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스테이, 그 다음: 지랩 (1)

자료제공
지랩
진행
방유경 기자

「SPACE(공간)」 2025년 8월호 (통권 693호) 

 

​“스테이 경험의 시작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특별한 감각을 지닌 호스트가 세심하게 준비해놓고 떠난 환대의 공간과 분위기를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다.”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서, 스테이를 통해 건축이 경험으로 완결되는 서사를 설계해온 지랩. 지난 10여 년간 이들의 활약은 스테이가 하나의 장르로서 독자적 시장을 형성하며 자리 잡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지랩이 제주를 중심으로 선보인 공간을 함께 돌아보며 스테이의 발전과 진화,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자​ 

 

 

오래된 돌집 두 채를 리모델링한 눈먼고래(2014). 기존 집의 고유한 분위기를 살리고자 외관은 거의 바꾸지 않고 지붕만 새로 교체했다. ©Kim Jaekyeong 

 

인터뷰 노경록 지랩 공동대표, 강해천 지랩건축사사무소 대표 × 방유경 기자 

 

 

방유경(방): 2014년 디자인 스튜디오로 출발해 10년 넘게 제주에 스테이와 카페 등을 설계하며 성장했다. 제주에 지어진 공간만 50개가 넘는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게 됐나?

노경록(노): 제주와 특별히 인연이 있거나 연고가 있던 건 아니다. 이창길(개항로프로젝트 대표)의 의뢰로 토리코티지(2013)를 작업하며 대학 선후배 사이였던 나, 이상묵, 박중현 셋이 의기투합해 2014년 1월 지랩(Z_Lab)을 창업하게 됐다. 이후 제주에 만든 공간들이 알려지며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온 계기가 된 것이다. 제주는 국내 유명 관광지이기도 하고 워낙 지역색이 강한 곳이라 산업적으로도 특수성이 있는 장소다. 그러다 보니 우리 디자인이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제주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방: 건축 부문을 이끌고 있는 강해천은 지랩이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2018년에 합류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
노: 지랩이 양적으로, 내적으로 사업이 분화되고 성장하는 시기였다. 지랩이 문을 연 뒤, 이듬해인 2015년 4월 스테이 큐레이션 플랫폼인 스테이폴리오 법인이 설립됐다. 세 대표의 성향과 역할에 따라, 지랩이라는 큰 지붕 아래 건축 디자인, 숙박 플랫폼 운영, 브랜드 디자인 및 스타일링 세 영역이 공존하는 체계였다. 그러다 전문성을 확보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스테이폴리오와 본격적으로 분리해, 2018년 4월 지랩건축사사무소가 설립되면서 대학 후배였던 강해천에게 건축 부문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강해천(강): 당시 나는 실무 8년차였는데, 대학 졸업 후 도심에 현대적인 건물을 설계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던 편이라 지랩이 나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웃음) 특히 눈먼고래(2014)에서는 돌집 두 채를 스테이로 리모델링하면서, 한 채의 지붕을 서까래만 남긴 채 철골 트러스로 지붕틀을 만들어 얹었는데 정확한 치수 없이 작업했더라. 정량적인 수치, 도면, 치수로 정해지는 건축만 보다, 돌을 쌓아 담장과 벽을 만들고 도면도 없는 형태의 지붕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놀랍고 신기했다.
노: 눈먼고래에서는 기존 돌집의 지붕선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옛 건물을 사진으로 촬영한 다음 이를 도면화시켜 현장에서 제작했다. 도면에서 나온 형태가 아니라 형태를 도면화한 것이라 자세히 보면 대칭도 안 맞고 어떤 부분은 휘어지기도 했다. 제주라는 특수한 환경과 여건에서 만들어진 반듯하지 않은 집들의 원초적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던 것 같다. 현장 실무 경험이 풍부한 강해천이 합류하면서 디테일, 완성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의 지역성과 현장 감각에 현대적 느낌이 조화를 이루며 우리 작업도 발전했던 것 같다.



조천마실(2019)은 돌집의 원형을 간직한 200년 넘은 집을 리모델링한 스테이다. 대대로 살던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 집에서, 마을로 마실을 나오듯 조천 사람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Lee Byunggeun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이 들고나는 제주 조천 바닷가에 위치한 조차(2023). 물과 바람에 씻기며 유난히 검은 색감을 갖게된 주변의 암반과 마을 분위기에 맞춰 채도가 낮은 짙은 색의 재료를 적용했다. 외부에는 숯탄화목을, 내부에는 철평석, 현무암, 화강석을 가공법을 달리해 사용했다.©moble


방: 작업에서 지역성을 강조해왔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설계에 적용했는지 궁금하다. 기후, 풍토, 재료를 포함한 물리적 환경을 비롯해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이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노: 건축가에게 지역성은 설계의 기본 조건이다. 대학 때부터 ‘사이트’가 주어지면 맥락과 역사, 환경에 대한 리서치가 당연한 수순이지 않나. 특히 제주는 지역색이나 특징을 충분히 살려도 된다는 암묵적 전제가 있는 땅이라 초반에는 형태(지붕, 돌담)나 재료(나무, 돌) 등 물리적이고 직접적 요소로 이를 표현했다. 그러다 점차 공간구성이나 배치, 마을과 호흡하는 스케일로 확장하면서, 동네의 고유한 분위기를 파괴하지 않는 태도와 접근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특히 독채 스테이는 호텔이나 리조트와 달리 소수의 인원이 이용하기 때문에 일상과 풍경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강: 마을 안에서 설계할 때는 전체적 스케일감에서부터 채가 나뉘어 있는 배치, 안거리, 밖거리, 고팡 등 주변의 모습에서 논리를 찾게 된다. 제주 중산간 숲 한가운데 지어진 스테이 느릇(2024)의 경우 기댈 것이라고는 나무, 메밀밭, 하늘뿐이었다. 이런 땅에 여러 객실이 모여 있는 스테이를 의뢰받았을 때 인위적으로 군집된 마을을 만드는 설정보다는, 지형과 풍경을 해치지 않고 낮게 깔리도록 한 지금의 배치와 형태가 적절하다고 판단하게 됐다.
노: 요즘은 지역성을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자원 안에서 개성을 만들 수 있는 요소’라 생각하고 있다. 장소가 지닌 강력한 자원이 적을수록 지역성을 깊이 탐구했을 때 이곳만의 특별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건축주가 지닌 성향, 라이프스타일처럼 사람에게서 기인하는 특성도 지역성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지역성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를 준 계기가 최근 있었다. 싱가포르에 ‘한국적 요소’가 들어간 카페 설계를 의뢰받아 현지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미팅을 진행했는데, 우리 계획안을 보면서 이건 ‘한국의 전통적 지역성’을 표현한 거지 자신들이 생각했던 한국성과 다르다는 뜻밖의 반응을 듣게 된 거다. 그들은 성수동, 강남, 홍대에서 본 특이한 카페를 상상했다며, ‘탬버린즈 성수 같은 건 한국밖에 없는 문화’라고 하더라. 글로벌 사업을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싱가포르에 론칭하는 ‘한국적 카페’란 그런 대상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하라 켄야가 『저공 비행』에서 “글로벌과 로컬은 다른 게 아니라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이야기한 대목이 떠올랐다. 한국성과 지역성도 단순히 과거를 답습하는 복원적 태도에서 벗어나, 감각이나 실리적 사용성 등 지금의 삶에 맞춰지는 공간을 중심에 놓은 새로운 해석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느꼈다.



조차 내부 모습.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을 찰나의 순간으로 기억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과 ‘조수 간만의 차이’라는 중의적 뜻을 담아 ‘조차’라는 이름을 붙였다. 서로 다른 볼륨을 가진 세 개 매스로 이루어져, 각기 다른 높이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돌마루가 놓인 주방 겸 거실.​ ©Moon Sungjoo

조차 내부 모습. ​땅과 가까운 높이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스파(오른쪽), 침실과 복층으로 연결된 수직적인 서재(왼쪽). ©moble​​


방: 지랩은 국내 최초로 론칭한 스테이 큐레이션 플랫폼인 스테이폴리오를 운영하면서 국내에 ‘스테이’라는 용어가 정착하고 시장이 형성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스테이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집이나 카페 설계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노: 주택은 건축주라는 명확한 주체의 라이프스타일을 건축가가 재해석해 설계하지만, 스테이에서는 어떤 경험을 줄지 우리가 제안하고 구상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현관, 방, 거실, 욕실, 침실 등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의 명칭만 같을 뿐, 주거와 상업 시설로 구분해도 무방할 만큼 다른 시설인 셈이다. 건축가들이 카페 공간을 통해 자기 건축의 내적 논리나 감각, 경험의 극단을 실험해보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도 하는데, 스테이에서는 극단으로 가지 않도록 조율하는 게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한다. 잠을 자며 온전히 하루를 보내는 공간과 한두 시간 머무는 공간은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강: 사용자의 체류 시간에 따라 공간 경험이 달라지기 때문에 스테이를 설계할 때는 시간 개념을 세밀하게 잡는 편이다. 체크인 시간부터 체크아웃 할 때까지, 아침과 낮, 저녁, 밤, 새벽의 풍경은 어떤지, 그때마다 제안하고 싶은 경험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잔월(2021)이 위치한 명월리는 제주에서도 유서 깊은 동네다. 마을 어귀부터 수령이 400~500년 된 팽나무 군락지가 펼쳐지고,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명월성지와 명월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잔월은 이런 역사를 존중하고 이어받기 위해 너무 새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설계됐다. 긴 지붕 아래 스파 공간과 생활 공간, 침실 공간 세 영역을 나누고 그 사이를 비워 바람길을 만들었다. 공간의 중심에는 올레 초입과 밭을 바라보는 대청마루를 배치하고, 현지 전통가옥에 쓰였던 목재를 바닥 마감재로 재활용해 오래된 시간을 느끼도록 했다. 대지에 자생하던 팽나무와 동백나무 등 수목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배치를 조정하면서 처마선을 잘라내기도 했다. ©Janwol

스파 공간은 사우나 내부를 탄화목으로 마감하고 식물을 바라보며 온전히 휴식할 수 있도록 콘크리트 가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을 함께 조성했다. ©Janwol


방: 비일상적 경험을 설계하면서 ‘디자인 요소’와 ‘경험 요소’로 나눠서 접근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때 ‘경험’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어떤 식으로 디자인되고 유도되는가?
노: 스테이에서 ‘경험’이란 라이프스타일적 관점이 큰 것 같다. 스테이는 삶에서 영감이나 활력, 새로움을 이끌어주는 활동의 무대가 되는 공간이다. 식물, 가드닝, 산책, 명상, 요가, 다도, 독서 등 우리가 제안하는 재충전을 위한 경험은 공간과의 복합적인 상관 관계 속에서 전달된다. 바닷가 앞에 위치한 조차(2023)처럼 배치에서 건축적 해답이 정해진 경우에는 강력한 풍경이나 환경, 축이나 레벨을 정리하는 동시에 어떤 경험을 줄지 고민하면서 역으로 디자인 디테일과 아이디어가 발굴되기도 한다. 스태프들의 의견도 수렴하면서 일종의 집단 지성을 통해 어떤 경험을 줄지 완성해가고 있다.
강: 경험 설계에도 다양한 층위가 있다. 바닷가 앞에서 하룻밤을 묵을 때와 논밭 한가운데서 묵을 때 공간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후자의 경우 시사오 하우스 제주(2025)의 대온천장과 정원이나 잔월(2021)의 갈대 정원과 나무처럼 ‘여기로 올 만한 이유’를 경험 설계를 통해 제공해야 한다. 이때 인상적인 천창, 낮고 긴 창 같은 건축적 어휘를 비롯해 비일상적 경험이나 스펙터클한 경험 등 직간접적 장치들을 총동원한다. 조차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는 방과 스파라는 뻔한 경험에서 한 겹 더 들어가기 위해 ‘찰나’라는 이야기를 가져오기도 했다.



잔월 침실 공간. 잔월 내부의 모든 가구, 커튼, 조명, 향, 소품은 경험 설계를 통해 조율됐다. 침실은 시선이 낮게 깔리도록 조정하고 어두운 색으로 마감해 차분한 분위기를 의도했다. 각 공간의 높고 낮은 창은 건물 주변에 심긴 나무를 다양한 시선으로 느끼게 하는 장치다. ©Janwol
잔월 생활공간. ©Janwol


방: 스테이의 확산과 더불어 여행의 개념이 달라지는 것도 관계가 있을 것 같다. 낮 동안 관광지를 따라다니고 숙소에서 잠만 자는 여행이 아니라, 공간에 머물며 깊은 사색과 여유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경험의 방법을 안내하는 것. 사람들이 스테이에서 느끼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강: 대표 세 명의 여행 취향이 각기 다른데, 서로의 이야기가 상호 보완되며 남다른 경험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노경록은 오지를 찾아다니며 호스텔에 묵는 백패킹을 좋아하고, 박중현은 뉴욕이나 파리에 있는 디자인과 서비스에 특화된 호텔을 좋아하고, 나는 북유럽에 있는 부티크 호텔을 좋아한다. 이렇듯 다른 취향과 경험이 모인 게 지랩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 각 끝단의 중간점 어딘가에 있는, 일반적인 시장 안에 분류되지 않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나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설계한 공간을 경험한 뒤에 찾아와 작업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들을 보며 느끼는 변화도 있다. 도심 속 주택에 노천탕을 넣어 달라고 하거나, 공간의 중심을 주방으로 해 달라거나, 거실을 없애 달라고 하는 등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주택에서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듯하다.
노: 스테이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실현되는 하나의 장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건축가로서 집을 설계할 때 건축주를 통해 그런 변화를 감지하기도 한다. 아름집(2024)은 스테이를 운영하는 건축주가 의도적으로 ‘스테이 같은 집’으로 만들어 달라고 한 세컨드 하우스였다. 정원, 야외 수영장, 스파 같은 시설 뿐 아니라 브랜드 디자인을 통해 집에서 환대의 감각을 느끼도록 웰컴카드도 배치하고 커피와 차, 책, 음악도 선별해 제공했다. 주택과 스테이 사이 어딘가에 있는 중간 결과물에 가깝다.

월간 「SPACE(공간)」 693호(2025년 08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경록
노경록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이일공오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았다, 2014년 이상묵, 박중현과 함께 지랩을 설립해 공간에 대한 지역성의 발굴과 토털 디자인의 관점에서 작업하고 있다. 2015년 스테이폴리오를 공동 창업했고 현재 지랩의 공동대표로 건축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강해천
강해천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종합건축사사무소시건축에서 6년간 실무를 쌓고, 2016년 플랫일일공삼을 설립하여 소규모 주거와 상업 시설의 설계와 시공을 진행했다. 2018년 지랩에 합류해 현재 지랩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다.
지랩
지랩은 개인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공간과 장소를 만드는 디자인 그룹이다. 지랩의 업역은 기획, 브랜딩, 건축설계, 공간 디자인, 스타일링을 아우르며 머무는 곳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생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건축 부문은 노경록이, 브랜드 디자인 및 스타일링은 박중현이 총괄하고 있고 2018년부터 지랩건축사사무소와 함께 협업 중이다. 대표작으로 어라운드 폴리, 오월학교, 잔월, 브리드호텔 양양, 스테이 느릇 등이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