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12월호 (통권 697호)
‘크로스크리틱’은 두 프로젝트를 연관된 주제 아래 살펴보고자 기획됐다. 건축가들이 함께 나누는 비평적 대화가 동시대 건축 현장의 쟁점과 화두를 드러내는 실천적 담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
정치적 결탁부터 모더니즘에 대한 비약까지, 그간 토마스 헤더윅(헤더윅스튜디오 디렉터, 이하 헤더윅)은 여러 논의를 촉발해왔다. 그리고 헤더윅의 지휘 아래 열린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SPACE(공간)」 696호 참고) 주제전은 그간의 논의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그는 열린송현녹지광장의 입구에 자신이 작업한 ‘휴머나이즈 월’을 압도적인 크기로 세우고, 이와 마주한 스물네 개의 ‘일상의 벽’은 100배 이상 작은 규모로 배치했다. 한편 그에 따르면, 이곳에 전시된 입체적인 입면들은 르 코르뷔지에의 ‘따분한’ 작업과 상반된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작가로 참여한 정이삭(동양대학교 교수), 일상의 벽의 주제와 형식을 차용해 인스타그램에서 ‘K-일상의 벽 챌린지’를 기획한 전재우(하이퍼스팬드럴 대표)를 만나 주제전과 이를 경유한 각자의 작업에 대해 들어본다. 여기에는 비판도, 긍정도, 질투도, 유머도 있다.

나머지 유산(2025)

정이삭이 인스타그램 릴스에 업로드한 나머지 유산 사진과 텍스트 ©Chung Isak
주제전의 주제, 형식, 목적
박지윤(박): 먼저 ‘일상의 벽’에 참여하게 된 계기, 그리고 ‘K-일상의 벽 챌린지’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알려 달라.
정이삭(정): 서울시 측에서 일상의 벽에 스물네 명의 건축가 혹은 다른 분야의 인사들이 참여할 것이고 한국 건축가는 다섯 팀이 참여 예정인데, 그중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가 선정됐다고 연락이 왔다. 제작비 등 주어진 여건을 고려하면서 참여 여부를 고민하다 이틀 정도 뒤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막상 참여하니 생각보다 총감독인 토마스 헤더윅(이하 헤더윅)이 가이드라인을 많이 줬다. 예를 들어 벽이 투명해서는 안 되고, 창을 만든다면 모두 반사 아크릴로 제작해야 한다는 방침이 있었다. 파빌리온이라는 공간적 개념이 아니라 건물의 입면, 즉 껍질에 주목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설치된 다른 작업을 보니, 그네를 설치하기도 하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작업도 있더라. 작가들의 집념에 더해 시간적 제약이 있다 보니 총감독도 끝까지 컨트롤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한국 건축가들이 헤더윅의 의도를 가장 잘 드러냈고, 작업의 밀도가 높아서 우리를 더 많이 참여시켰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아마 한국 건축가들에게 가장 강하게 가이드라인을 요구한 것 같다. (웃음)
전재우(전): 나는 과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두 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고 매년 공모 요강을 봤었는데, 이번 비엔날레에서 휴머나이즈 월과 관련한 요강을 보니 헤더윅이 커다란 규모의 작품을 만드는데 그 작품에 포함될 작업의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보조자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았고, 나의 작업 레퍼런스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해당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 전재우의 말처럼 헤더윅은 자신이 원하는 명확한 그림이 있었고, 그 그림을 퍼즐 맞추듯이 해줄 역할자들을 찾았던 것 같다. 비엔날레는 하나의 주제 아래 작가가 각자의 캐릭터를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번 비엔날레의 경우에는 자신이 구상한 통일된 메시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드러낼지에 더 치중했다고 본다.
전: 그러한 형식에 공감이 가질 않아서 아무도 신경 쓰지는 않았겠지만 혼자서 나름 보이콧을 하고 있었다. (웃음) 그런데 비엔날레의 결과물이 나오기 전부터 헤더윅을 향해 일종의 비판이 쏟아졌다. 헤더윅이 해외 건축가이고 영국에서도 그가 내세우는 건축적 의제에 대해 비판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쉽게 비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비판하려는 의도보다는 ‘아름답지 않으면 지루한 건축’이라는 헤더윅의 논리 정도는 나도 말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했고, 내가 주로 유머, 해학을 작업의 표현 방식으로 삼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에서 ‘K-일상의 벽 챌린지’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사실 이 기획에는 복합적인 감정이 작용하고 있다. 헤더윅이 완성한 ‘휴머나이즈 월’ 그리고 이 작업이 일상의 벽을 압도해버린 형식에 대해 기괴함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일상의 벽에 참여하고 싶다는 질투도 존재한다. 챌린지 참여자들은 비엔날레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인데, 그들 또한 비판하면서도 내가 참여 작가였다면 어떤 벽을 만들었을지 자기 나름대로 상상해봤을 것 같았다. 그래서 초대받지 못한 사람끼리 축제를 열어보자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한 것도 있다.
정: 어떻게 보면 헤더윅보다 훨씬 더 가볍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생각한다.
박: 헤더윅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반면, 전재우는 건축 대중을 대상으로 했으니 사실 헤더윅이 더 대중적인 게 아닐까?
전: 엄밀히 말하면 헤더윅의 작업은 대중을 향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 인사들과 같은 결정권자들을 향해 있다고 생각한다.
정: 참여 작가들에게도 결정권자들이나 디벨로퍼들이 당신의 벽을 보고 바로 입면에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작업을 하라고 했다. 동시에 아무런 건축적 지식이 없는 열세 살 아이도 흥미로워할 법한 작업을 하라는 것이 헤더윅의 요구였다.
전: 일반적으로 비엔날레의 주제는 자신의 의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공감할 만한 시대적인 의제로 선정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현재 비엔날레나 트리비엔날레가 너무 많기 때문에 보통의 비엔날레와 다른 방식으로 주제를 기획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감독이 주인공이 되는 부분도 우디 앨런 또한 자신이 감독이면서 주인공으로 영화에 등장하지 않나. 이해하자고 보면 안될 것도 없다고 생각되기는 하는데, 이것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다른 방식으로 시도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고 방향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이번 주제전의 형식이 설득력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1980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로버트 벤투리, 프랭크 게리, 렘 콜하스, 아라타 이소자키 등 일종의 포스트모던 건축가들이 파사드를 만드는 전시 〈스트라다 노비시마(Strada Novissima)〉에 참여했었다. 그런데 그때는 모든 파사드가 동일한 위계였다. 그래서 더 헤더윅이 꾸린 주제전이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이것 또한 좋게 해석하면 영업을 잘하는 구나, 그래서 글로벌한 건축가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도 들더라. 하지만 비엔날레가 사실상 사유화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건축 공론화의 장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있다. 이제 공론의 장은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가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정: 그런데 형식 면에서는 개인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 헤더윅의 휴머나이즈 월은 도시적 스케일로 만들어져 버스를 타고 지나가거나 다른 건물에서 바라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그 작업을 거쳐 안쪽으로 들어오면 휴먼 스케일의 입면들이 서 있다는 개념으로 이해했다. 무거운 구조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도 있는데 본래는 패브릭으로 제작하려 했는데 바람에 날아갈 수 있고 횡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서 철로 변경됐다고 들었다. 사실 거대한 폐기물이 생긴다는 말은 부차적인 문제고, 스케일적 접근으로 바라봤을 때 형식이 그리 큰 문제라고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휴머나이즈 월의 입면에 들어간 내용들의 밀도가 낮고, ‘근대의 건축들은 모두 지루하다’는 말을 하면서 근대건축가들을 매도하는 것은 너무 가벼운 비판이다.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화한 말인 것 같기는 하나, 사실 대중들은 이 말에도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다. 또 헤더윅이 이번 비엔날레를 성의 없는 태도로 임했다고 비판하는 경우도 봤는데, 서울시 관계자들이 역대 총감독 중 가장 열심히 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강연할 때마다 각 대상에 맞춰 프레젠테이션도 수정했다고 들었다.
전: 태도는 나도 오해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사실 다른 총감독들에 비해 헤더윅이 전시를 통해 조금 더 전면적으로 드러낸 지점은 비엔날레에 참여한 목적인 것 같다. 르 코르뷔지에가 여러 도시와 접촉하다가 인도의 찬디가르라는 도시를 찾아 마스터플랜을 실현시킨 것처럼, 헤더윅의 ‘찬디가르’가 서울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나라의 건축가들은 비판을 하는 것이고, 또 나처럼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축은 뭐지? 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정: 그러니까 르 코르뷔지에가 찬디가르를 대충 작업했겠나.

개드립벽(2025)
파빌리온이 아닌 목업: 나머지 유산
전: 나머지 유산의 발전 과정을 보니 초기에는 반듯한 입면의 벽이었는데, 이후 굴곡을 가진 입면으로 완성됐더라. 이것 또한 헤더윅이 요구한 것인가?
정: 좀 더 입체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는데 형태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참여 작가 대부분이 받았다. 서양의 문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토속화되는 것 또한 우리 작업의 콘셉트였기 때문에 입면의 입체적인 형상을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암벽에서 차용하면 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전: 한지에 콩기름을 바른 바닥 마감은 산업화가 되면서 PVC 장판으로 변했다. 이번 작업에서는 한지에 콩기름을 발라 마감했는데, PVC 장판에 대해서는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가?
정: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이 값싸고 경제적인 무언가로 쉽게 대체된 상황인데, 이러한 현실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동시에 품고 있다. 변환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DNA를 알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의 결과가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우리가 천천히 근대화를 겪었다면 혹은 다른 방향으로 진화를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PVC 장판을 단순히 개선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지를 비에 젖지 않는 강한 소재로 진화시켜보는 방향을 택했다. 작업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방법을 택하고 있는데 PVC 장판을 갖고 디테일이 더 좋은 평상을 만든 작업도 있다.
전: 앞서 헤더윅이 일상의 벽을 파빌리온이 아닌 목업으로 생각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파빌리온은 하나의 작업인 것이고 목업은 일종의 홍보용 샘플이 되는 것인데, 참여 작가로서 이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
정: 다른 건축가들도 공감하겠지만 건축계에서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데도, 사무소 운영이 힘들 때가 있고 거기서 오는 괴리가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상업성, 홍보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처음 발표를 하러 갔을 때, 무를 노란 평상에서 말리는 사진 등을 보여주면서 우리 문화가 근대화된 과정을 설명했다. 이에 헤더윅이 내용이 재미있긴 하지만 디벨로퍼나 열세 살 아이는 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라고 하더라. 헤더윅이 자기만의 방향성이 선명하다고 생각했고, 디벨로퍼나 돈 많은 무당이 와서 나머지 유산처럼 종교 건축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정말로 좋을 것 같았다. (웃음)
전: 다른 일상의 벽을 보았을 때 이 관점에 가장 적합한 작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 추구하는 개념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작업은 없었던 것 같다. 그 직관이라는 것이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의미는 사라지고 형상만 남을 수 있는데 이를 균형 있게 다룬 작업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태도 면에서 요앞건축사사무소(공동대표 김도란, 류인근, 정상경)에게 본받을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헤더윅과 성격적으로 잘 맞았던 것일 수도 있지만, 불평, 불만, 비평을 일단 내려놓고 긍정적이고 진심으로 작업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플라스틱 장난감들을 갈아 만든 ‘낯선 산수’를 실제로 아이들이 좋아하기도 했고. 하지만 물결치는 듯한 형상에 대한 논리는 비교적 미약했던 것 같다.

K-일상의 벽 챌린지 참여작, 이득우의 캣타-월(2025) ©Lee Deuku

K-일상의 벽 챌린지 참여작, 사울킴의 저항의 벽(2025) ©Saul Kim
분식과 와인: 개드립벽
정: ‘비엔날레 밖의 비엔날레’라는 K-일상의 벽 챌린지의 형식은 미술 비엔날레에 초대받지 못했던 예술 작가들이 전시장 밖으로 향하면서 주목받았던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과거 작업들을 보며 건축부터 미술까지, 하위문화부터 상위문화까지 어휘의 스팩트럼이 넓다고 느꼈다.
전: 어릴 때부터 위키백과를 포함해서 인터넷 디깅을 많이 했었다. 잡다한 지식들을 섭렵하는 것, 그것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는 것을 좋아했고, 이것이 작업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정: 개드립벽은 넓은 스펙트럼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작업처럼 보인다. 헤더윅이 비판하는 “보링(boring)”한 벽이지만 건축 덕후에게는 매력적인 벽이 되고, 순수예술 방식과 닿아 있는 ‘빌보드’에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할 만한 내용을 덧붙였다.
전: 사실 작업할 때 항상 고민하는 지점이 나의 작업을 ‘분식’ 혹은 ‘와인’ 중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가다. 와인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선망하기 때문에 분야가 어려워도 배우고 싶게 만드는 반면, 분식은 자극적이지만 접근이 쉽다. 때때로 두 방식이 섞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와인의 방식을 추구한다.
정: 국립도시건축박물관 마당 프로젝트에서 렉산을 사용한 작업(「SPACE」 693호 참고)도 흥미롭게 봤다. 나 또한 렉산과 같은 값싼 재료를 더 나은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에 관심이 있지만 렉산이 제품명이라서 이를 건축적 요소로 끌어들이는 데 망설이게 되더라. 그런데 전재우는 이를 상관하지 않고 가장 통용되는 언어를 직설적으로 사용했다. 내가 한 세대 늙은 건축가라 느껴지는 동시에 그 부분이 좋았다. 더불어 이 작업은 분식 혹은 와인 중 어떤 것에 가깝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전: 지붕이나 차양 구조물에 주로 사용되는 렉산에 ‘숲의 차양’이라는 캐노피의 개념을 덧입혀 나무의 형상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건축 ‘덕후’적인 측면이 있고, 그렇기에 와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반 대중보다는 니치(niche)한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관심이 더 많고, 그들이 먼저 흥미를 가져야 일반 대중의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버질 아블로가 어느 강연에서 관광객과 선구자들을 모두 대상으로 삼으라고 한 적이 있다. 관광객은 여행지의 문화를 잘 모르지만 그 나라에 대해 배우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을 것이다. 반면 선구자들은 깊은 지식을 갖고 있지만 자칫 편협하고 고집스러울 수 있다. 이 두 그룹을 동시에 겨냥하는 작업을 하라는 뜻이었고 나 또한 이에 공감하고 실천하려 하는데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정: 그런데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작업은 양자 모두에게서 호감받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미술과 건축 사이에 있는 것 같은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작업의 경우 두 영역 모두에서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관광객과 선구자, 미술과 건축 등 두 영역을 모두 만족시키려 하다 보면 어느 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작업이 될 수 있고, 수익으로 연결시키기도 애매해질 수 있다.
전: 그래서 나 또한 흥미로운 건축 담론을 어떻게 시장에서 유효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헤더윅은 타겟팅을 명확히 하면서 수익화를 잘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헤더윅의 작품만 보면 훌륭한 것이 많기도 하고.
정: 그의 형태적 기괴함을 작품의 스타일로만 보면 인정할 수 있는데, 건축적 언어로 이를 설명하려고 하니 어긋남이 생기는 것 같다.
전: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이미 많은 작업을 하는 스타 작가임에도 건축가라는 타이틀까지 갖고 싶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K-일상의 벽 챌린지는 헤더윅의 야망과 승승장구에 대한, 그리고 헤더윅의 비엔날레에 선택되지 못한 질투를 솔직하게 만끽하면서 시작됐다. 그런 사람들과의 축제를 열어보자는 마음이 챌린지의 개념적 배경이다. 게다가 건축계는 좁지만 세대, 지역, 경험, 실무・이론 같은 기준으로 어느 정도 구분돼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구분들을 무화하고 다 같이 한번 놀아보자는 의도도 있었다. 어떤 심사 기준이나 위계 없이 같은 조건 아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벽을 상상해보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필터링이 되기는 하더라.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챌린지를 정치적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다. 인스타그램 챌린지를 이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는데 누군가에게는 밥줄이 달린 일일 수도 있으니 가볍게 접근한 게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동시에 이를 계기로 비엔날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좋기도 한데, 아직 정확히 이러한 반응들을 어떻게 여겨야 할지는 모르겠다. 건축계 안에서도 생각보다 다양한 온도차가 존재한다는 걸 확인했다.
정: 챌린지에 참여한 다른 작업들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개드립벽은 엘리티시즘과 대중 사이에서 매체적 편견 없이 헤더윅의 생각과 기획을 유머스럽게 도발했는데, 이어진 작업들의 경향은 약간 다른 방향을 향했던 것 같다.
전: 사실 헤더윅이 형태적인 것을 고민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메타적인 작업 말고, 형태적인 작업이 이어지길 바랐다. 또 사울킴이 벽과 땅이 어떻게 만나야 되는지를 순수하게 다룬 것도 좋았다. 그런데 내가 메타적인 작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어진 작업들도 메타적 경향을 띤 것 같다. 사실 K-일상의 벽 챌린지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오마주한 것이기도 한데, 이러한 챌린지에서는 다음 참여자로 누구를 지명하는지가 또 다른 재미다. 그래서 나도 챌린지를 시작하며 유현준(홍익대학교 교수)을 지목했다. 순수하게 그가 만든 벽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 호명했는데, 결론적으로 그가 참여하지는 않았다. 이후 소극적인 사람은 지목을 하지 않고, 지목을 받았는데도 참여를 하지 않는 사람이 생기면서 기대처럼 흘러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망가지는 것이 관전 포인트인데 K-일상의 벽 챌린지는 자신의 작업을 올리는 것이니 부담감이 컸을 것 같기도 하다.
박: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반응들을 지켜보며 전재우가 세대 사이에 끼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 세대들로부터는 낯선 사고와 표현법으로 인해 거리를 두는 느낌을 받았을 수 있고, 아래 세대들은 이미 기득권처럼 인식하면서 비판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정작 전재우는 건축물 규모의 작업이 없다 보니 ‘도대체 내가 뭐라고’ 하면서 어리둥절한 상태고. 이러한 반응들 사이에서도 자기 고유의 개성을 어떻게 이어 나갈지가 관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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