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형태 속의 이야기들: 서재원 × 김효영

사진
진효숙 별도표기 외 (청운동 작은집), 김보경 별도표기 외 (청운동 P씨댁)
자료제공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청운동 작은집), 김효영건축사사무소 (청운동 P씨댁)
진행
박지윤 기자
background

(상단 이미지) 김효영건축사사무소의 청운동 P씨댁(2025). ©Park Youngtae ​

 

「SPACE(공간)」 2025년 8월호 (통권 693호) 

 

첫눈에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대표 서재원)와 김효영건축사사무소(대표 김효영)의 건축에 끌린다면, 그건 아마 형태의 독특함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귀여운 것은 끌어당기고, 흥미로운 것은 멈춰 세우며, 낯선 것은 주춤하게 만든다.▼1 이러한 형태들은 자칫 사소해 보이나 분명한 힘을 갖고 있기에 누군가는 그 내면의 이야기에까지 빨려 들어간다. 형태 속의 이야기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건축의 직능과 방법론에 관해 말하고 있다. 최근 완공한 청운동 작은집(2024)과 청운동 P씨댁(2025)을 통해 그 속을 들여다본다.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의 청운동 작은집(2024)

시공 오류 수용 디자인: 모자걸이(왼쪽), 이상한 네모(오른쪽). ©Suh Jaewon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의 청운동 작은집(2024)​​



​박지윤(박): 최근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김효영건축사사무소가 청운동에 각각 주택을 완공했다. 규모, 신축과 리모델링이라는 면에서 차이는 있지만 용도가 같다는 점에서 대별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은 갖추었다고 보았고, 이번 기회에 같은 부류로 묶이곤 했던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았다.

 

건축의 청자

서재원(서): 둘 다 기하학과 색을 쓴다. 내가 조금 더 형식에 치중하고 덜 공격적인 색을 쓴다면, 김효영은 형태를 더 추구하고 주목받는 색을 쓰는 것 같다. 또한 나의 색은 내재적으로 작동하는데 김효영의 색은 외재적이다. 예를 들어 청운동 작은집의 스터코 마감이 연분홍색을 띠는 이유는 다른 주변 붉은 벽돌 건물들에 묻히기 위한 것이지 외부에 드러내기 위해서는 아니다. 

김효영(김): 건축(계)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에 대응해 풀어나가는 건축 어휘가 비슷해서 세세하게 살펴보기 전에는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레퍼런스를 차용한다는 방식도 비슷한데, 방법론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나는 외부, 즉 대중과의 소통을 염두에 두고 우리 사회와 건축에 접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발언한다면 서재원은 내적 담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건축계 내 자성적인 목소리를 내는 쪽이다.

박: 청운동 작은집에서는 입면의 커진 혹두기, 청운동 P씨댁에서는 크고 둥근 달항아리가 요소를 다루는 방법론의 차이를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다. 혹두기는 서양의 것에서가 아닌 지금 우리 땅에서 우리의 건축 요소를 직시하자고 건축계에 발언하는 것이고, 달항아리는 옆집과의 시야 차단을 위한 건축주의 요구를 과장해서 해결한 것이다. 기능을 과장하면서 건축을 보게 한다.

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혹두기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일반적인 혹두기보다 크기가 큰 것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커진 혹두기를 이상하게 보는 이들은 건축가일 것이다.

김: 일반인들에게도 튀지 않을까? 골강판을 지지하기 위한 각파이프 또한 입면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를 보통의 사람들은 마감이 깔끔하지 않다고 여기면서 독특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서: 전면에서 골강판 하지를 노출한 것은 기와지붕 아래 한 번 더 폴리카보네이트 골판을 얼기설기 덧대는 옛날 민가의 건축에서 참조했다. 또한 서촌이라는 콘텍스트 안에 있기 때문에 거리의 사람들이 낯설게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

박: 각 요소만 조명해서 보면 튈 수도 있지만 길거리에서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반면 김효영의 크고 둥근 달항아리는 논란의 여지 없이 튀고, 이는 다분히 의도된 것이다. 김효영은 대중들이 왜 자신의 작업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 목적이 무엇인가?

김: 나는 건축의 내부 담론과 외부와의 소통이 없는 것을 문제로 보고 건축이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고민한다. 그래서 건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와 함께 이야기할 만한 내용을 찾고, 어떻게든 소통하겠다는 의지로 이를 고함치듯 드러낸다. 점촌 기와 올린 집(2018)은 건축에 대한 취향을 대변하는 기와지붕과 기능적 평면이 서로 맞지 않고 미끄러지는 상황들을 드러내려 한 것이고, 압구정 근린생활시설(2020, 「SPACE(공간)」 655호 참고)은 압구정이라는 지역의 물신적 욕망이 뭉쳐져 있는 상황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청운동 P씨댁의 큰 원형 벽은 시선 차단을 위한 건축주의 요구에 의한 것이지만 외부로 잘 드러나는 옹벽 위에 있어 달항아리 작가인 건축주 어머님의 상징이자 건축주가 다시 돌아온 것에 대한 기념비를 만들고자 했다. 여하튼 형태는 목적이 아니라 내용의 표현이다. 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떤 내용을 드러내고 말하려 하는가가 중요하고 그 내용에 맞는 표현인지가 중요하다.

 

 

김효영건축사사무소의 청운동 P씨댁(2025) 

김효영건축사사무소의 청운동 P씨댁(2025) 



형식 위 재료와 요소

서: 둘 다 형식주의자라는 점도 유사하다. 구성을 기하학적으로 떠올린 후 다른 요소들을 더한다. 한편, 김효영의 이번 작업은 잘사는 집의 다른 유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부잣집이라고 하면 비슷한 요구 사항, 값비싼 손잡이, 수입산 대리석, 깔끔해 보이기 위해 숨긴 디테일 등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전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빨간색 페인트를 두드러지게 전면에 드러낸 것은 소위 ‘물성(materiality)’을 신격화했던 기존의 유형들과는 어느 정도 거리감은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몰딩까지 빨간색으로 했더라. (웃음) 그것까지 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물론 빨간색 몰딩은 공정도 어렵지 않고 공예적인 측면도 없지만, 사방을 보았을 때 공간이 뜬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 주택 리모델링이기 때문에 외부 형태를 계획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비교적 작은 스케일을 다루다 보니 디테일에 집중하게 됐고 금속의 공예적 느낌을 가져오고 싶었다. 또 기존 외벽의 재료가 빨간 벽돌인 점을 감안해 과하게 두드러지지 않는 빨간색을 금속에 일괄적으로 사용하자는 원칙을 두었다.

서: 개념적으로는 이해되지만 입구의 캐노피나 기둥 등 둔탁한 오브젝트만 빨간색이었다면 그 자체로 더 완결적이었을 것 같다. 입구에서도 원형 달항아리에 빨간 프레임을 둘렀는데 경험적으로도 만약 원형 달항아리가 클라이맥스라면 진입로에서는 빨간 프레임을 없애 숨을 죽여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에서도 존재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원칙을 세웠더라도 현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 몰딩은 사실 도면에서는 정해진 색이 없었다. 현장에서 몰딩의 색을 결정해야 할 때 금속은 빨간색이라는 일관성을 고려해 정한 것이다. 달항아리 또한 흰색 덩어리를 만들지, 빨간 띠를 두를지 고민했는데 일관성을 유지하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서: 아래 골목길에서 보이는 달항아리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은 장면은 좋았다. 굴뚝, 지붕, 달항아리 같은 덩어리가 겹쳐진 장면이 르 코르뷔지에의 퓨리즘, 조르조 모란디의 도자기 그림들을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다만 만약 내가 그 장면을 염두에 두었다면 난간은 빨간색으로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선의 요소가 덩어리들의 구성을 해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유리 난간으로 하면 빛반사 때문에 애매하고, 벽돌을 더 쌓자니 안전상 불안했을 것 같긴 하다. 다른 수를 찾아야 한다.

김: 낭떠러지 앞의 벽돌은 공사하는 내내 불안했다. 한 장만 빠져도 대형 사고다. 그래서 벽돌 안쪽으로 난간을 세우고 브래킷을 내밀어 기존 담장을 지지하도록 했다. 이같은 선적인 요소들에 더해 유리블록도 사용했는데 투명한 재료로 인해 금속의 공예적 부분이 강조되면서 벽돌집이 지어진 시기와 다른 시간대를 떠올리게 하기를 바랐다. 유리블록과 금속 디테일이 많은 메종 드 베르(1932)라는 집에서 참조점을 찾았다.

서: 다른 요소가 많기도 해서 정신이 조금 없긴 한 것 같다. (웃음) 실내에서도 구조 보강을 위한 철골기둥을 벽 안에 숨겼을 수도 있는데 일부러 밖으로 빼서 빨간색으로 칠해 요소로 만들었다.

김: 철골기둥을 받친 후 기존의 구조벽을 허물었고, 그 구조를 표현적 요소로 사용한 것이다. 또 내가 요소를 쓸 때는 용감하지않나. (웃음) 그런데 청운동 작은집도 요소가 많지 않은가?

서: 요소보다는 재료가 많다.

김: 철, 돌, 유리블록, 나무, 벽돌, 금속, 타일… 재료도 많긴 한데 요소도 많다. 입면만 보아도 주차장 앞의 살문, 가장자리에 금속 날개, 안쪽으로 중앙이 살짝 꺾인 매스…. 꺾인 매스에서 흥미로운 건 대지 경계선을 따르는 듯하면서 사실상 매스는 그보다 덜 꺾여 있다는 점이다.

서: 재료와 관련해서는 주택까지 모두 하얀색으로 마감하는 경향을 꼬집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용도 구분 없이 너무 모널리틱하고 싶어 하는 건물이 많다. 미술관이면 모널리틱한 디자인이 적합할 수 있지만 청운동 작은집은 주택이다. 안방, 아이방, 복도, 세탁실 등 용도에 따라 적재적소의 재료를 사용하되 개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조금 더 과하게 사용했다. 저녁에 청운동 작은집을 찍은 사진을 보면 내부 공간과 그 안의 가구들도 비춰 전체적으로 잡다하게 보인다. 이게 우리네 삶 아니냐? 꺾인 매스와 관련해서는 평면을 너무 예각으로 계획하면 기능적인 문제가 생긴다.

김: 나라면 더 꺾었을 것이다. (웃음) 대지와 길의 형태를 따르는 것이 마을 익명의 건축들의 특성이고 그것을 반영한 것이 이 집 특성의 출발이라면, 대지 경계선의 꺾임과 맞추거나 혹은 더 꺾었을 수도 있다. 나에게는 강조점을 드러내고 그 의도를 궁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 그것이 너와 나의 차이다. (웃음)

박: 두 작업 모두 기둥을 요소로 사용한 점도 공통적이다.

김: 청운동 작은집의 기둥은 구조적으로만 따지자면 없어도 된다.

서: 없애는 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러려면 내력벽으로만 설계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2층 방의 벽을 지붕까지 올려야 하기에 거실 공간이 답답해진다. 주방과 거실을 구분하는 방점을 찍은 것이기도 하다. 계획 당시는 『잃어버린 한국의 주택들』(2024)의 원고를 가다듬던 때였는데 단행본에서 언급된 ‘우산을 주제로 한 주택’의 우산 모양 지붕처럼 한 가족을 포근하게 감싸는 느낌을 상상했다. 일부러 지붕의 꼭짓점에 맞춰 기둥을 두지 않은 건 철근콘크리트 구조라는 구법의 표현이다. 천막같이 꼭짓점에 맞춰야 지지되는 구조가 아니다. 

김: 내가 기둥을 벽 밖으로 꺼낸 것처럼 청운동 작은집의 기둥도 형식적인 측면이 있다.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가 젊은건축가상을 받을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김승회(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엄격한 평면에 다른 요소를 집어넣는 방식을 언급했었다. 티베트 승려들이 모래로 만다라를 완성한 순간에 후 불어버리는 것 같다고 표현했던 듯하다. 이처럼 엄밀한 형식에 요소를 더해 풍자로 만드는 측면이 있다. 혹두기도 고전 건축의 러스티케이션을 우리나라 집 장사꾼들이 부잣집처럼 보이게 하려고 썼던 요소 아닌가. 그 혹두기를 아무도 안 쓰는 지금에 와서 큰 크기로 이고 지고 와서 붙인 것은 엄연한 풍자적 요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 자기 파괴적인(?), 형식을 만들고 스스로 다시금 파괴할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효영건축사사무소의 청운동 P씨댁(2025). ©Park Youngtae 



우연한 혹은 새로운 미감

서: 많은 사람들이 청운동 작은집을 리노베이션 작업으로 착각하더라. 골조와 마감 면이 정확하게 맞지 않은 것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인데, 사실은 공사비가 워낙 작아서 발생한 일이다.

박: 윤리적 측면에서 시공의 질을 위해 작업자들에게 과한 노동을 요구하지 말자고 말해오기도 했지만, 막상 리노베이션 같다는 말을 들으니 어떻던가?

서: 나쁘지 않았다. 나는 옷도 구제나 약간 물 빠진 것을 선호한다. 어느 순간 건축도 비슷한 미감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세련된 디자인을 못 해서인지, 여건 때문에 못 해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옷도, 건축도 새것 같은 디자인은 이상하게 불편하다.

김: 나도 비슷하다. 여건이 열악한 작업을 일부러 선택하지도 않고, 세련된 미감의 결과물을 만들 수는 없지만 이러한 디자인이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산이 빠듯한 작업은 현실과의 부대낌이 묻어나고, 포기하지 않는 한 새로운 종류의 미감이 생긴다.

서: 얼굴에 화장을 한다고 해보자. 볼에 파운데이션을 바르다 보면 턱도 발라야 하고, 턱을 바르면 목도 발라야 할 것 같고, 끝도 없다. 청운동 작은집의 2층 기둥도 자세히 보면 거푸집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고, 타설을 두 번 해서 위쪽의 기둥 두께가 조금 더 작다. 시공자는 미안해하며 미장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두 겹으로 된 빨대 같기도 하고 어눌한 느낌도 나서 괜찮아 보였다. 이러한 투박한 느낌을 좋아하긴 하지만 혹시 우리의 열악한 현실을 정신 승리로 넘겨버리는 것은 아닌지 항상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여전히 숙제다.

김: 서재원이 「미로」 1호에서 “‘공예’를 할 생각 말고 ‘공사’를 하자”고 했던 언급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애초에 투박한 결과물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것을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서: 공예는 공사 때 말고 설계 때 하면 된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청운동 작은집에도 공예적인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2층 방의 한옥식 문은 기성 제품이 아니다. 창살의 두께와 간격, 창호지를 조율해 방의 크기에 맞는 적절한 양의 빛이 스며 나오도록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무언가를 잘 세공해 표상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만드는 방식 혹은 태도를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쪽에 가깝다. 이것을 정신적 공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한 미감은 오히려 고도의 미학적 계산이 필요하다. 거푸집 표현이 그대로 남아 있는 노출 콘크리트 부분도 있는 반면, 계단실 벽체는 도장하고, 두꺼운 금속 난간 및 벽면에서는 애매하게 꺾인 각도의 부분들도 모두 세심하게 표현해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 ‘의도된’ 투박한 미감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공을 들였고 실제로 구현됐다고 생각한다.

박: 그렇다면 서재원은 예산이 충분하다면 마감의 완성도를 세련된 방식으로 높일 것인가?

서: 통용되는 방식으로 완성도를 높이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한정된 예산 내에서 내가 욕심을 부리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벽돌 쌓는 사람이든 금속 하는 사람이든 건축주든 혹은 건축가든. 청운동 작은집은 시공자도 건축주도 나도 많은 부분 만족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건전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기 비판적인 잣대를 내려놓지는 않고 있다. 재료가 많으면 공정의 종류가 많아지고 시공비가 올라간다. 결국 전체적 균형이 중요한데 개념을 위해 재료를 더하고, 윤리를 위해 시공의 힘을 빼는 등 한정된 여건과 상황 내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작업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박: 재료를 여러 개 사용한다든지, 투박한 미감을 갖고 있다든지, 애초에 시공 오류가 발생해도 수용 가능한, 가능성이 많은 디자인인 것 같기도 하다. 세련된 디자인이었다면 오차가 발생했을 때 어색했을 것이다.

김: 딱딱 맞아떨어져야 하는 디자인이면 시공의 오류를 수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부수고 다시 시공해야 한다.

서: 어… 난 원래 딱딱 맞아떨어져야 하는 디자인을 한 거다…. (웃음)

_

1 해당 문장은 윤원화의 ‘두 개의 꾸러미— 귀여움에 관한 노트’(https://yellowpenclub.com/blog/007)의 한 문장을 인용 및 변주한 것이다.

 

 

월간 「SPACE(공간)」 693호(2025년 08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재원
서재원은 대한민국 건축사이자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의 대표다. 주요 작업으로 정동 시민주도학습플랫폼, 호지 강릉 등이 있다. 2017년에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고 2021년에 김태수 크리틱 펠로우십(TSK Critic Fellowship)의 대상자로 선정됐다. 2024년 가을에는 포르투갈에서 열린 전시에 초대 작가로 참여한 바 있으며, 2025년 봄 런던의 바틀렛 건축학교(UCL)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저서로 『건축의 메타게임』(2014), 『잃어버린 한국의 주택들』(2024)이 있고 현재 서울대학교에 출강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효영
김효영은 단국대학교와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여러 젊은 건축가의 아틀리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다가 2015년 김효영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그는 건축이 만들어지는 상황에 감정이입하여 성격을 찾아내고 표현하며, 이를 통해 드러나는 질문으로 건축과 지금의 우리를 묶어내려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