한 장점, 가능성, 혹은 질문을 꺼내어 대화를 시작하면 좋겠다. 먼저 진주 중안지구 공영 주차타워(이하 진주 주차장)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이정훈(이): 진주 주차장을 돌아보면서 실험적인 작업이라 느꼈다. 아마도 진주 총괄건축가와 설계공모 심사위원 등 전문가들이 관여했기에 도전적인 안이 실현된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후면 주차 뒤쪽으로 테라스처럼 만든 보행통로가 인상적인데,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접근이다. 도시적으로도 버퍼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영민한 해결 방법이라 느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내 경험상) 보행로가 외기에 노출되면 비가 들이치거나 바닥이 얼어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민원을 생각하면 발주처에서 수용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설계 변경 요구는 없었나?

유종수(유): 진주 주차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공공 프로젝트 중 가장 원안에 가깝게 실현된 사례다. 주차대수를 일부 조정하고, 차량 회전 시 부딪침을 방지하기 위하여 경사로 끝단을 곡면 처리한 것과 옆집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폴리카보네이트를 추가한 것 정도가 달라진 부분이다. 사실 발주처에서는 보행통로를 우려하기보다 오히려 좋아해주었다. (웃음) 실시설계를 하면서 외부 노출에 따른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보행통로 방수를 진행하고, 주차장 공간 안쪽으로 빗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트렌치 등을 설치했다.

임진수(임): 기능에 따라 서번트(servant) 공간과 서브드(served) 공간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오브제 요소를 패턴처럼 도입한 점, 계단실을 코너에 배치해 재료와 조형에도 차이를 둔 점 등 파편화된 요소들이 주차장이라는 프로그램에 적절히 대응한 전략으로 읽혔다. 외부 보행통로가 시각적인 켜를 형성해 입면에 깊이감이 생긴 점도 좋았고. 특히 기하학적인 벽돌벽이 눈에 띄는데 그간 보여준 조형적 언어의 연장 같기도 하다.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나?

김빈(김): 공모를 준비할 때부터 거대한 주차장이 도시 풍경을 해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법적으로 바닥면에서 60cm 이상 높이로 설치해야 하는 충돌방지벽을 콘크리트로 만들고, 그 위에 벽돌을 쌓아 차량이 직접 보이지 않게 가리는 방법을 고안했다. 옛 배영초등학교를 비롯해 벽돌 건물들이 주변에 많아 벽돌이 어울리는 재료라 생각했다. 재료 낭비도 줄일겸 벽돌을 넣고 빼면서 구축하기 편한 형태로 만들다 보니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로 정리된 것이다. 

방: 사진에서는 기하학적인 벽돌벽이 거대하게 느껴졌는데, 실제로 보니 동네 스케일과도 잘 어우러지는 아기자기함이 있다. 인근의 학교, 다세대 건물, 관공서 건물의 벽돌벽과 담장을 직접 마주하고 있어서인지 맥락상 적절한 재료였다고 설득이 되더라. 계단실을 의도적으로 주차 공간에서 이격해 다양한 틈을 만들어 주변 풍경을 보여주려는 태도도 동네와 조화하는 데 한몫하는 것 같다.

유: 건물이 위압적이지 않되 도로와 만나는 결절점에서는 인지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콘크리트로 된 둥근 계단실은 프로젝트에서 가장 조형적인 요소였는데, 슬릿한 개구부를 만들기 위해 금속 거푸집을 적용했다. 시공이 까다로웠지만 이런 작은 틈들이 도시와의 연결성을 만드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이: 옥상에 설치한 플랜트의 식물이 자라 1층까지 드리우면 트로피컬한 분위기로 주차장 풍경의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상상이 됐다. 정착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녹음이 풍성해진다면 보행통로를 따라 멀리 걸어가는 여정도 즐거운 일상의 한 부분이 될 같다. 경험상 면적을 환산가치로 치밀하게 따지는 민간 주차장에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방식인데, 이런 부분들이 공공 건축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스케일감, 재료, 버퍼존, 조경이 어우러져 도시적으로 봤을 때 이질감이 없는 따스함을 주지 않나. 모르고 봤다면 원래 그 자리에 10년은 있었던 건물로 인식했을 거다. (웃음)

방: 1층 카페가 주민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니 잘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주차장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한다면 근린생활시설(이하 근생)의 수를 더 늘리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는 않았나? 

유: 당초 공모지침에는 근생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다.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우리가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이다. 사실 당선 이후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발주처에서 이 공간을 좋아해주었다. 현재 지역의 시니어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김: 공공시설에서 상업 공간을 늘리게 되면 특혜 논란, 주변 상인들의 민원 등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에서 임대주택을 지을 때 인근 임대업자들이 반발하지 않나. 주민들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주차장에만 국한되지 않는 훨씬 복잡한 문제인 듯하다.

이: 그럼에도 길과 면한 1층에 미용실, 편의점, 세탁소 등 다양한 업종의 상가가 모였다면 훨씬 다채로운 풍경이 됐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다. 새로운 해법을 제안한 건축가에게 민원과 법규 등 문제해결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사전 기획설계 단계에서 가로 활성화를 더 고민하고 선제적으로 적절한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 아닐까.

임: 공모지침에 없는 제안을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요즘은 공공에서 발주한 설계공모에 응모할 때 의도적으로 지침을 위반하거나 애매한 규정을 살짝 비틀어서 심사위원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더라. (웃음) 건축가가 하고 싶은 대로 설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모 당선’이 아닌 ‘5등 진입’을 목표로 (공모에) 뛰어드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이: 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일리가 있는 논리다. 심사위원의 입장에서 보면 최종 심사에서 비슷한 해법의 안을 중복해 선정할 수 없지 않나. 한편으로는 사전 기획이 완벽하다고 볼 수도 없다. 특정 조건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 방향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창의적인 해법이 있다면 그것을 선정해 알리는 것도 공공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러려면 심사위원도 잘 선정해야 한다. 진주처럼 말이다. (웃음)

 

 

 

코어건축사사무소의 중안지구 공영 주차타워(2025)의 계단실 

 

 

에이덴 사옥 및 주차타워

방: 반면 하남의 에이덴 사옥 및 주차타워(이하 하남 주차장)는 신도시에 지어진 ‘사옥 겸 주차장’이다. 지식산업센터로 둘러싸인 주차장 부지에 지어졌다는 차이부터 짚어야 할 것 같다.

임: 건축주가 부지를 매입할 때 시에서 받은 공문을 보여줬는데, 지구단위계획 시행규칙 외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작성한 공문이 있었다. 건폐율은 최대 70% 미만, 연면적의 70% 이상은 주차장으로 근생은 30% 미만으로 용도를 제한했다. 거기에 더해 높이는 8층 이하로 명시되어 있더라. 쉽게 말해 ‘지구단위계획상 규정된 용적률을 100%를 못 채우는 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시행지침을 보니 또 다른 조건이 있었다. 1층 전면에 아케이드를 설치해야 하고, 2층 이상 근생은 한 층을 전용으로 쓸 때만 넣을 수 있다는 조항이었다. 골치 아픈 조건이었다.

유: 차량을 지상으로 올리려면 램프가 이어져야 하는데, 근생의 층을 분리하라는 건 결국 최상층으로 올리라는 뜻 아닌가? 이정훈이 설계한 용인의 헤르마 주차빌딩(2010)처럼 민간 주차장은 프로그램 구성에 따라 건물이 어떻게 다르게 작동할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구단위계획에서 그런 규정을 두는 것은 다양성을 저해하는 제약으로 보인다.

임: 이런 지점에서 공공과 민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공공의 설계공모는 사전기획을 통해 반영해야 할 조건들을 정리해서 제시하지만, 민간에서는 흩어져 있는 다양한 조건 자체를 전부 검토하고 재구성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그 결과 1층은 차량 진입부를 포함한 주차 면적과 근생 면적을 50:50으로 나누고, 램프가 통과하는 2층 이상의 층에는 근생을 넣을 수 없었다. 지하층도 연면적에 포함되는 바람에 용도를 배분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 아무래도 민간 주차장은 상업적 논리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 내가 작업했던 세종시의 경우, 모든 민간 주차장은 지구단위계획 지침에 따라 외장재에 두 가지 색(진갈색, 밝은 갈색)만 사용이 가능하고 루버 간격까지 정해져 있더라. 민간에서 주차장을 하도 난립으로 짓는 바람에 도시계획 차원에서 지침을 만들어 강하게 규제하는 것이다. 하남 주차장에서도 1층에 아케이드를 강제한 이유를 짐작해보면, 주차장들이 건폐율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도로에 바짝 붙여 짓기 때문에 도시 미관과 보행자를 고려해 이런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임: 하남 주차장은 커피머신 유통회사의 쇼룸과 사무실을 겸한 사옥이다 보니 회사의 상징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1층에 들어설 카페를 제외하고 근생 면적을 최상층(7~8층)에 집적할 수 있었던 것도 사옥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한국에서 생산된 주차장의 계보에서 보면, 하남 주차장은 전형적인 분양 로직의 주차장 계보에서 벗어난 독특한 사례다. 주차장 부지에 사옥을 짓는 이례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특수해라는 뜻이다. 조건으로 보면 대지면적이 너무 작아 개발업자가 매입해 분양에 성공할 수 없는 땅이다. 설령 2층에 주차장 면적만큼 근생을 넣더라도 차량 회전 반경을 확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특성상 상업시설은 1, 2층이 아니면 수익을 낼 수 없어 상층으로 갈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하남 주차장은 사옥이기 때문에 입면이나 재료, 구조 방식 등에서 설계의 자유도를 가질 수 있었다고 보인다. 상가 분양을 전제로 한 주차타워였다면 1~2층 저층부가 잘게 쪼개져 누더기처럼 보기 흉한 건물이 됐을 것이다.

방: 면적으로 보면 주차장이 주된 기능인데, 사옥으로서의 상징성과 주차타워로서의 인지성 두 가지 정체성을 어떻게 차별화해 드러내고자 했나?

임: 설계할 때부터 차와 사람을 위한 공간의 위계를 동등하게 봤다. 사옥으로 쓰는 공간의 입면은 투명한 유리면으로 마감하고, 주차 공간의 입면은 그대로 노출해 ‘닫힘과 열림’의 차이를 드러내면서도, 전체를 강력한 격자 체계로 통합하고자 의도했다. 주 입면인 동측 입면에는 수직 루버가 없었는데, 심의에서 차량이 보이지 않게 가리라는 지적을 받아 절반씩 가리면서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됐다.

이: 주차장의 충돌방지벽 높이를 60cm로 최소화하고 그 위에 눈에 띄지 않는 와이어 핸드레일을 설치했기 때문에 입면에서도 그리드가 강조될 수 있었다. 강력한 그리드를 통해 주어진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었다고 생각되는데, 왜 하필 격자 패턴을 적용했나?

임: 고백하자면 초기안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유선형의 건물이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규모를 줄여 수정하다 보니 비례와 공간감이 바뀌어 버리더라. 차라리 다시 설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설계 당시 마르셀 브로이어 같은 브루탈리즘 건축가에 대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던 터라 정합적인 모듈에 따르는 설계가 지닌 완결성에 매료된 것 같다. (웃음) 모퉁이에 있는 이형의 땅에 8.2×4.1m 구조 모듈에 맞춘 4.1×4.1m 격자 패턴을 적용하고, 초기안에서 분산 배치했던 코어를 가운데로 모으자 건축주가 요구했던 주차대수나 창고 면적 등 여러 조건들이 무리 없이 맞춰졌다. 변경된 안에 대해 “격자형 가로 패턴을 중심으로 구성된 신도시의 도시 조직을 입면에 투영했다”고 설명하자 건축주도 흔쾌히 수락했다.

 

 

 

 

아크로마키 건축사사무소의 에이덴 사옥 및 주차타워(2025) 

 

 

주차장, 도시계획과 공공성


방: 일반적으로 주차장은 ‘싸게 빨리 짓는’ 건물이라는 인식이 강하지 않나. 설계공모에서도 실제로 공사비가 낮게 책정되어 있는데 결국 도시경관의 일부라는 측면에서 공공성을 고려한 접근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유: 진주 주차장에서 외부 보행통로가 도시 안에서 작동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역으로 생각하면 그런 공간이 지금껏 없었기 때문에 사용하지 못했던 것이란 생각도 든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주차장 안보다 바깥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고, 그 순간이 보다 쾌적하면 좋지 않을까? 우리가 주차장에서 느낀 문제의식은 큰 덩어리의 건물이 주변과 어울리지 않고 무덤덤하게 존재한다는 거였다. 조금만 바꿔도 도시 풍경이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김: 주차장에서 차량 통행 폭, 회전 반경, 램프 각도 등 기능적 해결은 당연한 과제이기 때문에, 사람이 왔다갔다하는 그 짧은 순간에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고민하게 됐다.

임: 주차장은 불특정 다수에게 24시간 개방된 시설이기 때문에 도시계획 안에서 조치가 필요한 공공재라는 점에 동감한다. 민간이라면 사유지의 3분의 2 이상을 개방해야 하는 논리인데 이 공공성을 어떻게, 어디까지 해석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또한 도시 중심부에 들어서는, 눈에 띄는 건축물로서 시각적 공공재라는 측면도 있다. 하남과 진주의 주차장이 조형이나 재료 차원에서는 다르게 보이겠지만, 본질적으로 공공성에 대한 건축가의 인식은 공통된 문제라고 보았다.

이: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주차장이 대부분 도시계획상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도시계획에서 블록을 설계할 때 격자형 길을 중심으로 섹터를 구분하는데, 하나의 블록 안에서 도보로 접근 가능한 위치에 주차장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한다. 주차타워를 도시계획의 기본 코어로 배치하고 여기에서 확장해 상업시설을 배치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용도지역에서 필지를 구분할 때 상업시설, 아파트 시설, 주거시설, 저층형 복합 주거시설로 나뉘는데, 주차장은 용적을 고려해 나머지 세 시설들의 가운데에 배치한다. 그런데 운영과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주차장 필지를 애매한 크기로 구획하다 보니 무용한 필지들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주차장은 용도와 분류만 다를 뿐 시공에 소요되는 비용은 일반 건물과 큰 차이가 없다. 커튼월과 같은 마감비와 단열재를 제외하면 「소방법」 등 모든 조항이 근생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오히려 단가가 높은 주차 램프 공사 비용이 추가되는 실정이다.

방: 도시계획을 할 때 수익을 고려해 주차장 부지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어떤가?

이: 우리나라에서 주차장은 사업적으로 실효성이 거의 없다. 20~30년 운영해도 공사비를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근생을 20~30%를 넣어서 저층부 상가를 분양해 사업성을 맞춘 것이다. 대지 규모가 커지면 지대가 높아져 잘 팔리지 않게 되는데, 지방 신도시에서 그 폐해가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신도시 내 블록 중 개발되지 않은 나대지는 모두 주차장 용지라고 보면 된다. 이런 땅은 대규모 주차시설을 필요로 하는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입점하는데, 그런 업체들 역시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자신들은 2~3층만 사용하고 1층은 잘게 쪼개 임대자를 유치한다. 자본화된 도시의 민낯이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방: 사실 도시 내 주차장의 모습이라는 것이 천편일률적이다. 지저분한 풍경을 막기 위해 외장에 타공판이나 루버를 설치하지만 정작 내부에는 빛도 들지 않아 닭장에 들어간 느낌이라 답답하고 불쾌하다. 주차장이 이렇게 생산되는 구조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주차장은 도시적 맥락에서 양립 불가능한 것들을 양립시키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상업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지혜로운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적, 시각적 틈을 제공한 진주 주차장이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하남 주차장 또한 도시경관을 고려하면서 필요한 주차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개발 방식의 좋은 모델인 것 같고.

유: 우리의 경우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이정훈이 설계한 울산 KTX 주차복합시설(2018)처럼 차량을 1,000대가량 수용하는 시설이 되면 사람보다는 차량의 흐름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유통이나 물류 시스템처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 울산 KTX 주차복합시설은 지하 1~4층이 주차장, 지상 1~5층이 근생, 6~8층은 주차장, 최상층인 9~10층은 예식장으로 사용되는 복합시설이다. 저층부 상가 이용자들은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는데, 주말에 지상 주차장이 만차됐을 때를 가정하고 1,000대가 동시에 진출입하는 동선을 풀어야 해서 램프, 진출입로를 분리했다. 교통영향평가심의까지 받아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었다. (웃음) 사실 다수의 민간 주차장을 설계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민원을 해결해야 했다. 땅의 면적은 생각하지 않고 차량 회전 반경이 좁다는 민원이 있는가 하면, 외기에 노출된 스프링쿨러가 겨울에 동파돼 직원들과 직접 얼음을 깨러 가기도 하고, 사용자가 빗물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건축가를 찾아오더라. 이용상 문제까지 설계자에게 무한 책임이 지워지는 상황이다. 지금은 숙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장애물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방: 마지막으로 두 주차장을 돌아본 총평을 부탁한다.

이: 주차장 설계는 도시계획에서 시작된다. 도시 교통 흐름에서 중요한 지점에 들어서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공공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이때 어떤 도시를 만들겠다는 철학과 관점이 있어야 도시계획 차원에서 거리, 상업시설, 주차장의 역할과 기능을 정의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신도시마다 특화된 지구단위계획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관점에서 진주 주차장과 하남 주차장에 상징성이 있다고 본다. 지방 소도시의 쇠퇴한 구도심에 대응하는 방식과 신도시의 도시 규제 및 상업성이라는 로직을 풀어내는 방식으로서 말이다. 물론 후자의 경우 임대와 사옥이 결합된 특성도 중요하지만, 둘 다 건축적으로 새로운 유형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두 가지가 절충된 형태의 가능성도 있다고 보이는데, 좋은 도시와 좋은 건축은 결국 제도와 시스템, 사회적으로 합의된 도시계획에서부터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건축가들이 지구단위계획 같은 도시계획 입안이나 마스터플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아크로마키 건축사사무소의 에이덴 사옥 및 주차타워(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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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PACE(공간)」 695호(2025년 10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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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수, 김빈
유종수, 김빈은 코어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다. 코어건축사사무소는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다양한 건축가들이 모여 지식을 공유하며 건축을 고민하는 집단을 목표로 한다. 현대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여 집단지성의 힘을 토대로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지속 가능한 건축 집단이 되는 것을 지향한다. 구축 방식, 프로그램 구성, 재료 실험을 비롯해 변화하는 사회구조에 대응하는 새로운 유형 찾기에 관심이 있다. 이를 통해 건축과 도시, 인테리어, 인프라까지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의 크고 작은 규모의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임진수
임진수는 경기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파리 벨빌 국립건축학교에서 프랑스 건축사(DEA)를 취득하고 2012년부터 아크로마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경관에서 건축이 가질 수 있는 특질을 탐구하고 실천하는 작업을 통해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와 민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이정훈
이정훈은 건축과 철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낭시 국립건축학교,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건축재료학 석사학위 및 프랑스 건축사(DPLG)를 취득했다. 이후 시게루 반 건축사사무소,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에서 근무했고, 2009년 서울에 조호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젊은건축가상, 디자인 뱅가드, 독일 프리츠 회거 건축상, 미국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상, 독일 아이코닉 건축상,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김종성 건축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받았다. 서울시 공공건축가, 충청남도 수석 공공건축가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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