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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건축 실천의 전환과 세 가지 생태학 |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글
남상문 날곳건축사사무소 대표
사진
윤준환 (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진행
방유경 기자, 이소운 기자

「SPACE(공간)」 2026년 5월호 (통권 702호)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Jang Mi 

 

 

기후 위기 시대, 우리의 자화상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약 10년이 지난 지금,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은 이미 1.5°C에 가까워졌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상승에 가속이 붙어 금세기 내에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은 3°C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1.5°C가 기후변화협약의 일차 목표이자 상징적 숫자였던 이유는 인류와 생태계가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최후의 마지노선이었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C 상승하면 북극 빙하와 영구 동토층이 녹아내려 메탄이 분출되고 바다 생태계가 붕괴하기 시작하며 극단적 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1.5°C가 아니라 3°C이다. 지구 평균 기온이 3°C 오르면 식량과 식수 위기, 해수면 상승, 치명적 폭염 등으로 도시 문명과 농업 기반이 지역적으로 붕괴하기 시작하고, 기후 난민이 최대 10억 명까지 폭증해 국가 간 분쟁과 무력 충돌, 폭동이나 심각한 사회적 소요가 발생한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립기상과학원이 발행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 2020」에 따르면 화석연료 기반 성장 전략이 지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 상승폭은 2050년경 3°C에 도달할 수도 있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상승폭이 4°C를 넘어서면 전 지구적 규모에서 인류 문명의 붕괴가 시작된다. ​3°C가 환경운동가의 지나친 선전 구호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난 2월 말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은 세계 자본주의 시장과 화석 에너지, 해외 천연자원에 의존해 성장한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단순히 생활의 불편이나 경제 위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적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벌어진 석유, 화학 원료의 매점매석과 쓰레기봉투 사재기 현상 등은 공동체 의식이 사라진 우리 사회가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 연대하지 못하고 각자도생하려는 마음의 빈곤을 드러냈다.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기후, 생태, 환경 위기에서 국민이 공권력을 가진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시민이 시민윤리라고 부르는 관대한 애덕(caritas)의 정신을 상실하고, 공동체가 자율성과 공생의 지혜를 잃고 무기력해진다면 우리는 어디서 생존의 단서와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Jang Mi​

 

 

이런 시점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건축사사무소인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정림건축)가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지속가능성을 공표하고, 아홉 개의 구체적 실천 전략을 제시한 건 시의적절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1967년 설립 이래 개발도상국 체제에서 경제성장과 도시환경 개선에 크게 공헌했고,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대규모 조직 설계, 첨단 기술 축적, 브랜딩 등을 통해 건축을 글로벌 서비스 산업으로 도약시킨 정림건축이 또 한번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건 지속가능성과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필요가 사회 주변에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부 정책에 발맞춰 대형 건축사사무소를 중심으로 친환경 건축설계와 연구 개발을 전담하는 사내 조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이나 에너지 절약 계획서 작성 같은 행정 업무 혹은 친환경 요소 기술 적용과 에너지 성능 위주의 기술적 접근이 대부분이었다.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정량적 환경 분석이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모든 현상을 숫자로 설명할 수 있다는 실증주의적 편향과 수치 맹신주의가 나타났고, 데이터를 사람의 감정이나 의도, 창조적 역량 같은 질적 요소와 결합해 적확한 디자인 어휘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미숙했다. 더 큰 문제는 건축계가 지속가능성의 생태적 가능성과 사회적 의미, 존재론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사유하지 못하고, 전환의 영토와 지도를 스스로 그려내지 못한 채 표피적인 문제 해결에만 몰두했다는 것이다.

 

 

 

국립박물관단지 전경 ©Song Youngjoon

 

국립어린이박물관 내부

 

 

​​세 가지 생태학으로 바라본 건축의 실천 

1980년대 열렬한 생태주의자로 생태 운동의 이론적 기반을 만들고, 녹색당 당원으로 기후 정치의 전면에서 활동한 실천적 운동가 펠릭스 가타리는 1989년, 『세 가지 생태학(Les trois écologies)』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생태주의가 자유주의 우파의 주장처럼 개인의 도덕에 호소하는 자연보호나 금욕주의에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동시에 이윤의 극대화와 무한 성장을 추구하는 약탈적 자본주의가 생태 문제의 근본 원인이므로 노동, 생산, 분배의 개혁이 이뤄지면 현대 세계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되리라는 사회주의 좌파의 환원적 사고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윤리-정치적으로 좌우를 포괄하고 생태 운동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 그는 정신 생태학, 사회 생태학, 환경 생태학이라는 세 가지 층위의 상호의존적 생태학을 제안했다. 먼저 정신 생태학에서는 하나로 통합된 세계 자본주의와 대중문화, 정보통신의 발전이 초래한 획일적이고 순응적인 ‘주체성 생산’의 문제를, 사회 생태학에서는 ‘분열된 사회적 관계와 집단적 존재 양식의 재구성’ 문제를, 환경 생태학에서는 ‘인간, 기술, 자연의 상호의존적 관계망 설정’ 문제를 주로 논의했다. 환경이라는 범주에 한정되어 있던 기존 생태 철학의 담론을 마음과 사회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그는 현대사회가 직면한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생태학을 동시에 횡단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가지 생태학 개념은 발표 당시보다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분열이 심각해진 오늘날 더욱 유효한 통찰을 제공하므로 이러한 철학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림건축이 제시한 지속가능성 전략과 프로젝트를 살펴보고자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 ©MobIT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서버 냉각을 위한 자연 환기를 극대화하고 에너지, 자원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건물의 배치, 형태, 재료 등을 기능적으로 구성했다. 발주처의 의지였지만, 물리적으로 최적화와 검증 가능한 정량 평가를 도입한 결과다. 그래서 이 건물은 자연 지형에 순응해 여러 번 완만하게 꺾인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상자형 단일 매스가 땅에서 솟아오른 기념비처럼 보인다. 건물이 교외에 있어 쉽게 노출되지 않고 기존의 산업시설과 달리 건물에서 생활하는 작업자도 소수에 불과하므로 건물의 형태보다 기능이 중요하고, 건물의 인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후략)

 

 

 

 

월간 「SPACE(공간)」 702호(2026년 05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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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문
남상문은 지속 가능한 삶과 사회를 위해 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구하는 건축가다. 기후 위기, 양극화, 도시화, 인구문제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위험이 우리 시대 건축가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편적인 기술공학적 해법을 반복하기보다 삶의 방식을 전환하고, 물리적 구축 방법을 재고하며, 건축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고자 한다. 날곳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붕 없는 건축』(2021), 『새를 초대하는 방법』(2025)을 썼고 다양한 매체에 건축 평론 및 도시·환경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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