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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속에 남겨진 기억: 갱고반지하

이소우건축사사무소

글
김현수, 안영주
사진
박영채
자료제공
이소우건축사사무소
진행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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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5년 12월호 (통권 697호) 

 

 

 

 

“우리의 무의식은 꿈속에서 끊임없이 세상을 창조하면서 동시에 인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이를 이용해 그 꿈의 세계를 설계하면, 우린 표적을 그 꿈속에 데려가고 표적의 무의식이 꿈속을 채우게 된다. 어떻게 현실처럼 믿도록 디테일을 살리는가? 꿈속에서도 모든 게 현실 같고, 깨어나서야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꿈의 시작이 아니라 항상 꿈의 중간부터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왔지?”

— ‘인셉션’(2010)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장소를 기억하게 될까? 언젠가 우리의 건축이 사라진 뒤 그 장소를 방문했을 때 사람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그곳을 떠올리게 될까? 우리는 어떤 장소에 도달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풍경들을 지나쳐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 풍경들을 지나오는 동안 그것들을 각각의 장면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바다를 지나는구나, 산을 지나는구나, 나무가 많구나 하고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넘어갈 뿐이다.

 

목적지에 도달한 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지나온 풍경들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마주하고는 한다. 반면, 갱고반지하를 경험하는 이는 지나온 풍경들의 결말이 아니라, 무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이 공간에 도달하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이곳에서 하나의 장면으로서 외부 풍경을 마주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인지하는 경험의 일부로 이 공간을 기억하는 것이다.

인간의 지각보다 앞선 무의식적인 감각. 이를 통해 느끼는 장소는 어떻게 기억될지에 대한 고민. 이것이 이 계획안의 시작이다.

 

 

 

 

 

 

 

도심에서 벗어나 바다를 옆에 끼고 달려온 길, 그 길의 막다른 끝에 갱고반지하는 위치한다. 건물의 형태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은 채 거대한 벽과 이질적 원형계단이 암시하는 건물의 존재감은 바다를 향한 시선 그대로 방문자의 발길을 멈춰 세운다. 예기치 못한 비일상적인 풍경은 건물에 들어서기 전부터 우리의 감각을 예민하게 일깨운다. 이는 공간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이 과정이며 다른 공간으로의 경계를 넘어가는 찰나를 만든다.

멀리 보이는 낯익은 바다에서 시선을 돌려 내려다보면, 선큰 정원 아래로 카페의 오픈주방과 카페를 거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아래 경사진 둔덕과 바다가 건물을 관통해 한눈에 보인다. 일반적인 건물과 달리 땅을 향해 하강하는 생경한 감각은 낯선 장소를 온전히 느끼게 한다. 건물에 들어서기 이전부터 공간의 경험이 시작된다.

 

보통 상업적 목적으로 공간을 찾은 방문자는 머무르는 동안 모든 것을 잊고 풍경을 즐기는 데 집중하곤 한다. 찰나와 같은 체험의 시간 동안 마주한 풍경은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우리는 갱고반지하에서의 경험이 하나의 장면으로만 기억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따라서 공간 내부의 주된 장면과 외부를 오가는 끊임없는 시선의 움직임을 유도했다. 또한 방문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움직임을 촉진할 수 있도록, 공간을 넘나드는 체험 그 자체를 의도적으로 계획했다.

방문객은 갱고반지하에 들어설 때부터 예상치 못한 경계의 공간을 마주하고, 여러 공간을 넘나들며 감각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풍경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내부에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경사로부터 메인 레벨까지의 동선이 물 흐르듯 하나의 시퀀스로 이어진다. 장면을 단편적으로 나누지 않고, 움직임에 따라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방문자는 의식적으로 방향을 선택하지 않고 걸음을 옮기며, 몸은 공간의 흐름과 자연스레 하나가 된다. 높은 창을 통해 부드럽게 스며드는 빛, 경사로 바닥의 단단함, 중정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단편, 벽면에 부딪혀 울리는 음악 소리는 뚜렷한 인상으로 각인되기보다는 스쳐 지나가며 감각을 극대화한다. 메인 레벨에서 아래로 향하는 우측 계단은 방문자를 건물의 외부 공간으로 이끌어 반원형의 동굴과 같은 공간에서 또 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하고, 갱고반지하에 도달해 처음 마주하는 원형 계단은 건물의 가장 높은 곳으로 인도하며 벽 그 너머를 느끼게 한다.

 

갱고반지하는 땅을 중심으로, 공간을 경험하는 주체의 시선과 움직임을 고려해 설계함으로써 경계의 감각을 일깨우고자 한 결과다. 땅에 대응하여 구축한 공간이 시간과 움직임으로 채워지는 각자의 감각적 체험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기를, 갱고반지하를 고유한 장소로서 기억하게 되기를 바란다.​ 

 

 

 

 

 

 

 

월간 「SPACE(공간)」 697호(2025년 1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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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이소우건축사사무소(김현수, 안영주)

설계담당

김혜진, 이주은, 이다경, 박승진, 최정빈

위치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삼귀로 530

용도

근린생활시설(카페)

대지면적

330m²

건축면적

182.1m²

연면적

224.97m²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주차

2대

높이

11m

건폐율

55.18%

용적률

57.04%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유로폼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유로폼 노출콘크리트, 안티코스타코, 바이브레이션 스테인리스스틸

구조설계

한신구조엔지니어링

기계설계

대명기계엔지니어링

전기설계

누리전기엔지니어링

시공

도해건설산업(권병국)

설계기간

2020. 11. ~ 2021. 9.

시공기간

2022. 10. ~ 2024. 2.

건축주

이종환, 조영희

금속공사

파츠

조경

HEA, 식물감각

가구

스튜디오 기민석


김현수, 안영주
김현수와 안영주는 이소우건축사사무소의 공동대표다. ‘이소우’는 ‘Eu sou arquiteto(나는 건축가다)’라는 포루투갈 말에서 왔다. 매우, 훌륭한 등의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은, 건축가로서 건축을 할 수 있는 동안 건축가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의미다. 2020년 이타라운지, 2025년 갱고반지하로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