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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을 품고 낮게 펼쳐진: 연천초등학교

이집건축사사무소

글
이현우
사진
진효숙
자료제공
이집건축사사무소
진행
이소운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6년 2월호 (통권 699호) 

 

 

 

 

연천

연천군은 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다. 수도권에서 오가기 쉽지 않은, 멀고 깊숙한 곳이다. 그러나 그 거리만큼 생태 환경은 잘 보존되어 있고, 경관은 아름답고 독특하다. 연천읍에 위치한 연천초등학교는 11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일반 공립학교로 과거 표준설계도에 따라 지어지던 전형적인 학교 건축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좁고 긴 복도를 따라 교실이 일렬로 배열된 일방향적 공간 구조였지만, 사방으로 트인 운동장이 주는 개방감은 인상적이었다. 학생 수는 210명 남짓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었고, 건물의 노후화에 따라 다목적강당과 관사, 차고를 제외한 기존 교사동을 철거ㆍ개축하는 ‘연천초 공간혁신 개축공사’ 사업이 결정되었다. 

 

지향점

공모의 사전 기획은 학교 공간의 지향점으로 가변적이고 열린 공간, 옥상마당, 낮은 층수의 학교, 그리고 ‘유네스코 학교’라는 별칭을 제시했다. 이는 우리의 이전 작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방향이었다. 동시에 이전 프로젝트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해서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공항고등학교(2019)에서는 아트리움이 보다 상시적인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기를 바랐고, ‘집 같은 학교’라는 별칭을 붙인 신길중학교(2021)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모이는 개방적인 중심 공간을 구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연천초등학교에서 실내 광장에 집중하게 된 배경이다.

 

 

 

 

 

유네스코 학교

학교 설계를 시작할 때 우리는 ‘학생들이 훗날 학창 시절을 떠올릴 때 배경으로 소환될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묻는다. 연천초등학교는 유네스코 학교다. 유네스코 학교는 1953년 유네스코가 설립한 국제 학교 네트워크로, 평화ㆍ자유ㆍ정의ㆍ인권 등의 이념을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해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서는 현재 약 500여 개 학교가 유네스코 학교로 운영되고 있으며, 문화교류, 지역문제와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 인권교육과 캠페인 등 포괄적인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적 지향이 공간적으로 직접 연결된 사례는 많지 않다. 우리는 유네스코 학교 이념과 연천의 자연적 맥락을 학교 공간에 담아내려 했고, 그 결과로 ‘목구조의 실내 광장’을 제안했다.

 

 

 

 

 

 

 

실내 광장

유네스코 학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으로서의 소통 역량과 공감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고대 그리스의 공공 광장인 아고라처럼, 모두가 마주 보고 머무르며 교류할 수 있는 넓은 실내 광장을 학교의 중심에 배치했다.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는 곳은 좁은 계단실과 긴 복도가 아니라, 천창을 통해 자연광이 풍부하게 스며드는 높고 열린 실내 광장이다. 이 공간은 동선을 규정하거나 일방향을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밝고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만들어낸다.

실내 광장 한쪽 끝에는 전교생이 앉을 수 있는 광폭의 계단이 있고, 도서실 앞에는 목재로 만든 집 형태의 파빌리온이 놓였다. 이는 아이들 간의 교류와 놀이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이곳에서는 학교 내부 행사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열린다. 준공 후 학교를 방문했을 때, 점심시간을 이용한 작은 축제가 실내 광장에서 열리고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사회를 보고, 몇몇은 케이팝에 맞춰 춤을 추며, 다른 아이들은 계단에 앉아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이를 2층 난간에 기대어 지켜보는 교사들의 모습은, 이 공간이 의도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목구조

실내 광장의 기둥과 지붕보에는 글루램을 이용한 목구조를 적용했다. 수직 기둥과 상부에서 뻗어나가 지붕을 받치는 경사 기둥은 숲속의 나무를 연상시킨다. 남향으로 기울어진 지붕의 하부 3분의 2에는 지붕일체형 태양광(BIPV)을, 상부 3분의 1에는 천창을 적용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충족하면서 일사량을 조절했다. 천창을 통해 유입된 자연광 일부는 커튼월을 통해 빠져나가고, 일부는 반사되어 다시 실내로 스며든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빛의 궤적과 벽면에 일렁이는 반사광은 아이들에게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다만 학교 건축에서 드문 목구조의 적용은 공사 과정에서 여러 과제를 남겼고, 시공 품질을 둘러싼 고민 또한 여전히 남아 있다.

 

 

 

 

 

 

 

개방성

실내 광장은 일반교실, 돌봄교실, 도서실, 식당, 특별교실, 행정지원 시설 등 학교의 주요 공간들로 둘러싸여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남측에 배치된 일반 교실군은 추후 증축된 두 개 교실을 제외하고 모두 1층에 놓였다. 교실 수가 많지 않고 교지가 넓은 연천초등학교의 조건 덕분에 가능한 배치였다. 교실이 마당과 직접 연결되면서, 아이들은 짧은 쉬는 시간에도 외부로 쉽게 나가 활동할 수 있고 이는 정서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교실군은 저학년, 고학년, 병설유치원으로 구분되며, 각 군의 중심에는 공용홀이 있고, 군과 군 사이에 학습거리가 배치되어 있다. 학습 공간은 실내 광장과 맞닿아 있지만 행사 시에는 폴딩도어를 통해 소음이나 동선을 조절할 수 있다. 둥글게 펼쳐진 배치 속에서 외부 마당은 학년과 이용 방식에 따라 느슨하게 구획되며, 내부 실들은 가변개방형 교실이나 학습거리 등 공용부와 연계될 수 있도록 했다. 2층에는 특별교실과 행정지원 시설이 위치하며, 1층 마당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마련되어 있다.

 

건축 이후

연천초등학교는 경기도 내에서도 디지털 환경이 잘 구축된 학교 중 하나다. AI 기반 수업, VR 체험, 학급별 전자칠판, 개인 태블릿과 디지털 기반 교육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으며, 실내 광장 발코니 벽면의 대형 디지털 모니터는 각종 행사와 교육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는 건축가의 역할이라기보다, 학교를 중심으로 교육청과 지자체, 지역사회가 협력한 결과다. 좋은 공간이 좋은 학교를 보장하지 않으며, 심지어 좋은 공간도 건축가의 노력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좋은 학교 공간은 건축가나 학교 구성원의 노력뿐 아니라, 때로는 직접적으로 관련 없어 보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태도까지 얽혀 만들어진다. 모든 공공 건축물이 그렇듯, 학교 건축 역시 사회 공동체의 집합적인 결과물이다. 설계 의도를 현실 속에서 성실히 구현해나가고 있는 교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월간 「SPACE(공간)」 699호(2026년 0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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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이집건축사사무소(이현우)

설계담당

김태규, 손수만

위치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연천로 228

용도

교육연구시설(초등학교)

대지면적

17,959m²

건축면적

4,831.97m²

연면적

6,532.91m²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주차

39대

높이

14.54m

건폐율

26.9%

용적률

35.5%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목구조

외부마감

점토벽돌

내부마감

중보행비닐계시트, 준불연목모보드

구조설계

(주)이건구조기술사사무소, 환·구조기술사사무소(목구조)

기계,전기설계

(주)수양엔지니어링

시공

(주)도혜종합건설

설계기간

2022. 3. ~ 2023. 3.

시공기간

2023. 5. ~ 2025. 2.

공사비

225억 원

건축주

연천교육지원청

토목

(주)나우지오컨설턴트

조경

(주)신림조경


이현우
이현우는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공간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2013년부터 이집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를 통하여 관습적인 공간유형의 해체 및 재구성, 새로운 공간 구조 유형의 제안과 구현에 관심이 있으며, 보편적인 동시에 내밀한 감성의 도출을 통한 공간적, 물리적 구축을 추구한다. 공항고등학교(2019), 신길중학교(2021), 광탄도서관(2022) 등을 설계했고, 한국건축문화대상, 한국건축가협회상, 서울시 건축상, 녹색건축대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