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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군산 사용법

글
이치훈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파트너
사진
김종오(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이손건축
진행
방유경 기자

「SPACE(공간)」 2025년 9월호 (통권 694호)

 

 

 

2023년 이른 봄, 군산의 관계인구로서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SPACE(공간)」 669호 참고)의 워크숍을 준비하는 와중에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이하 리터닝 군산)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 팀은 인구 감소로 공동체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는 지방도시의 위기 속에서, 더 이상 무언가로 도시를 채우기보다 도시의 일부가 자연으로 회귀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워크숍은 군산의 오래된 적산가옥의 지붕을 해체하여 자연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모색했고, 원시적 도구를 활용해 풍화를 촉진하는 해체의 방식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이는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정주인구인 군산 일대 활동가들과 함께 일시적 관계인구로서 개입한 실험이었다.

리터닝 군산은 이와 반대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군산 태생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아주 단단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재생의 거점을 만든다는 기획이었다. 프로젝트는 5년 넘게 이어지며 네트워크를 전국 단위로 확장했고, 정주인구와 관계 인구를 동시에 포괄하는 기반이 되었다. 완공 이후에는 시설을 운영할 실력 있는 전문가들뿐 아니라,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를 품은 사람들이 정식 오픈 전부터 모여드는 장소가 되었다. 이 네트워크는 단순히 예산을 소진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일회성 재생사업이나, 향수에 매달린 퇴행적 전략으로 근미래에 소멸될 ‘정크스페이스’를 생산하는 상업적 공간 브랜딩과는 달랐다. 그것은 리터닝 군산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핵심 에너지였다.

이 인적 자원의 성격은 군산 원도심 블록이 품은 시간성과 닮아 있다. 군산의 블록은 개항기 식민도시 구조와 거주 유형이 원주민의 삶 위에 덧입혀지고, 해방 이후 다시 복원되며 축적된 100년 이상의 고고학적 층위를 담고 있다. 단단한 식민지 도시 건축의 유형과 이를 변용하려는 힘으로 작동하는 생활관습이 혼재된 터이다. 따라서 리터닝 군산은 유형과 관습 사이의 레시피를 실험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군산에 정주하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군산 토박이, 군산 태생으로 고향의 프로젝트를 위해 관계인구로 생활하는 건축가,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조성과 운영을 디렉팅하기 위해 핀란드에서 날아온 기획자 등, 각자가 군산이라는 도시의 다른 시간성에 관계하며 식민도시의 건설자가 남기고 간 제국의 잔재를 요리하기 위해 모였다.​ 

 

 

 

 

군산 식민도시의 기획자, 아사야마 겐조

리터닝 군산은 개항기 조계지로 조성된 식민도시의 구도심 블록의 구조를 재료로 삼는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산 원도심 블록의 기원과 변형에 관한 선행 연구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 중 ‘개항기(1899~1906) 군산 주재 일본 영사관 분관의 설치와 주임서기생의 활동’▼1이라는 논문은 흥미롭다. 현재 군산 원도심의 원형을 기획하고 실행한 인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때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이 일련의 식민도시 건설 계획과 실행은 군산 영사분관에 배치된 일본인 주임서기생 아사야마 겐조(淺山顯藏)에 의해 수행되었다. 그는 1870년대 중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한국에서 통역관으로 꾸준히 활동했고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등의 굵직한 근대사를 겪었다. ‘한국통’으로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군산 분관주임에 선발된 그는, 부임 직후 개항장에 설정된 일본인 조계에 대한 정확한 측량을 통해 거점지를 명확히 하고, 도로, 블록, 필지, 경계선을 결정하여 일본인 거류지의 지적(地籍) 체계를 구축했다. 측량에 이어진 가옥과 도로의 설계까지 주임서기생이 직접 작업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과정은 그의 관할하에 이루어졌다. 지금 우리가 보는 군산의 원형은 이 시기에 형성된 것이다.

광학 기술을 이용한 측량은 토지에 직선적이고 규칙적인 구획을 새겨 넣는 사건이었다. 불분명했던 조계지 내 토지의 소유와 경계는 근대적 관리가 가능한 단위로 바뀌었고, 일본인 거주자들에게 주거·상업·공공 용지로 배분되며 일본식 가옥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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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보영, ‘개항기(1899~1906) 군산 주재 일본 영사관 분관의 설치와 주임서기생의 활동’, 「전북연구원」 1(2019. 12.). 

 

 

 

월간 「SPACE(공간)」 694호(2025년 09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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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훈
이치훈은 연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1년 강예린, 정영준과 함께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SoA)를 설립했다. SoA는 건축의 사회적인 조건에 관한 분석을 통한 다양한 스케일의 구축환경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카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2015), 젊은건축가상(2015), 김수근 프리뷰상(2016), 「아키텍처럴 리뷰」가 주관하는 신진건축가상 파이널리스트(2016)에 선정됐으며 코리아디자인어워드(2021),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2023)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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