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2022년 9월호 (통권 658호)
카페 건축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이다. 카페 건축은 팬데믹 이후에도 다른 용도의 건축물들과 달리 매우 빠른 속도로 그 숫자를 늘리는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수 대비 카페 수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라 하니, 소득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모든 세대가 좋아하는 장소가 되었다지만 이 정도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마도 우리의 평균적인 주거와 일터가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사람을 만나기에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SNS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SNS는 손쉽게 정보를 검색하는 도구로써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인공물이자 아날로그의 대표격인 건축물을 가볍게 복사하고 공유한다. 이는 건축물과 대중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 사람들은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신상 카페’를 찾아다니며 이미지를 나른다. 그 어떤 광고 매체보다도 효과적이다. SNS 안에서 확산되는 사진들은 때때로 전문가와 다른 시각으로 건축물의 새로운 면모를 포착해내기도 한다. 이러한 실정에서, 카페 건축의 비평을 맡게 됐을 때 이번에는 어떤 형태, 어떤 공간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편안함을 주는 인상
장마의 끝 무렵, 비를 피해 도착한 카페락가든은 파주 출판단지 근처, 심학산 끝자락에 위치한다. 굽어진 도로에 들어서니 산을 배경으로 차분하고 단정하게 놓여 있는 카페의 모습이 나지막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한 첫인상이다. 자기 몸짓을 과시하려는 형태적, 공간적 어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곡선을 그리며 정원과 나무를 편하게 감싸고 있는 자세는 들어오는 사람들을 반기고, 내부 공간에 대한 기대를 안긴다. 이런 모습은 주차장에서도 이어진다. 혼잡한 차량의 풍경으로 익숙한 여타 카페들과 다르게, 곡선형의 필로티를 따라 정렬된 차들은 정돈된 인상을 준다. 그 위를 부유하는 매스에서 직선 벽체와 계단이 뻗어 나와 방문객의 발길을 자연스레 인도한다. 기존 지형에 따라 레벨을 달리하는 외부 동선은 방문객의 시선을 여러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렇게 출입구를 향해 거니는 걸음은 변화하는 풍경과 건축물을 교차하며 경험하는 산책이 된다. 내부로 들어가기 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당 쪽으로 낮게 드리워진 처마와 그 하부 공간이다. 비가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몇몇은 그 자리에 앉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비와 그 너머의 외부 공간을 응시하고 있었다. 답사 날만큼은 맑은 하늘을 바랐지만 오히려 비가 온 덕에 평소라면 마주치지 못했을 장면들을 볼 수 있었다. 처마는 공간의 깊이감과 높낮이에 변화를 주어 무의식적으로 지루하다고 인식되지 않도록 만든다. 동시에 기능적으로는 직사광선과 빗물을 막아주면서 방문객이 머무를 수 있는 건축의 중간 영역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다시 공간에 켜를 더하고 그림자를 드리워 깊은 공간감을 자아내고 있다. 처마는 그만의 공간감과 장소성을 가진다. 이곳에서 어딘지 모를 익숙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우리 몸에 체화된 장소성의 결과일 것이다.

자연스러운 공간의 구축
건축가는 기존 부지에 있던 야생 정원과 바위를 피하면서 곡선의 매스가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원래의 풍경 그대로 보존된 정원과 바위는 카페의 이름에도 흔적을 남겼다. 기존 지형을 해치지 않고자 한 건축가의 의지가 잘 보이는 대목이다. 직선에서 곡선으로 매스의 형태를 변경하고, 테라스와 처마가 추가되는 설계 과정에서 구축 방법과 재료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1층 필로티의 콘크리트 구조체와 달리 2층은 얇은 철골 기둥과 보를 사용했다. 철근콘크리트와 철골 구조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다. 유리면과 구조체를 완전히 분리해 투명성이 더욱 강조되고 상부 매스는 가볍게 부유한다. 건축가는 재료의 대비를 구현하는 한편 외부의 풍경을 최대한 향유하도록, 즉 건축의 완성도와 상업 공간으로서의 목적성을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 이 같은 구조 시스템을 선택했다. 내부는 외부에서 보이는 모습보다 간결하다. 만곡된 내부 공간은 분절 없이 하나로 이어지며 그 끝을 궁금하게 만든다. 여기에 양쪽으로 나란히 뻗은 두 벽은 강한 인상을 더한다. 거친 노출콘크리트와 평행선을 달리는 유리면이 재료의 미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대비를 이루고, 창문 하나 없이 무겁고 높은 벽에서 가벼운 유리면 쪽으로 경사진 지붕은 몸의 방향을 자연히 외부 공간 쪽으로 유도한다. 창밖으로 이어진 시선은 곡선의 처마선이 담은 한 폭의 정원과 수평적 도시 풍경에 머문다. 내부 공간부터 발코니까지 세 개의 켜로 배열된 좌석은 모두 정원을 향하고 있어 어느 자리에서나 방해받지 않고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풍경이 된 카페 건축
건축은 풍경을 담는 한편 스스로 풍경이 되어야 한다. 카페락가든은 주변 풍경과 지형을 해치지 않는 간결한 매스 배치로 두 요구를 모두 만족하고 있다. 주변에 배경으로 스며드는 단아한 곡선 배치, 내부 공간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건물에 표정을 더하는 처마, 유리면을 따라 흐르는 처마 하부 공간. 여기에 노출콘크리트와 유리의 간결하지만 강한 대비와 구법이 재미를 더한다. 카페라는 다분히 일회적이고 소비적 건축이, 형태적 언어를 내세워 압도하는 자세 대신 취할 수 있는 선택지에는 무엇이 있을까. 카페락가든이 그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보여주고 있음은 틀림없다. 곡선의 형태에서 편안함을 먼저 느꼈다면 이후에는 작은 부분들을 발견하며 담백하게 차별화된 공간에 만족하게 될 것이다. 공간은 난해하지도 않고, 다른 건축물과 유사하지도 않다. 그저 묵묵히 주변에 녹아들고 있다. 사무소 개소 후 첫 번째 신축 건축물이라고 한다. 아쉬운 점보다 그간의 실무수련으로 다져온 탄탄함이 보인다. 앞으로 그의 작업에서 여러 시행착오가 경험으로 더해져 더욱 완성도 높은 건축물들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글 김창균 / 진행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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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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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