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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변화의 문턱에 선 정림건축

글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 2026년 5월호 (통권 702호)  

 

 

 

변화의 문턱에 선 정림건축

 

2017년 「SPACE(공간)」는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정림건축)의 창립 50주년을 맞아 특별호 『Ordinary Senses(일상감각)』를 발간한 바 있다. 일상 속에서 정림건축이 만들어온 공간의 의미에 주목한 이 특별호는, ‘한국적 모더니즘’(1967~1987), ‘세계화 시대’(1988~1997), ‘도시감각’(1998~2006), ‘21세기 공공 공간’(2007~2017)의 네 시기로 나누어 공간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온 정림건축의 궤적을 소개했다. 이번 호 프레임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은 그 연장선에서 정림건축의 다음 행보를 ‘지속가능성’의 측면으로 살펴보는 기획이다. 나아가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이 오늘날 설계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 친환경 설계, 생태주의, 회복탄력성 등 환경을 고려하는 개념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건축적 실천 또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 자체는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이것이 국내 도시·건축계에서 총체적이고 융합적인 실천으로 이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림건축은 1967년 설립 이래 국가 주도의 도시 발전을 견인해왔으며,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공공 인프라, 상징적 공간, 대형 복합개발, 도시재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을 주도해온 대형 설계조직이다. 이번 프레임은 이 조직이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지면이자, 건축계 최전선에서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 과제를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림건축은 열한 개 프로젝트를 아홉 가지 전략적 관점―에너지 소비 최소화, 저탄소 재료, 적응적 재사용, 지역성 살리기, 자원의 재활용과 순환, 회복탄력성, 지하 도시 개발, 장소성과 공동체의 강화, 생태적 관계성―으로 풀어낸다. 아울러 각 프로젝트를 이끈 건축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대담에서는, 개별 건물에서 대규모 시설을 거쳐 도시 스케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의 쟁점을 짚어본다. 그중에서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디지털 시대가 낳은 이 새로운 건축 유형은 자칫 장비·설비 계획의 문제로 축소되기 쉽지만,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은 이미 건축계획과 도시계획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건축의 물리적 구축 속도를 앞지를 때, 생태적 사고를 기반으로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는가.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대규모 건물이 도시를 점유해 갈 때, 휴먼스케일 중심의 도시 개념은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는가. 데이터센터만이 아니다. 아홉 가지 전략은 저마다 근본적인 물음을 품고 있다. 에너지 절감형 주거를 설계할 때 건축가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야 하며, 미래의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친환경 자재는 미학적 완성도와 양립할 수 있는가. 고성능 자재에 기대지 않는 대안은 무엇인가. ‘어떻게 지을 것인가’뿐 아니라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를 함께 묻는다면, 건축이 붙잡아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토지이용 밀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장소에서 대규모 지하 개발은 어떤 전략으로 도시의 잠재력을 열어젖히는가. 나아가 현재의 환경 조건을 전제하는 ‘지속가능성’을 넘어, 해수면 상승처럼 지구 환경 자체가 변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50년 후, 100년 후를 대비하는 회복탄력성 디자인은 어떻게 구체화되는가. 정림건축의 집단지성이 펼쳐놓는 이 물음들은, 건축가의 업역이 새롭게 정의되는 과정 그 자체이며, 우리가 이미 새로운 세계의 문턱에 서 있음을 일깨운다.

 

이러한 과제 앞에서 남상문(날곳건축사사무소 대표)은 이렇게 짚는다. “정림건축 같은 대형 설계조직은 도심 복합개발과 신도시 개발 등 신축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도시재생, 적응적 재사용, 친환경 리노베이션, 통합 환경 관리 서비스 등으로 다각화하고, 조직 역시 그에 걸맞게 프로젝트 기반의 네트워크 구조로 바꿔 외형의 성장보다 체질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정림건축 안에서도 이 같은 인식은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서 있다. 이명진(정림건축 첨단설계부문 대표이사)에 따르면, 2009년 친환경팀으로 출발한 그린테크(GT)팀이 20년 가까이 쌓아온 경험과 데이터를 토대로, 올해부터 정림건축에서 수행하는 대표 프로젝트의 프로세스를 환경적 관점에서 재편한다. 관련 매뉴얼과 연구 도구의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체질의 변화는 선언이 아니라 과정이다. 정림건축의 다음 100년은 그 과정 위에서 시작된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6년 5월호 (통권 702호) 목차 


008  EDITORIAL

010  NEWS

 

020  FRAME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022  FRAME: ESSAY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집단지성과 조직설계로 답하다_ 이명진

 

028  FRAME: DIALOGUE

지속 가능한 건축을 향해: 9개 전략_ 이명진, 기현철, 박재완, 안정택, 이호 × 김정은, 방유경

 

050  FRAME: PROJECT

Solution 1

에너지 소비 최소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Solution 2

저탄소 재료: LG ThinQ Home

 

Solution 3

적응적 재사용: 삼일빌딩 리노베이션, 전일빌딩 리노베이션

 

Solution 4

지역성 살리기: 콩고민주공화국 국립박물관

 

Solution 5

자원의 재활용과 순환: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

 

Solution 6

회복탄력성: 망상오토캠핑리조트

 

Solution 7

지하 도시 개발: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Solution 8

장소성과 공동체의 강화: 부산항 북항 마리나, 대구은행 제2본점

 

Solution 9

생태적 관계성: 국립박물관단지 마스터플랜

 

086  FRAME: CRITIQUE

건축 실천의 전환과 세 가지 생태학_ 남상문

 

092  FRAME: CRITIQUE

도시를 다시 여는 건축_ 김세훈

 

098  PROJECT

뉴뮤지엄 - OMA

 

108  PROJECT

암사동주택 - 마이아카이브건축사사무소

 

118  ARCHITECT

왜, 어떻게 남겨야 하는가: 아지트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_ 서자민, 허근일 × 김기준

 

132  LIFE

프레임 밖으로 밀려난 것들에 대하여: 데이지 쯔옌 장_ 데이지 쯔옌 장 × 김보경

 

138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재료와 스케일을 조율하는 플레이어: 김태윤_ 김태윤 × 김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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