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제주를 짓다: 〈제주체-김석윤 건축전〉

글
김혜린 기자
사진
윤준환

「SPACE(공간)」 2026년 4월호 (통권 701호)

 

〈제주체-김석윤 건축전〉 전시 전경, 전시명에 쓰인 제주체(濟州體)의 한자는 청탄 김광추의 천자문을 집자했다. 

 

 

제주현대미술관

2026. 2. 6. ~ 3. 29. 

 

 

제주를 대표하는 건축가 김석윤(1945~, 건축사사무소 김건축 대표, 「SPACE(공간)」 687호 참고)의 전시 〈제주체-김석윤 건축전〉이 제주체▼1를 주제로 펼쳐졌다. 김석윤의 건축 행보가 제주 현대건축의 발전과 그 궤적을 함께해온 만큼, 이번 전시는 건축가 개인의 작업을 넘어 제주 건축의 흐름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70년대 제주관광 종합개발계획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주 건축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이동해오며 나름의 방식으로 축적되어왔다. 그 흐름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이 바로 김석윤의 작업들이다. 특히 이번 전시가 진행된 제주현대미술관(2006)은 김석윤이 설계한 건축물로, 현대적이면서도 지역성과 땅의 논리를 탐구했던 그의 건축 세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인근 곶자왈의 자연을 존중해 분절된 형태로 낮게 자리한 건물의 입구를 따라 걸으면, 절삭된 현무암 파사드가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리듬을 볼 수 있다.  ​

 

이번 전시의 주요한 작업 중 하나는 건축사진가 김용순, 김재경, 김재윤, 김재현, 김창묵, 박영채, 여인우, 윤동규, 윤준환, 이남선, 이재성, 이한울, 진효숙, 최진보(이하 가나다순)가 김석윤의 건축물을 다시금 포착한 사진 작업이다. 제주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제주 시립 탐라도서관(1989), 한라도서관(2008) 등 오늘날 제주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김석윤 건축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낸 작품들은 관람객을 현재의 김석윤 건축으로 안내한다. 세월 속에서 낡고 사람들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풍경은, 건축이 완공의 순간이 아니라 이후의 시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윤준환이 촬영한 제주현대미술관(2006)의 현재 모습(2025)

 

 

김석윤의 제자, 그의 사무소를 거쳐간 건축가, 그의 작업에 영향을 받은 차세대 건축가 30인이 참여한 작업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장 곳곳에는 이들이 만들어낸 건축 모형이 자리하고 있다. 전시장 도입부에 배치된 김석윤 가옥(1913)의 모형▼2은 김석윤이 태어나 자라며 영향을 받은 화북동 기와집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아낸 작품이다. 모형은 제주로 들어오는 관문이었던 과거 화북항과 지형 배치, 안거리 밖거리와 같은 제주 건축의 특징이 담긴 가옥의 현재 모습, 아직 건립되지 않은 김석윤의 설계안 청탄 기념관의 모습을 함께 담아냈다. 재료, 지붕, 지형, 은유와 상징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김석윤의 공공 건축물을 다시 바라본 작업들도 눈에 띈다. 각각의 모형들은 건축물의 상징적 형태를 강조해 조형성을 만들고▼3 분절되어 그 내부를 드러냄으로써, 공간의 논리를 보여주고▼4 해체되며▼5 새로운 건축의 장면을 만든다.

 

그런가 하면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 김지희(김오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제주현대미술관 공간을 배경으로 무용가들의 움직임을 담은 건축 영상 ‘건축이 몸에 닿을 때’(2026)를 기획했다. 이 작업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안무가, 영상감독과 협업해 건축 속에서 발생하는 움직임과 리듬을 통해 공간의 본질을 탐색한다. 관람객들은 공간의 흐름과 맥락을 유영하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오정헌이 제작한 김석윤 가옥(1913)의 모형인 ‘적층’ (2026) 

 

 

전시에서는 김석윤의 부친이자 제주의 대표적인 현대 서예가인 청탄 김광추의 천자문과 사진·서예 작품도 볼 수 있다. 이는 김석윤의 건축 감각이 형성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전시는 세계와 한국(육지), 그리고 제주 건축의 흐름을 담은 연표와 김석윤 및 동시대 건축가들의 관계도를 통해 시대 속의 제주를 보여준다. 또 주택 작업과 주요 공공 건축 프로젝트를 사진, 도면, 모형, 건축주 인터뷰 영상을 통해 풀어내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김석윤의 건축과 제주 건축 읽기를 제안한다. 이는 단순히 한 건축가의 작업을 조명하는 데 머무르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건축 언어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김석윤의 건축을 출발점으로 삼되, 그 위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며 새로운 ‘제주체’를 써 내려가는 일. 그것이 이 전시가 제안하는 하나의 과제다. 

 

 

 

양현준+김현아가 천주교 신제주성당(1993)의 지붕을 재해석한 모형 

 

 

_

1 서예에서 ‘체’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그 이면의 사고층까지 포괄하는 총체를 의미하듯, 제주체는 제주 풍토와 역사 속에서 형성된 체질이자 건축을 통해 형태로 난 제주의 모습이다.

2 ‘적층’ (2026), 오정헌(건축사사무소 오)

3 양현준(건축사사무소 소헌)+김현아(건축사사무소 에이그램)는 신제주성당의 지붕의 형태를 강조한 모형을, 고기봉(건축사사무소 우연)+고성은(고글 건축사사무소)은 첨탑의 상징성을 은유적으로 해석한 신제주성당 모형을 선보였다.

4 문희범(COA건축)+정소희(건축사사무소 히아)+양인석(건축사사무소 지맥)은 건축물의 내부 공간을 강조한 제주공무원연수원 모형을 만들었다.

5 김종현, 고은진(행운시우건축사사무소)은 탐라도서관의 철거된 송이벽돌 파사드를 해체된 형태로 쌓는 방식으로 모형을 전시했다. 

 

 

 

 

​ 

월간 「SPACE(공간)」 701호(2026년 04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