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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건축가] 가까운 마음으로부터: 김한중

사진
최은화(별도표기 외)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인터뷰 김한중 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 × 김예람 기자

 

 

​두 개의 이름으로 활동 중이에요


김예람: 어떠한 계기로 독립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김한중: 제 첫 직장이 범건축이에요. 큰 회사를 다니니까 건축물이 지어지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는데, 그러다 보니 직접 무언가를 완성하고 싶은 갈망이 컸어요. 그래서 목공도 배우고 실크 스크린 작업도 시작했어요. 


김예람: 그러던 2015년 피그건축사사무소를 공동설립하셨고, 2년 후에는 또 다른 사무소를 만들어 독립을 하셨어요.

김한중: 2007년 공간국제학생건축상 대상을 받은 멤버들이 모여서 피그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는데요. 공동 대표가 세 명이었던지라 의견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러던 어느 순간, 좋은 공간을 우선하기보다 두 친구들 사이에서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스스로를 발견했어요. 그때쯤에 이것저것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베이스먼트 워크샵’이라는 1인 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첫 현장에서는 직접 현장소장 겸 목수 역할도 할 정도로 열의가 넘쳤죠.


김예람: 사무소 홈페이지에 베이스먼트 워크샵과 그라운드 아키텍츠가 같이 소개되어 있던데, 이 두 조직의 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김한중: 개인적인 작업은 베이스먼트 워크샵으로, 공적인 프로젝트는 그라운드 아키텍츠로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아직 명확한 구분선을 찾지는 못했는데 언젠가는 길을 찾겠죠.

 

김예람: 이제야 크레딧을 그라운드 아키텍츠로 바꿔달라 하신 이유를 알겠네요. 

김한중: 아무래도 그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으니까요. (웃음)


 

곳곳에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김예람: 지금 여기 트래버틴(2018)은 집 두 채를 상업 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한 프로젝트예요. 작업 당시, 기존 건물의 상태는 어땠나요?

김한중: 클라이언트가 한옥을 카페로 만들고 싶다고 해서 이곳을 계약했는데요. 보시다시피 전혀 한옥 같지 않죠? (웃음)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건물 관련 기록을 찾아봤는데 2000년도에 건물 일부가 불탔다고 하더라고요.

 

김예람: 저 서까래의 검은색이 도장이 아니고 불에 탄 건가요?

김한중: 맞아요. 그 흔적이에요.

 

김예람: 이 카페가 위치한 옛 용산 철도 정비창 일대에는 기록된 도면과 현장 상황이 다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김한중: 바통 밀 카페(2020)를 진행할 때 일인데, 철거를 하고 구조를 살펴보니 손바닥 만한 철골기둥 몇 개와 합판지붕이 전부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집이 아니라 조금 괜찮은 텐트 정도였던 것 같아요. (웃음)

 

김예람: 그런 낡은 건물을 카페로 만들기 위해서 무엇에 주안점을 두셨어요?

김한중: 그때만 하더라도 외부 공간이 없으면 카페의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동안 제가 집 근처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을 자주 가서 그랬던 것 같아요. (웃음) 원래 트래버틴은 도로 전면부터 벽으로 되어 있던 건물이었는데, 그 안을 헐고 기존 공간보다 작은 매스를 집어넣어서 반 외부 공간을 만들었어요. 


김예람: 입구에 긴 쇠창살이 있네요. 영업시간이 지나면 이걸로 출입을 막나봐요.

김한중: 트래버틴 바로 근처에서 편집매장 리리스토어를 운영하는 이규홍 디렉터가 낸 아이디어예요.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이 가게 앞에다가 이렇게 목걸이 같은 쇠창살을 설치한대요. 언제든 장사 모드로 전환할 수 있으면서도 나름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거죠.


김예람: 이 공간에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디테일을 적용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김한중: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 대리석 벽이 있잖아요. 판석으로 오다가 끄트머리가 통석으로 마감돼요. 많은 건축가가 돌의 끝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고민하잖아요. 저는 재료를 45도로 깎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2~3mm가 애매하게 남아요. 그게 돌의 무게감을 가볍게 하는 것 같아 싫었는데 미스의 디테일 책을 보다가 판으로 이어지다가 모서리에 통석이 딱 들어간 걸 발견했어요. 이거다 싶었죠! 그래서 트래버틴의 바닥은 30mm의 대리석 판과 100mm의 통석으로 이뤄져 있죠.


김예람: 커피도 다 마셨는데 다음 장소로 이동할까요?

김한중: 그럴까요?​

 

 



카페 트레버틴(2018)

 

 

살뜰한 구석도 있어요


김예람: 열쇠를 되게 많이 가지고 다니시네요. 

김한중: 제가 구옥에 살고, 사무실도 옛날 건물이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디지털화가 안 되어 있는 편이죠. (웃음) 

 

김예람: 오래된 것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SNS에서도 빈티지 오토바이를 갖고 싶다는 피드를 올리셨던데요.

김한중: 아내와 아기 때문에 못 타고 있어요. 대신 저기 주차되어 있는 1997년도식 폭스바겐 골프 3세대와 BMW 3를 번갈아 운전해요. 


김예람: 벌써 버터라이스클럽(2021)에 도착했어요. 생각보다 더 가까워요. 

김한중: 여기는 원투차차차와 협업한 프로젝트인데요. 권의현 실장님께 테이블 치수를 말씀드리면서 조명을 테이블에 달아달라고 말씀드렸어요.


김예람: 식당에서는 음식 사진이 잘 나오는 게 하나의 셀링 포인트잖아요. 

김한중: 그렇죠. 음식 사진이 예쁘게 찍히는 건 건축의 영역을 벗어난 것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어려워요.


김예람: 여기 있는 빨간 의자는 비트라 제품이네요?

김한중: 외국계 기업의 사무실을 공사할 때 철거업체가 남아 있는 가구를 수거하는데요. 그럴 때 괜찮은 브랜드 제품을 발견하곤 해요. 약간의 운이 필요하죠. 버터라이스클럽에 있는 비트라 팬톤 체어는 점심시간에 사무실 직원들이랑 밥 먹으러 가다가 용달차에서 본 거예요. 이리저리 봐도 색깔과 모양이 가짜는 아닌 것 같아서 양각로고를 확인하고 데려왔죠. (웃음) 같이 배치한 식탁도 우연히 구한 비트라 테이블의 다리 위에 상판을 새로 얹은 거예요.


김예람: 이 식탁이 놓여진 곳과 입구의 레벨이 다르네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한중: 입구와 식당 바닥의 높이를 맞추고 싶었어요. 그래서 실내 바닥을 높이고, 기왕 올린 김에 전선과 배수관을 넣었어요. 이 식탁이 놓인 곳은 증축된 부분이라 그대로 두었어요.


김예람: 그런 다음에 바통 밀 카페처럼 유리 매스를 삽입한 거군요.

김한중: 그런 셈이죠. 저희에게는 클리셰 같은 요소인데 아직까지 유리 매스가 주는 효과가 재미있어서 계속 적용해오고 있어요.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들고 싶어요


​김예람: 이쪽으로 들어갈까요? 와, 오늘도 어프로치(2021)에는 사람들이 많네요.

김한중: 올 때마다 만석인 것 같아요. 지금은 이렇게 층고가 낮은 통로를 거쳐서 마당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원래는 좁은 계단을 올라 건물로 들어가는 동선이었어요. 내부로 들어가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만들려고 수선을 좀 했죠. 


김예람: 여기에 오면 마당 때문에 교외로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김한중: 저도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모과나무, 감나무로 둘러싸인 마당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자연과 가까이에 있는 분위기를 더 살리고 싶어, 조경 작업을 맡은 안마당 더 랩에게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도록 수로를 설치하자고 했죠.


김예람: 식당으로 들어가는 방사형 계단도 예뻐요.

김한중: 이 계단은 기존 건물에 없던 요소예요. 본래의 건물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시간의 흔적이 좀 묻어 있어야 했는데, 너무 새것이라서 전문 기술자를 모셔와서 작업했어요.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분이 국내에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귀해서 어렵게 완성했어요.


김예람: 입구 옆에 볼록 튀어나온 공간은 원래 어떤 방이었나요? 

김한중: 시멘트 벽돌을 쌓아서 테라스였던 곳을 실내로 만들고 세로로 긴 슬릿창을 설치했어요. 개인적으로 모두가 좋은 재료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요. 남들이 별로라고 하는 재료를 예쁘게 만들었을 때 오는 기쁨이 있다고나 할까요? (웃음) 


김예람: 여기 놓인 의자를 몇 개 판매하려고 예전에 SNS에 피드를 올리셨잖아요. 완판됐나요?

김한중: 아, 딱 하나 팔았어요. 리소건축의 김대일 소장이 사갔어요. (웃음)


김예람: 소비자 입장으로 볼 때 가격도 합리적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김한중: 판매가를 15~20만 원으로 책정했는데, 제작비용이 17~23만 원 정도 들었어요. (웃음) 판매에 큰 욕심이 없어서 그렇게 가격을 매겼는데 막상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까 의기소침해지더라고요.

 

김예람: 그럼 그 가구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김한중: 사무소 회의실에 여덟 개 정도 있고요. 몇 개는 부모님 드렸어요.

 




어프로치(2021)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한중 소장



제 도서관에 놀러 오실래요?


김예람: 사무실이 효창공원 가까이에 있어요. 지금 몇 명의 직원들과 생활하고 계신가요?

김한중: 직원 세 명과 작업하고 있어요. 인턴이 있으면 좋은데 저희 사무실에 자리가 없어요. 사무실의 일정 영역을 비워 가지고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은 작아요. 저희끼리 지내기엔 좋은데 여러 명이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죠.


김예람: 회의실에서 밖을 바라보는 뷰가 너무 좋아 보이던데요.

김한중: 예전에는 거기서 주로 일을 했는데, 지금은 회의와 설계 업무를 분리하려고 뒷방을 작업 공간으로 쓰고 있어요.


김예람: 곧 있으면 사무실 옆에 작은 도서관을 오픈하신다면서요.

김한중: 사무실 옆 공간이 매물로 나오자마자 계약했어요. 예전부터 이곳이 책 읽기에 너무 좋다고 생각해서 친구와 함께 도서관을 만들게 됐어요.


김예람: 역할은 어떻게 나누셨나요?

김한중: 친구가 한국문학과 시집을 큐레이팅하고 제가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책은 그 친구가 전부 산다고 하길래 말리지 않았어요. (웃음) 약 2천 권가량의 책을 열람할 수 있는 회원제 도서관으로 운영할 예정인데, 아마 8월호가 나올 즈음에는 문을 열 것 같아요. 

 

김예람: 가까이에 퀸마마 마켓이 개장할 예정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할 것 같아요.

김한중: 저희 도서관이 퀸마마 마켓과 mtl효창 사이에 있는데, 두 공간의 후광효과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어요. (웃음)

 


결코 작은 게 아니라고 믿고 싶어요

​

김예람: 그동안 F&B 관련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하셨어요.

​김한중: 재미있게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가끔 건축가로서 도시적인 고민을 풀어내지 못하고 테이블과 그릇을 앞에 두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해요. 작년에는 작업하던 모든 프로젝트가 증축이거나 대수선이어서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했었어요. 


김예람: 사무소 홈페이지에 적힌 프로필에서 작은 것들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셨던 게 기억나요. 그것이 지니고 있는 나름의 의미가 있잖아요.

김한중: 저는 이렇게 자연스러운 삶에 관한 것들에 관심이 있는데요. 식당과 카페를 구성해보니 엄청나게 많은 스터디가 필요하더라고요. 큰 도시 담론도 좋지만 때때로 우리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주 작은 물건, 공간일 수도 있더라구요.


김예람: 작업의 크기가 작다고 해서 행복의 무게마저 적은 게 아니니까요.

김한중: 그렇죠.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설계하면서 좋은 게 있어요. 열심히 고민한 만큼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SNS를 통해서 단독주택이나 업무 공간을 설계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의견을 확인할 수 있죠.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건 건축가로서 너무 큰 도움이 되고 또 즐거운 일이에요.



김한중은 9월호에서 박우린(쿠쿠루쿠쿠 건축사사무소 대표)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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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중
김한중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공부하고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2017년부터 베이스먼트 워크샵과 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큰 것보다 작은 것에 관심을 가지며 전체보다 개별에 가치를 두는 태도로 작업을 하고 있다. 가구와 실내 공간, 건축과 도시는 연속적인 것이라 생각하며 그에 관련된 일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