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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홍익 국제지명 설계공모] ‘정신착란증’의 홍대, 또는 진기한 시체의 끔찍한 아름다움

장용순
자료제공
홍익대학교
진행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 2024년 2월호 (통권 675호) 

 

 

‘정신착란증’의 홍대, 또는 진기한 시체의 끔찍한 아름다움▼1 

 

도시적 맥락, 리서치 건축

2023년 10월 홍익대학교에서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다섯 명의 거장들이 경쟁하는 보기 드문 국제설계공모 심사가 있었다. 네 번째 발표자로 나선 OMA의 크리스 반 두인(Chris van Duijn)은 그들이 자랑하는 도시 리서치에서부터 발표를 시작했다. ‘홍대’▼2 지역의 문화와 도시적 맥락에 대한 설명에 이어서, 학교 내부의 미로 같은 건물 조직에 대한 섬세한 연구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OMA로부터 시작된 리서치에 기반을 둔 건축을 ‘리서치 건축(Researchitecture)’이라고 부를 수 있다. 크리스가 홍대 건물들 사이에 있는 미로 같은 연결 조직을 ‘홍그와트’▼3라고 설명할 때, OMA가 얼마나 섬세하게 홍대에 대해서 조사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이런 탄탄한 리서치 위에 OMA가 선택한 전략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었다. 이번 설계공모의 대지는 와우산과 홍대의 복잡한 골목길 조직 사이의 경사지에 위치한다. 와우산에서 내려오는 랜드스케이프와 골목길의 흐름이 갖는 도시적인 질서를 양손의 손가락이 끼워지듯이 서로 얽히게 한다는 개념이다. 대도시를 위한 건축사무소(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라는 이름에 걸맞게 도시 흐름과 자연 지형을 결합한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와우산의 녹지는 와우관과 연결된 브리지로 도시 레벨까지 이어지고, 와우관 주변의 골목길의 맥락과 만난다. OMA 안의 건물들은 지형적 풍경을 형성하는데, 테크랩의 계단식 건물과 메이커스 센터의 경사 지붕은 중심부를 감싸는 완만한 인공 지형을 만든다.

 

위상학, 뜨개질, 매듭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큰 개념 위에서 OMA가 선택한 전략은 위상학적 뜨개질이다. 대상지에는 이미 홍익대학교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잠재적인 동선들이 있었다. 정문에서 후문을 연결하는 동선, 기숙사에서 와우관을 연결하는 동선, 디자인 밸리에서 문헌관으로 연결하는 동선이 그것이다. 이런 이동 동선은 학교를 오래 다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동선들이다. 이 동선들은 때로는 직각 체계와 레벨 차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면서 최단 거리를 만든다. 이런 잠재적 동선을 미적 선입견 없이 그대로 현실화해서 연결 브리지로 만든 것이 OMA의 계획안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OMA의 IIT 맥코믹 센터(IIT McCormick Tribune Campus Center)와 유사하다. 차이점은 보이드와 솔리드가 반전(inverse)되어 있고, 레벨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여러 레이어로 구성된 연결 브리지들은 마치 뜨개질처럼 레벨 차로 끊어져 있던 도시적 맥락을 위상학적으로 연결한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적 동선들을 엮어서 만든 패브릭이나 거대한 매듭이라고 볼 수 있다.

 

​탈중심, 탈경계, 발산

위상학적 뜨개질을 통해서 OMA가 도달하는 지점은 탈중심, 탈경계의 사태다. OMA의 뉴홍익 안에서 전통적인 중심이나 경계는 해체된다. 렌조 피아노나 헤르조그&드 뫼롱의 안에는 강한 중심성이 존재한다. 이들 안은 자족적이고 수렴적인 중심을 형성하는 반면에, OMA의 안은 발산적인 열림을 만든다. 경계는 해체되고 흐름 속에 녹아내린다. OMA의 안에는 명확한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건물과 자연, 도시와 대학, 내부와 외부, 지하와 지상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허물고 있다. OMA의 안은 대학의 경계를 형성한 장벽 형태의 디자인 밸리의 일부를 철거하고 입구를 만들고 있다.

 

​탈권위, 입구 많음, 입구성 없음, 리좀

일반적으로 권위적인 대학 건물은 명확한 파사드가 있고, 상징적 입구가 있고, 공간적 중심과 명확한 경계가 있다. 이것을 모두 부정하고 있는 OMA의 안에는 파사드가 없고, 상징적 입구가 없고, 중심과 경계가 없다. OMA의 안에는 입구는 많지만, 상징적인 입구성은 없다. 입구와 위계가 명확한 나무 같은 수목적 구조와 대조되는 네트워크 같은 리좀 구조다. 네트워크의 흐름 속으로 전통적 의미의 건물은 사라진다.

 

OMA의 당선안. 대지 내 시설 간 동선.

 




OMA의 당선안. 단면 다이어그램.


어떤 것, 사물, 숭고, 사건

여러 심사위원들이 OMA의 안에 호감을 가진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전통적 건물의 개념을 탈피했기 때문이다. 한 심사위원은 “이것은 건물이 아니라 어떤 것(something)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것’은 일반적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을 말한다. OMA의 안 앞에서 건물에 대한 일반적 묘사 방식은 힘을 잃고, 무기력해진다. 이렇게 우리의 일반적인 상상력과 지성을 넘어서는 사태를 표현하기 위해서 철학자들은 많은 용어를 동원했다. 라캉은 ‘사물(Das Ding)’이라고 불렀다. ‘사물’은 쾌락원칙과 도덕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상징계 너머에 존재하는 언어를 넘어서는 어떤 것이다. 이것은 칸트가 말하는 ‘숭고’의 사태이기도 하다. ‘숭고’는 상상력과 지성으로 파악할 수 없는 사태 앞에서 능력들의 불일치와 무기력함으로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그것은 불쾌와 동시에 일반적 쾌락을 넘어서는 쾌감을 가져다준다. 알랭 바디우는 이런 사태를 ‘사건’이라고 불렀다. ‘사건’은 구별할 수 없고, 결정할 수 없고, 말할 수 없고, 포괄적인 성격을 갖는다. 

OMA의 안은 ‘사물’이고, ‘숭고’이고, ‘사건’이다. 언어적 묘사를 넘어서는 당혹감과 무능력을 가져온다. 흐름이 만드는 속도감은 역학적 숭고를 느끼게 한다. 기존의 유형으로 구별할 수 없고, 정확한 결정이 불가능한 사건이기도 하다.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 앞에서 매혹된 것이다. OMA는 단점이 없는 안을 만든 것이 아니라, 매혹적인 안을 만들었다. 빈틈없는 디자인을 만들기보다는 강한 콘셉트를 던졌다.

 

끔찍한 아름다움, 진기한 시체

OMA의 계획안들은 아름답기보다는 기괴한 느낌을 준다. ‘진기한 시체(Cadavre Exquis)’나 ‘끔찍한 아름다움(Terrifying beauty)’은 그런 느낌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정신착란증의 뉴욕』에서부터 콜하스는 아름다움보다는 프로그램적 진기함에 관심이 있었다. 이런 생각은 뉴홍익 안에서 절정에 도달하고 있다. 인터체인지가 얽힌 미로 같은 모습은 질서 정연한 아름다움이 아닌 현기증 나는 아찔한 속도감을 주는 ‘끔찍한 아름다움’을, 깊이를 알 수 없이 층층이 쌓인 이질적인 프로그램들은 끝없이 빠져드는 미장아빔(mise en abîme)▼4의 ‘진기한 시체’를 실현하고 있다. ‘진기한 시체’는 초현실주의자들이 사용한 창작 방법으로 여러 명이 여러 칸으로 접은 종이에 릴레이 식으로 그 이전 작가의 그림의 끝부분만을 보고 그리는 것을 말한다. 결국 종이를 펴보면 불연속적이고 이질적이고 기괴한 그림이 완성된다. OMA는 뉴욕의 ‘다운타운 운동클럽(Downtown Athletic Club)’의 이질적 프로그램 분석 이후로 이런 ‘진기한 시체’의 방법을 사용한다. OMA의 뉴홍익 안에서 진기한 시체가 만드는 서로 다른 광장과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OMA의 안은 르 코르뷔지에의 계산된 산책(promenade)이라기보다는 무의식의 미로를 헤매는 초현실적인 방황(errance)을 만든다. 무의식적 방황 속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끔찍한 숭고 앞에서 할 말을 잃어버린다.

 

믈렁-세나르 도시계획, 곡선 보이드, 보이드/솔리드, 섬과 띠

OMA의 뉴홍익 안은 OMA의 여러 아이디어들이 응축된 계획안이다. 이 안에서 OMA의 많은 개념과 계보를 발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IIT 맥코믹 센터의 관통로는 모두 직선이고, 뉴홍익 안의 브리지 같은 곡선은 사용되지 않는다. 뉴홍익 안과 거의 유사한 곡선의 관통을 사용한 계획안이 바로 믈렁-세나르(Melun-Sénart) 도시 계획(1987)이다. 테제베 선로를 따라가는 보이드 곡선은 기숙사에서 와우관으로 이어지는 브리지 곡선으로 변형된다. ‘바나나’라고 불리는 이 곡선 브리지는 프로젝트를 풍부하게 만드는데, 이것은 홍대 지역을 곡선으로 가로지르는 어울 마당로(구 경의선 철도길)의 은유로 보이기도 한다. 믈렁-세나르 계획에서는 OMA의 중요 주제인 보이드/솔리드가 사용되는데, 보이드의 띠와 그 사이의 섬이 그것이다. 이 주제는 뉴홍익에서 반전되면서 브리지의 솔리드와 그 사이의 광장들로 변형된다. 그 이외에도 요코하마 도시계획(Yokohama Urban Plan, 1992)의 ‘밀집(congestion)의 문화’, 레 알 계획(Les Halles Plan, 2003)의 지하 프로그램, 유라릴(Euralille Plan, 1989~1994)의 피라네지적 공간(Piranezian space)을 활용하고 있다. 뉴홍익 안은 보이드/솔리드가 도달하는 후기 OMA의 종착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빨간 파이프 난간, 키치, 홍대 문화

건축가들은 난간을 자신의 사인처럼 디자인한다. OMA는 쿤스트할(1992)에서는 두꺼운 통나무를, 서울대학교 미술관(2005)이나 리움미술관 아동교육문화센터(2004)에서는 두꺼운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난간으로 사용한다. 뉴홍익 안에는 빨간 두꺼운 파이프를 난간으로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홍문관에서 이미 빨간 두꺼운 파이프가 난간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OMA는 그것을 디자인 요소로 흡수해서 뉴홍익 안 전체의 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홍익대학교에는 ‘영원한 미소’ 상징물, 홍문관의 빨간 난간처럼 빨간색을 모티브로 사용한 요소들이 많은데 그것을 디자인 모티브로 활용한 것이다. OMA의 방법은 키치의 방법에 가깝다. 

키치는 기이하고 저급하고 나쁜 미적 취향을 뜻하는데, ‘저급하게 만들다’라는 뜻의 독일어 ‘verkitschen’에서 유래했다. OMA의 안은 기괴하고 저급한 느낌을 준다. OMA의 키치의 전략은 인터체인지 같은 배치에서부터 난간에까지 치밀하게 계획되어 있다. 홍대 지역은 키치적 요소가 가득 찬 곳이다. 한국의 다른 어떤 곳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기이한 의상, 상품, 연주, 공연이 모두 허용된다. 그것이 홍대 지역이 갖는 문화적 힘이다. 사나의 안은 홍대 지역을 유형학(typology)과 스케일의 관점에서 해석했다면, OMA의 도시에 대한 분석은 유형을 넘어서 흐름과 문화로 해석해서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OMA 뉴홍익 안의 매력은 홍대의 미로 같은 골목길과 흐름을 분석한 것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 힘을 재해석했다는 데 있다.

 

홍대, 속지 않는 자가 길을 잃는 곳, 탈정향화, 상황주의자, 뉴바빌론, 벌거벗은 도시

‘홍대’는 홍익대학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홍대 문화가 갖는 힘은 문화적인 소수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기존 사회의 틀지어진 질서에 속지 않는 사람들이 방황하면서 길을 잃는 곳이 바로 홍대이다. 홍대 지역에는 수많은 문화 공동체와 대안 공동체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사회가 정한 길에서 벗어나서 길을 잃고 헤매면서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들이다. 정해진 길을 알려주는 오리엔테이션이 아니라, 길을 잃게 하는 탈정향화(dis-orientation)를 실행한다. 시계바늘처럼, 톱니바퀴처럼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길을 잃은 소수자들에게서 가치를 발견한 사람들이 1968년 문화운동에 큰 영향을 준 국제 상황주의자들(The International Situationists)이었다. 국제 상황주의자들은 사회의 규칙에서 벗어난 무의식적 도시의 모습을 ‘벌거벗은 도시’라는 이름으로 그려냈다. 사회가 정한 규범의 틀을 벗어던졌다는 뜻이다.   

홍대의 문화에는 카오스적 에너지가 있는데, 그것을 질서로 덮어버리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 OMA 안의 큰 장점이다. OMA 안은 탈정향화된 뉴 바빌론이고, 끔찍한 아름다움을 가진 벌거벗은 도시다. 

 

1   ‘delirious’는 ‘의식이 혼미한, 기뻐 날뛰는’의 뜻을 갖는다. OMA의 창립자 렘 콜하스의 주 저서 『정신착란증의 뉴욕(Delirious New York)』(1978)에서 차용한 제목이다. 

2   ‘홍대’란 홍익대학교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면서, 동시에 홍익대학교 인근 지역을 일컫는다. 이번 공모에서 초청건축가들 역시 마포구 대신 ‘홍대(Hongdae)’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3   ‘홍그와트’는 해리포터의 마법 학교인 ‘호그와트’와 홍익대학교를 합친 합성어로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미로 같은 캠퍼스 건물들의 조직을 부르는 말이다.

4   ‘미장아빔(mise en abîme)’은 ‘심연에 놓다’라는 뜻으로 액자 구조가 반복되면서 심연으로 빠져드는 구조를 뜻하는 용어다.  ​​​​​​​​ 

월간 「SPACE(공간)」 675호(2024년 0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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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순
장용순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파리 베르사유 건축대학교를 졸업한 뒤 자크 리포 설계 사무실에서 건축 실무를 익히고 프랑스 국가 공인건축사(DPLG) 자격을 취득했다. 파리 8대학 생드니 철학과에서 알랭 바디우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축사사무소 기오헌에서 실무를 쌓았고 현재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현대건축의 철학적 모험』 시리즈 1~4권(2010~2013)이 있다. 작품으로 세운상가 공공 공간 활성화 프로젝트와 KB 청춘마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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