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ACE(공간)」 2022년 8월호 (통권 657호)
미완의 성좌
편집자란 무릇 질서를 만들고 싶어 하는 부류에 속한다. 마침내 그 모두를 아우르는 주제를 찾아내어, 거기에 모든 것을 꿰고 싶은 욕구. 혹은 개별 작업 사이의 숨겨진 선을 이어서 성좌를 그리고 싶어 머리를 싸맨다. 매달 건축가들의 최근 몇 년간의 작업을 모은 프레임을 준비하면서 반복하는 고민이다. 농담을 섞어 말하자면, “윤슬, 브릭웰, 대구 미래농원, 내포-해미 세계청소년문화센터로 이어지는 강예린과 이치훈의 작업을 보건데 이들은 분명 ‘원형주의자’입니다. 두바이 엑스포 카자흐스탄관 계획안을 보면 이제 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혹은 “아닙니다. 이들의 (타)원에는 네모가 따라붙으며 긴장감을 만들고 있으니, 이들은 ‘네모주의자’입니다. 이치훈의 네모난 안경과 네모난 시계가 그 증거입니다(!)” 건축가의 여러 작업을 하나의 주제 아래 도열시켜 정의하려는 시도는 매번 조금씩 어긋나기 마련이다. 주어진 조건에 대응하며 여러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건축가들의 작업을 간단한 문장으로 포획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강예린+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이하 SoA)의 프레임은 특히 쉽지 않았다고 고백하려 한다.
2011년 SoA를 개소한 이들을 올해 초 만났을 때, 사무실에는 많은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으며 준공을 앞둔 프로젝트도 여럿이었다. (올해 3월 공개된 목천건축아카이브 다큐멘터리 영상 ‘원하는 것에 다가가는 방법들’ 강예린·이치훈 편에서 이들은 열여덟 개의 프로젝트가 돌아가는 정신없는 상황이며, 두 사람은 ‘비효율적’이지만 최대한 함께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술, 리서치, 전시, 공공예술, 파빌리온, 건축물을 오가며 존재감을 만들어온 이들의 작업을 어떤 프레임으로 보아야 할까. 「SPACE(공간)」 606호(2018년 5월호) 프레임에 수록된 제주 생각이섬과 파주출판도시 스튜디오 M, 스페이스 소 등이 벽돌의 변주를 보여주었다면, 이번에 소개되는 네 작업 ‐ 대구 미래농원, 내포-해미 세계청소년문화센터, 인천서구상생마을 복합커뮤니티센터, 루프스테이션 익선 ‐ 은 확연하게 다른 맥락과 프로그램에 대응하며, 노출콘크리트, 돌, 유리 등의 재료를 색다른 물성으로 빚어내었고, 한층 적극적인 내외부의 관계를 드러낸다. 『도서관 산책자』(2012)에서부터 이미 보아왔듯이,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달리 말하면 사회와 건축에 대한 사유를 언어화하는 데 탁월한) 이들은 대상지의 도시·사회적인 맥락을 해석해 내러티브를 만들고 그것을 재료와 형태의 실험으로 완성한다. 그리고 그 방식은 매번 달라지지만 동시에 과거의 실험이 (그들의 표현을 따르자면) ‘흔적기관’처럼 남아있다. 그 내러티브에 이미 설득당했는데, 구현된 건축도 전형적이지 않다. (반)구, 원과 겹쳐진 원, 사각형과 중첩된 (타)원 등 단순한 기하학을 활용하는 이들의 조형은 직관적인 감상을 돕는다. 이러한 특색은 다중이 이용하는 프로그램의 건축에서 특히 빛을 발하게 된다. 일례로 공식 개장 전에 답사한 대구 미래농원은 건축물의 독자적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옛 정원과 새로운 정원의 배경이 되는, (내부와 외부가) 서로가 서로를 빛내주는 공간이었다. 문을 여는 동시에 대중의 사랑을 받을 거라 예감할 수 있었다. 건축가가 공들여 계획한 시퀀스, 풍경과 감각을 경험하는 여정이, 맥락이 삭제된 일시적 장면으로 포착되어 SNS 피드에서 공유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건축가는 시간을 설계했는데, 사람들은 순간의 이미지로 체험한다면 건축가는 상심해야 할까? 정답이야 없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것이 오늘날 건축가들이 처한 현실이라는 점이다. 마침 이번 호에 소개되는 카페 공간태리를 설계한 나은중과 유소래가 말하듯이 “다수에 의해 자유롭게 점유되고 회자”되어 오롯한 “건축 경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SoA의 성좌를 그리겠다는 시도는 섣부른 기대였다. 서서히 드러날 더 큰 윤곽을 충분히 지켜보고 싶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2년 8월호 (통권 657호) 목차
004 EDITORIAL
006 NEWS
018 PROJECT
기억의 집 ‐ 네리&후 디자인 앤드 리서치 오피스
The House of Remembrance ‐ Neri&Hu Design and Research Office
030 PROJECT
공간태리 ‐ 네임리스 건축
0.GAN TERI ‐ NAMELESS Architecture
038 PROJECT
김근태기념도서관 ‐ 여느건축디자인 건축사사무소
Kim Geuntae Memorial Library ‐ Yeoneu Architects
046 PROJECT
중랑망우공간 ‐ 정재헌+모노건축사사무소_ 정욱주
Jungnang Mangu Space ‐ Jeong Jaeheon + MONO architects_ Jeong Wookju
054 PROJECT
문산읍 주민자치센터 어울마당 ‐ 볼드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Munsan-eup Community Center ‐ bold architects
062 FRAME
귀납의 풍경: 강예린+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Induction into a Landscape: Kang Yerin + SoA
066 FRAME: ESSAY
건축에 관한 건축_ 강예린, 이치훈
Architecture on Architecture_ Kang Yerin, Lee Chihoon
072 FRAME: PROJECT
대구 미래농원
MRNW Daegu
080 FRAME: PROJECT
내포-해미 세계청소년문화센터
Naepo-Haemi Youth Community Center
086 FRAME: PROJECT
인천서구상생마을 복합커뮤니티센터
Fouround Table: Incheon Seo-gu Community Center
092 FRAME: PROJECT
루프스테이션 익선
Loop Station Ikseon
096 FRAME: CRITIQUE
배음의 소리_ 김수영
The Sound of Overtones_ Kim Soo-young
102 LIFE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가 걷는 길: 네오밸류_ 정종현, 이안나 × 한가람
The Path Taken by a Lifestyle Developer: NEOVALUE_ Chung Jonghyun, Lee Anna × Han Garam
110 REPORT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데이비슨 프라이즈_ 마리 샤밀라드 × 박세미
Drawing a New Future Through Architects’ Ideas: Davidson Prize_ Marie Chamillard × Park Semi
118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하고 있는, 해야만 하는_ 김샛별, 윤성영 × 박지윤
Be Doing It, Have to Do It_ Kim Saesbyeol, Yun Sungyoung × Park Jiyoun
124 SERIES: RE-VISIT SPACE 20
1970년대 한국 미술과 이우환 ‘효과’_ 신정훈
Korean Art and the Lee Ufan ‘Effect’ of the 1970s_ Shin Chunghoon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