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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리듬 속에 스며드는: F&L 사옥

아스크 건축사사무소

글
김상우
사진
최용준(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아스크 건축사사무소
진행
김정은 편집장
background

「SPACE(공간)」 2025년 10월호 (통권 695호) 

 

 

 

 

2022년, 서울 중구 동호로 인근에 위치한 패션 플로우(F&L) 본사 설계를 의뢰받았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단순한 사무실이 아니라, 변화하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도시의 흐름 속에 공존하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축이 필요했다. 클라이언트는 폐쇄적이고 고립된 사옥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의 리듬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공간을 원했다. 나아가 이 건물이 일터이자 동시에 문화적 만남의 장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했다.

 

 

 

 

 

대지와 맥락

프로젝트는 약수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다. 북측의 동호로는 끊임없는 차량과 인파가 흐르고, 남측에는 언덕을 따라 늘어선 대형 주거 단지가 자리한다. 대지는 이러한 도시적 흐름과 생활권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으며, 동시에 오랜 시간 작은 건물들이 겹겹이 쌓인 흔적을 지니고 있다. 4~8m에 달하는 옹벽은 주변과의 단차를 형성해, 건축 초기 단계에서 안정성을 고려한 섬세한 접근을 요구했다.

 

 ©Joel Moritz 

 

 

필로티의 한계와 포디움

서울의 건물 다수는 1층을 차량을 위한 필로티로 비워둔다. 이로 인해 거리는 단절되고 사람들은 머무르기 어렵다. 도시는 가장 활발해야 할 층에서 침묵하게 되고, 건축은 거리와의 관계를 상실한다. F&L 사옥은 이러한 전형을 거부하고, 대지의 경사를 끌어안는 연속적 포디움을 제안했다. 포디움은 단순한 주차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레벨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다층적 장치다. 경사를 따라 조각된 계단은 광장으로 이어지고, 카페를 거쳐 최종적으로 안뜰에 도달한다. 이 연속적인 시퀀스는 단순한 이동을 경험으로 바꾸며, 멈추고 만나고 지나가는 행위가 건축 안팎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도시와 건축의 경계는 점진적으로 흐려지고, 열린 무대로서 포디움은 건축의 시작점이자 동시에 거리의 공유된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단순히 기능적 연결체를 넘어, 도시 생활을 확장하는 무대이자 브랜드의 성격을 반영하는 상징적 제스처가 된다.

 

 

 

 

타워 두 개

건물의 매스는 가느다란 타워로 분리되어 중앙의 열린 공간을 자유롭게 한다. 타워 원은 수직 동선, 샤프트, 구내식당을 담아 건물의 인프라를 집중하고, 타워 투는 회의실과 임원실 같은 독립적 프로그램을 수용한다. 두 타워가 기능을 흡수함으로써 중앙은 기둥 없는 오픈플랜으로 남는다. 이는 자연광과 바람이 스며드는 유연한 공간으로, 다양한 업무와 활동을 수용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두 타워가 하중을 담당하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대형 슬래브가 열린 공간의 해방감을 보장한다.

 

오픈플랜

전형적인 오피스 타워는 동일한 평면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며, 코어와 샤프트가 바닥판을 잠식한다. 겉으로는 유연성을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구조와 설비가 공간을 점유해 제약을 만든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열린 공간이 존재하기 어렵다. F&L 사옥은 고정적 프로그램을 두 개의 타워에 집중시켜 중앙 공간을 구조와 설비의 속박에서 자유롭게 했다. 이곳은 협업, 전시,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업무 방식을 수용하는 실제적 오픈플랜이다. 단순히 실용성을 넘어, 미래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는다.

 

 

 

 

캣워크

건물은 맥락에 반응하며 형태적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도시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다. 서측은 옹벽과 주거지를 피해 물러나 안뜰을 품고, 동측은 도로 쪽으로 전진해 작은 광장을 만든다. 이러한 물러남과 전진의 리듬은 건물을 조각적 실루엣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장소의 긴장감을 해소한다. 이 제스처는 마치 런웨이를 걷는 모델처럼 순간마다 다른 표정과 장면을 연출한다. F&L 사옥은 고정된 오브젝트가 아니다. 보는 위치와 시점에 따라 측면의 사선 매스만 하늘로 치솟은 듯 보이기도 하고, 맞은편에서는 견고한 매스로 읽히며, 경사를 따라 올라설 때는 전면에 작은 광장을 품은 모습이 점차 드러난다. 단일한 이미지를 고집하지 않고, 매 순간 도시와 호흡하며 다른 해석을 유도한다. 이는 브랜드와 도시, 사용자와 환경을 아우르는 열린 프레임으로, 건축이 시간 속에서 살아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월간 「SPACE(공간)」 695호(2025년 10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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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주)아스크 건축사사무소(김상우)

설계담당

이민기, 전현중, 이지선

위치

서울시 중구 동호로 5길 18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463m²

건축면적

224.84m²

연면적

1,707.45m²

규모

지상 6층, 지하 2층

주차

11대

높이

29.9m

건폐율

48.56%

용적률

234.59%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석재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구조설계

한 스타일

기계,전기설계

(주)선이엔지, (주)건일파트너스그룹

시공

(주)다산건설 엔지니어링(이승헌)

설계기간

2022. 1. ~ 2023. 3.

시공기간

2023. 4. ~ 2025. 5.

공사비

54억 원

건축주

F&L Inc.

조경

마초의 사춘기

파사드 컨설팅

비아(김환)

감리

대호건설 엔지니어링(지영호)


김상우
김상우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2022년 설립된 아스크 건축사사무소의 대표다. 뉴질랜드에서 성장하며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네덜란드 등록 건축사로 OMA 로테르담·도하·뉴욕 사무소에서 7년 이상 근무했다. 아스크 건축사사무소는 최근 첫 번째 준공작인 F&L 사옥을 서울에서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