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1월호 (통권 698호)

5층 기원 룸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LV 더 플레이스 서울, 신세계 더 리저브
상설 전시
트렁크는 단지 여행용 소품이 아니다. 옷가지부터 피크닉 세트, 책, 악기, 때로는 침대까지. 트렁크에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을 완성하는 갖가지 기물이 담기고, 교통수단에 따라 형태와 구조를 달리하며 여정을 함께 한다. 그래서 가방의 역사는 라이프스타일의 역사다.
2026년 모노그램 탄생 130주년을 맞이해 유산을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루이 비통이 신세계 더 리저브 내 LV 더 플레이스 서울에 다층적 경험을 제공하는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를 공개했다. ‘비저너리 저니’는 쇼핑을 문화적 경험으로 승화시키려는 비전 아래 리테일과 전시, 엔터테인먼트, 미식 등을 결합하며 브랜드를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OMA 뉴욕이 시노그래피를 맡은 이 복합적 전시 공간은 1930년대 세워진 한국 최초의 백화점이라는 역사적 건축물 내 여러 층을 아우르며 1,300m2 면적에 루이 비통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11개 테마룸으로 이뤄졌다.

4층 음악 룸
게이손 아마린의 〈LV 더 플레이스 방콕〉, 상하이 HKRI 타이쿠후이의 〈더 루이〉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비저너리 저니’는 각 장소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된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진행되었던 다른 전시와 달리, 서울에서는 기존 백화점의 구조 때문에 매장과 카페, 복도를 향해 좀 더 개방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마치 매장의 파사드처럼 전체 건물에 녹아들어가기도 한다.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시게마츠 쇼헤이(OMA 파트너)는 리테일 공간과 공용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이 전시를 구상했으며, 층고가 낮은 기존 건물에 대응하기 위해 거울을 많이 사용해 각 테마룸의 공간감을 확장했다.
공간을 경험하는 여정은 270개 부아트 샤포(Boîte Chapeau, hat box)가 터널을 이루는 1층 트렁크스케이프(Trunkscape)에서 예고된다. 본격적인 전시는 구불구불한 동굴의 벽이 바깥으로 새어 나와 ‘파사드’를 이루는 듯한 5층 기원(Origins) 룸에서 시작된다. 한국의 병풍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목재로 만든 다면체 공간을 천장까지 활용해 여행 문화와 함께 진화해온 트렁크의 역사를 문서 약 1,000점과 유물 30여 점을 통해 보여주는 인상적인 아카이브다. 이어지는 워치(Watches) 룸, 피크닉(Picnic) 룸, 맞춤 제작(Personalisation) 룸은 메종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는 과정을 탐구하는 갤러리다.

5층 아이콘 룸
아니에르 공방(Asnières workshops)에서 영감을 받은 공방(Workshop) 룸과 루이즈(Louise)라는 애칭이 붙은 로봇팔이 움직이는 테스팅(Testing) 룸은 장인 정신과 예술, 공학을 아우르는 루이 비통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아이콘(Icons) 룸에서는 기둥 모양의 투명한 쇼케이스에 놓인 상징적인 루이 비통 백의 풍경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유리와 거울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아이콘 룸을 지나면, 차분한 브라운의 모노그램(Monogram) 룸에서 해체되고 재조립된 다양한 모노그램 백의 패턴을 조망하며 5층 전시가 마무리된다.
관람객들은 모노그램 한지로 만들어진 거대한 트렁크 기둥이 랜턴처럼 빛나는 아트리움의 계단을 따라 4층으로 향하게 된다. 요철이 있는 방음 부스를 연상시키는 음악(Music) 룸에는 맞춤 제작한 악기 케이스, 휴대용 스피커, DJ 박스가 전시돼 있다. 전체 전시 가운데 가장 독립적인 이 갤러리를 떠나면, 원형의 협업(Collaboration) 룸과 구불구불한 패션(Fashion) 룸이 맞닿아 있다. 협업 룸에 들어서면 스플릿 플랩 디스플레이(split-flap display)형 쇼케이스에 루이 비통의 클래식 백을 현대 예술가들이 재해석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찰칵찰칵 넘어가는 쇼케이스에 313개 크롬 도금 가방과 작품의 모티브를 보여주는 LED 화면, 가방과 패턴을 무한히 반사하는 거울 천장이 관람객들을 완전히 몰입하게 한다.
테마에 따라 대조적인 재료와 조명으로 채워진 원형, 사각형, 유선형의 방들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환한 매장이나 카페에 도달해 있다. 오늘날 쇼핑이 문화공간을 재편한다는 렘 콜하스의 분석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4층 협업 룸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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