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10월호 (통권 683호)

골목길이 있는 마을의 풍경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에 지어진 붉은 벽돌의 2층 양옥집이 즐비한 마을 풍경.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연상시키는 동네의 분위기가 이 대지를 처음 접했을 때 받은 가장 큰 인상이었다. 산드레미 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집과 함께 동네에 오랜 시간 거주한 나이가 지긋한 주민들이 많았다. 이 동네에는 담장이 없어 어르신들이 골목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동네에 근래 기존 양옥집들이 하나둘 허물어지고 지구단위계획구역 법제 규모에 맞춰 4층 다가구주택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담장이 없는 골목길과 마당에서 삼삼오오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주민들의 분위기를 새롭게 지어질 다가구주택에도 그대로 이어가고 싶었다. 마을의 골목길에서 내 집까지 이어지는 집. 집 안에서 바깥의 골목길로 시야가 뻗어나가는 집을 상상했다.



틈새의 빛, 광정
정북일조사선 법규로 인해 계단실과 엘리베이터가 필연적으로 남향에 배치될 수밖에 없어 정작 내 집의 실내에서는 남향의 빛을 받을 수 없는 아이러니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내와 공용 계단실 사이의 틈을 최대한 벌려 빛이 들어오도록 가로로 긴 광정(光庭)을 두었다. 계단실과 세대 간에 간격을 만드는 광정이라는 켜를 둠으로써 프라이버시를 확보함과 동시에 계단실로 막힌 남쪽에 빛을 들일 수 있다. 광정으로 인해 각 세대의 거실로 자연광이 비치고 실내에서 자연스러운 빛의 풍부한 밝기를 느낄 수 있다.


다가구주택에서 느낄 수 있는 앞마당
골목길-건물 안 골목(공용 계단실)-외부 앞마당-실내 현관-거실로 이어지는 흐름을 통해 내 집에 도달한다. 어디까지가 나의 집이고 어디까지가 공용 공간인지 선을 명확하게 긋지 않고 외부 앞마당과 실내 현관 사이의 현관문을 투명하게 하고 계단실부터 현관까지의 바닥 재료를 통일함으로써 외부 앞마당과 건물 안 골목까지도 내 집의 일부로 느껴지게 했다. 외부 마당을 통해 내 집의 현관으로 들어서는 방식이자, 담장이 없는 기존 마을의 생활상이 신축 다가구주택에서도 그대로 펼쳐지게 했다.

외부로 시야가 뻗어나가는 창
창의 크기를 의도적으로 크게 계획해 실내에서 외부로 시야가 뻗어나가도록 했다. 실내에서 동네 골목길까지 확장된 공간을 느끼도록 하여 오래된 동네의 풍경이 집 안까지 이어지는 인상을 준다. 또한 작은 실내 면적이 실제보다 넓게 인지되는 효과를 주며, 동시에 동네 커뮤니티인 외부 골목길과 이어지고 관계 맺는 다가구주택이 되었다.


외부 공간을 갖는, 단독주택과 같은 집
현관 앞 외부 앞마당에는 카페 테이블을 배치하거나 식물을 기를 수도 있다. 이는 입주자의 선택에 맡겨진다. 외부 앞마당에서는 살대문 사이로 다른 사람의 집도 일부 보인다. 실내에서 광정 너머의 공용 복도 루버 담장 사이로 계단의 일부가 보이게 해 지나가는 사람의 정수리가 보이기도 하고 발이 보이기도 하는데, 의도적으로 실내에서 마을의 골목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보는 장면처럼 만들어냈다. 같은 건물에 누가 살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됨으로써 다가구주택 안에서 아는 사람과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는 대대로 내려온 이곳 매탄동 산드레미 마을의 공동체적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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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소 신팀(신진아)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 207-41
다가구주택
196.1㎡
117.63㎡
369.99㎡
지상 4층
5대
14.39m
59.98%
185.61%
철근콘크리트조
연출미장, 뿜칠도장, 알루미늄 창호, 알루미늄 루버
강마루, 도배지, 화강석, 타일
은구조기술사사무소
(주)정찬
(주)인우종합건설
2022. 3. ~ 6.
2022. 8. ~ 2023. 6.
(주)리컴포젯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