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1월호 (통권 674호)

인제기적의도서관은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문화 공간이다. 내부는 원형 로비, 갤러리, 열린 책 공간을 중심으로 권위적이거나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하고, 어린이 도서관, 평생 교육실, 자료실, 열린 극장 등을 개방해 지역주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계획됐다. 이러한 특성화된 도서관 유형을 개발하기 위해 기획과 기본설계에는 12개월 이상이 소요됐으며, 초기 단계부터 지역주민, 특히 어린이를 비롯한 군장병들과 수차례에 걸친 워크숍을 진행하며 프로그램과 공간을 계획했다. 2023년 6월 정식으로 개관한 이후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역사회에 제공하고 있다.

확장성과 참여를 통한 새로운 경험 창출
인제기적의도서관 디자인은 공공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이동과 사회적 통제라는 상반된 두 가지 측면을 조율하는 본질적인 과제에 주목해 시작됐다. 열린 공간 안에서 집단적 질서와 개별적 탐험을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할지에 대한 고민은 현대사회에서 건축가들의 큰 고민이자 숙제다. 로버트 스머크와 알바 알토의 도서관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인제기적의도서관은 물리적 배열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고자 했다. 스머크의 영국 도서관은 방사형 형태로 집단적 질서와 개별적 탐험을 적절히 조화시킨 사례로, 사용자들이 독립적인 경험을 즐기면서도 전체적인 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한편 알토의 세이나요키 도서관은 팬옵티콘 디자인을 활용해 시각적 감시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열린 공간의 개념을 살려 공공성을 강조했다. 인제기적의도서관은 이러한 디자인에 착안해 형태적으로는 유사함을 지녔지만, 사용자 경험과 공간 활용에 집중함으로써 통제보다는 확장의 개념을 강조하고자 했다. 디자인의 주안점은 사용자들이 도서관을 편안하게 이용하면서도 창의적인 탐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두었다.


다양성과 유연성을 담는 공공도서관 유형
오늘날 도서관은 책의 저장소나 독서 공간이라는 한정된 역할을 넘어, 다양한 활동과 기능이 상호 교류하고 충돌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스페인의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가 제시한 개념에도 부합한다. 모네오는 건축적 유형을 단순한 형식 구조를 가진 물체들의 집합체로 이해하고, 이것들이 다양한 해석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도서관 또한 다양한 기능과 활동을 포괄하는 복합체로 이해되어야 하며, 다양성과 유연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의 대상으로 다뤄져야 한다. 도서관의 혁신은 단순히 현재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해당 지역의 독특한 특성과 어우러져 도서관이 지역사회와 상호작용하며 어떻게 발전해나갈지를 고민하게 하며 새로운 시각과 개념을 제시하여 다양한 대화와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것이, 인제기적의도서관 계획의 목표였다.

원통형 볼륨과 동서축
인제기적의도서관은 인제군으로 진입하는 도로에서 도시의 이정표가 되어, 방문객들에게 인제군의 첫인상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건물은 주변 어떤 방향에서도 일관된 정면성을 유지하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원형으로 제안됐다. 이는 보는 입장과 보여지는 대상 간의 관계, 집합과 집중, 그리고 프로그램적으로는 집중과 분산의 이중적인 의미를 담아내는 해결책이다. 동북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대지에 들어선 원통형 볼륨은 멀리서도 쉽게 식별될 수 있는 순수한 형태다. 이러한 형태는 남쪽에 위치한 주거단지와 의도적으로 이질적인 관계를 형성해 상징성을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동서로 이어지는 문화시설과의 연결축을 수용하면서 하천에 막혀 연장되지 못하는 부분에서는 마침표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기둥의 링과 그리드
인제기적의도서관은 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외부와 내부 간에 유기적이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에서부터 큰 그림을 그려나갔다. 열린 장소에서 서서히 열린 공간으로 연결되고 확장해가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열린 광장을 제안하고자 했다.
도서관을 감싸는 갤러리 복도는 시간을 상징하는 열두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링을 형성해, 단순한 공간의 통로를 넘어 갤러리를 지나가는 이용자에게 시간의 흐름을 미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열린 홀에는 비스듬히 기울어진 계단형 서가와 극장이 사각형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는 원형과 사각형이 교차하며 그리드 형태를 만들어냄으로써, 공간의 조화와 조정을 도모한다. 홀 내부는 기둥이 원과 사각형, 그리고 주요 동선축과 교차하며 생성된 그리드에 맞춰 형성되고, 지붕 구조를 위한 그리드 구조와 조명이 조화롭게 결합된다.
도서관의 지붕 계획은 인제군의 슬로건인 ‘하늘 내린 인제’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천창을 통해 자연 빛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를 통해 인공조명 없이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조도를 제공하며, 도서관 내부의 쾌적한 환경을 창출한다. 이는 독서나 학습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용자들에게 자연과 문화의 조화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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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연세대학교)+지안건축(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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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5m
22.27%
25.81%
철근콘크리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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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움구조엔지니어링
수양엔지니어링
한나래종합건설
2017. 7. ~ 2019. 11.
2019. 6. ~ 2023. 6.
92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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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
에이트리 디자인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