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9월호 (통권 694호)

©Bang Yukyung

그래픽숍에서 바라본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 ©Bang Yukyung
김광철 군산책문화발전소 대표 × 방유경 기자
방유경(방): 서울에서 여러 잡지와 단행본을 펴낸, 잔뼈 굵은 출판인이신데요. 어떻게 군산에 정착하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김광철(김): 수십 년 동안 서울을 기반으로 잘 아는 사람들 속에서 있다 보니 어느 순간 쳇바퀴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 반작용으로 서울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 출발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습니다. 당시 속초, 강릉 등 몇몇 도시를 돌아보다 군산에 두번째인가 답사하러 온 날 홀린 듯 월셋집을 계약하게 됐습니다. 저는 충동의 필연성을 믿는 사람입니다. (웃음) 어느 지방이나 비슷할 텐데, 문화적으로 열악한 지역이라 뭐라도 할 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방: 그래픽숍은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과 마주 보고 있어요. 송성진 대표와 어떤 인연이 있으신지요?
김: 이 동네에서 뭔가 문화적인 일을 하려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사람이죠. 좁은 지역이니까요. 군산으로 옮긴 후 활동 거점을 마련하지 못해 조금 초조할 때, 송 대표가 이 점포를 소개하더군요. 1930년대 적산가옥의 흔적이 반쯤 남아 있는 이 상가주택의 리모델링 설계와 시공은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의 손진, 정유미 두 분이 전적으로 맡아 줬습니다. 1층 공간 일부는 원형을 살리고 내부는 벽을 없애 밖에서도 안이 잘 들여다보이는 개방적인 공간으로 완성됐죠. 주변 일대가 먹자골목 같은 느낌이라 적절한 입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픽숍 외부 전경, Image courtesy of GRAPHIC SHOP

그래픽숍 2층, ©Bang Yukyung
방: 그래픽숍은 프로파간다의 사무실이자 예술 서점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운영하고 계신가요?
김: 프로파간다의 프로젝트 스페이스인 셈이지요. 출판사 사무실이면서 예술 서점이고 가끔 전시도 엽니다. 군산에 올 때 한 가지 다짐한 게 있습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 이상의 돈은 벌지 말자. 문화 실천과 돈벌이가 상충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다짐하지 말 걸 그랬어요. 출판사가 곧 망할 것 같아서요. (웃음)
방: 지난해 기획하신 군산북페어가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 군산에서 제가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북페어라는 이벤트였습니다. 몇몇 서점 운영자와 지역 문화계 인사들과 공감대를 넓히는 과정이 있었고요.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돈이 아주 많이 드는 행사이니까요. “할 수 있다”라고 1년 정도 말하고 다녔지요. 군산시민문화회관(현 군산회관)에 입주한 소통협력센터 군산의 민간 운영사였던 커넥트군산이 재정 지원을 약속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현실화됐습니다. 군산북페어는 아트 북페어와 일반 북페어의 중간 지대에서 그동안 한국의 북페어가 좀처럼 하지 못했던 (혹은 할 의향이 없었던) 것에 천착하는 행사입니다. 전시, 토크, 워크숍, 아카이브 실천을 강조하는, 출판이라는 문화 실천의 잠재력을 구현하는 장으로서의 북페어인 셈이지요.

2024 군산북페어 당시 열린 전시, Image courtesy of Gunsan Book Fair

군산회관에서 열린 2024 군산북페어, Image courtesy of Gunsan Book Fair
방: 지난해 전 세계 서점의 토트백(에코백) 컬렉션 전시 〈가방은 아름답다〉, 〈열람실―2000년 이후 독립출판 아카이브〉 전시 등 신선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올해는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김: 한국에서 군산북페어는 ‘북페어’ 라는 제도 자체에 가장 관심이 많은 북페어가 아닐까 해요. 올해는 아예 ‘북페어’에 관한 전시, 〈아트 북 페어 나우〉라는 전시를 엽니다. ‘북페어가 궁극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되묻는 전시지요. 지난 6개월 동안 이 전시를 위해 세계 아트 북페어 30여 곳과 소통하는 동안, 우리 스스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자기반영적인 전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관련해 북페어 역할이란 측면에서 저희는 북페어가 명실상부한 아카이브 센터 구실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난해 〈열람실―2000년 이후 독립출판 아카이브〉 전시를 연 배경이고, 이번엔 〈메이드 인 신신신〉이란 타이틀 아래 디자이너 신신(신해옥, 신동혁)과 신덕호의 평생 작업을 목록화할 예정입니다. 그 외 일종의 매체 연구이자 워크숍 ‘리소는 아름답다’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군산북페어 운영을 맡고 있는 군산책문화발전소는 군산에 흩어져 있는 작은 서점들의 연합체예요. 최초 아이디어의 출처가 누구든, 이 단체가 아니었다면 북페어가 열릴 수 있었을까요?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관공서도 개인도 아닌, 민간 연합 단체가 북페어를 주도한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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