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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충돌: 포인트투파이브세컨드 성수하우스

소피 힉스 건축+요앞 건축사사무소

글
소피 힉스, 김도란, 류인근, 정상경
사진
홍기웅
자료제공
요앞 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5년 9월호 (통권 694호)

 

 

 

 

 

 

감각의 충돌

글 소피 힉스 소피 힉스 건축 대표

 

성수동에 새롭게 지어진 향수 브랜드 포인트투파이브세컨드(025S)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향수의 독특한 본질을 건축적 언어로 풀어낸 공간이다. ‘아름다움과 불쾌함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라는 향수의 매혹적 속성에서 영감을 받아, 극적인 대비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구현했다. 세밀하게 조율된 향수가 기묘하고 날카로운 향과 부드럽고 감미로운 향 사이에서 정체성을 드러내듯, 이 공간 역시 상반된 재료와 감각의 충돌을 통해 고유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저층부와 주차장 벽면은 콘크리트에 아스팔트와 폐타이어 조각을 혼합해 거칠고 산업적 질감을 전달한다. 주차된 차량, 노출된 에어컨 실외기, 금속 메시 가림막, 불쾌(foul)한 표면 등 도심의 날것 그대로인 요소들이 위에 떠 있는 향과 꿈의 공간을 지탱하며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문턱을 넘어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 방문자는 현실의 소음과 혼란에서 벗어나 독립된 감각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건물을 감싼 반투명 외피는 안팎의 시선을 흐리게 하며, 누구에게나 내재된 기억과 감정, 꿈의 세계를 암시한다. 공간을 채우는 감각의 조각들(atmospheric notes)은 우리의 시선을 바꾸고 감각을 자극하여 익숙한 장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나선형으로 흐르는 계단과 벽, 테이블, 진열대는 모두 타원형의 곡면을 따라 배치되어 있다. 위층으로 오를수록 공간은 점점 몽환적이고 가벼운 분위기로 전환된다. 각 층은 단일 광원을 중심으로 설계됐으며, 스테인리스 스틸 헤어라인 가구와 반사판, 그리고 레진 그라우팅 바닥에 반사되는 은은한 빛은 공간감을 섬세히 더한다. 흡음 기능이 있는 코튼 스프레이 마감은 소리를 부드럽게 조절하며, 감각적이고 비현실적인 체험을 완성한다. 최상층에 이르면 반투명 커튼월과 ETFE 천창으로부터 쏟아지는 자연광이 공간을 채우며, 건축적 경험의 절정을 이룬다. 티룸을 가득 채우는 부드러운 곡선의 대형 소나무 카운터와 그 위로 쏟아질 듯 설치된 작가 최고은의 작품은 예술적・공간적 경험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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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을 구체로
글 김도란, 류인근, 정상경 요앞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이 프로젝트는 향수의 본질을 건축적으로 구현하려는 개념이 건물의 형상과 재료 선택은 물론 조명, 가구에 이르기까지 집요하게 탐구되고 반영된 결과물이다. 소피 힉스를 비롯해 우리, 클라이언트, 시공사, 조명 디자이너, 가구 제작자, 설치미술 작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참여자들이 기본 개념을 공유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지속적인 고민과 시행착오, 발견과 실현의 과정을 거쳤다. 공유된 콘셉트는 설계 도면이 현실과 충돌하는 순간마다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분명한 기준이자 이유가 되었다.

파울월
소피 힉스가 프로젝트 초기부터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향을 상징하는 상부의 하얗고 무결한 공간과 동물성 원료의 진하고 묵직한, 때로는 불쾌한 향을 상징하는 지상의 거칠고 어둡고 투박한 공간 사이의 극적인 대비였다. 이를 물성으로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지상부 외벽을 파울월(Foul Wall)이라 명명하고 다양한 실험을 이어갔다. 콘크리트에 폐자재, 현무암, 잡석, 고무칩 등 여러 가지 골재를 사용하고, 타설, 투척, 프리캐스트 등 다양한 시공 방식을 논의하며 수차례 샘플링을 진행했다. 실험 과정에서는 콘크리트의 점도에 따라 골재가 표면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거나 고무칩이 부착되지 않고 떨어지는 등의 문제, 혹은 의도와 달리 벽면이 지나치게 매끄럽고 세련되게 표현되는 등 예기치 못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콘크리트에 산화철 염료를 첨가해 검정에 가까운 마감을 구현하고, 고무칩, 타이어, 아스팔트 등이 표면에 드러나도록 콘크리트 사이사이로 겹겹이 쌓아 올렸다. 파울월이 보행자들의 시선이 닿는 건물의 저층부에서 만들어내는 인상은 강렬하다. 처음 접하는 낯선 입면은 사람을 끌어당기며 궁금증을 유발한다.

나선형 계단
‘꿈과 현실의 경계 속에서 시작된 나만의 여정’이라는 브랜드 스토리는 나선형 계단을 오르며 시작된다.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이 계단은 구조 해석도 까다로웠지만, 실제 시공 과정은 그보다 더 복잡하고 섬세한 조율을 요구했다. 프리핸드 드로잉에 가까운 계단과 난간 벽의 곡선을 마감재도 없이 타설하여 완성하기 위해서 금속 거푸집을 세 번 이상 다시 제작하고 현장에서 치밀하게 조율해나갔다. 그렇게 완성된 나선형 계단은 타원형 건물의 전 층을 부드럽게 관통하며, 공간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여정의 서사를 시각화하는 장치가 된다. 계단을 따라 오르는 동선 속에서는 각기 다른 시점에서 공간을 마주하게 되며, 이로 인해 건물 내부 곳곳에서 인상적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우유빛 커튼월
건물을 오르며 꿈속 같은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고심했던 요소는 바로 유리의 사양이었다. 도시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비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부드럽고 뿌연 우윳빛을 갖는 유리를 찾기 위해 국내 유리 공장을 모두 다니며 샘플을 받아보았다. 국내에서 제작 가능한 사틴유리는 다양한 투명도를 제공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유리 너머의 형체가 희미하게만 감지될 뿐, 그 윤곽이 사라지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유리 너머 현실의 공간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뿌옇게 남아 인지되는 상태였다. 그 정확한 표현을 완성하는 유리를 찾기 위해 중국 공장을 수소문하여 자재를 수급했다. 스토리를 완성하기 위한 모든 과정에는, 섬세하고 명확한 목표를 향한 끈질긴 탐색과 실행이 수반되었다.

스테인리스 스틸 반사판
3층 향수 디스플레이 공간에는 곡선 벽면에 정확히 들어맞도록 설계된 대형 스테인리스 스틸 전시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위로 공간을 감싸듯 떠 있는 압도적 크기의 스테인리스 스틸 반사판이 설치되어 있다. 각 층마다 하나씩 배치된 단일 광원 투광기가 이 반사판을 비추면, 날카롭고도 부드러운 수평의 빛줄기가 반사판에 새겨지고, 이 빛은 다시 아래의 전시 테이블로 반사되어 향수병들을 은은하게 비춘다. 이 반사판은 스테인리스 스틸 판 여덟 장을 이음새 없이 연결해 기울어진 상태로 떠있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각파이프 프레임을 제작하고, 정확한 곡률을 구현하기 위해 공장에서 철판 바탕면을 선제작한 뒤, 현장에서 얇은 스테인리스 스틸 마감 판을 정밀하게 부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수차례 협의와 시뮬레이션을 거쳐 실행 가능성을 확인하고 시도한 방식이었지만, 설치 과정에서 스테인리스 스틸 판이 눌리거나 찍히는 문제가 반복되었고, 그로 인해 판재를 여러 차례 교체하며 마침내 완성에 이르렀다.

티룸 테이블
여정의 마지막이자 공간의 하이라이트인 최상층에는 티룸이 자리한다. 티룸에는 일렬로 앉게 배치된 얇고 긴 곡면 티테이블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힉스는 테이블 상판의 재료로 전통적 분위기가 분명하게 느껴지는 소나무 수종을 원했다. 섬세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구성된 공간 안에서 강한 물성적 존재감을 부여하고자 한 의도였다. 상판의 목재 결 방향과 접합 방식까지 신중히 논의하며 제작을 진행했지만, 설치 직전 목재 보관 과정에서 발생한 얼룩과 옹이의 위치가 만족스럽지 않아 전체 상판을 다시 제작하는 일이 있었다. 결국, 목재상에서 판재를 하나하나 신중히 골라 추가 비용을 들여 구입하고, 전체 상판을 새로 제작하여 설치했다. 건축뿐 아니라 가구 디테일까지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집요한 태도를 보여주는 단적인 일화이다.​


 
 



월간 「SPACE(공간)」 694호(2025년 09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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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소피 힉스 건축(소피 힉스)+ 요앞 건축사사무소(김도란, 류인근, 정상경)

설계담당

톰 호프스(소피 힉스 건축), 이창주(요앞 건축사사무소)

위치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14길 20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42㎡

건축면적

74.38㎡

연면적

241.66㎡

규모

지상 4층

주차

2대

높이

15.2m

건폐율

52.38%

용적률

170.18%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1층 파울월 - 콘크리트, 산화철염료, 고무칩, 아스콘, 폐타이어 / 2~4층 벽면 - 파

내부마감

코튼 스프레이(펄프텍스), 오이코스 페인트(마모리노), 스테인리스 스틸, 미크리트

구조설계

한길구조

기계,전기설계

지엠엔지니어링

시공

석원건설

설계기간

2023. 2. ~ 2024. 6.

시공기간

2024. 6. ~ 2025. 6.

건축주

포인트투파이브세컨드


소피 힉스
소피 힉스는 1994년 공인건축가가 되기 전까지 패션업계에서 활동했다. 「보그」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일했으며,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와도 협업한 경력이 있다. 현재는 패션 리테일과 고급 주거 건축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사무소를 이끌고 있다. 개념적 사고와 실무 감각을 고루 갖추고 있으며, 동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탁월한 통찰력과 뛰어난 디자인 감각을 지녔다.
김도란
김도란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3년에 (주)요앞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류인근
류인근은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2005년부터 9년간 실무 경험을 쌓고, 2013년부터 (주)요앞 건축사사무소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건축상, 건축가협회장상, 농어촌건축대전본상, 제주건축문화대상 등을 수상했고, 경리계단길, 바다별, 선흘아이, 요앞 하얀집, 소요재, 청풍래고인(淸風來故人), 1×4 HOUSE, 안양관양 신혼부부형 행복주택, 화성진안 청년형 행복주택 등 작품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상경
정상경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예술대학교에서 인테리어 공간디자인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영인 아키텍츠 런던, 엠케이피엘 아키텍츠 싱가포르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 건축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시와 인천시에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