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잉여의 지형과 그 틈 사이의 공공성: 춘천 반다비 국민체육센터

강예린 +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글
강예린, 이치훈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자료제공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진행
김보경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6년 6월호 (통권 703호) 

 

 

 

 

춘천은 울산, 창원처럼 대규모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조성된 계획도시도 아니고, 분당, 일산 같은 수도권의 거주 중심 신도시도 아니다. 이 도시는 행정·군사·관광·교육 기능이 오랜 시간 중첩되며 성장해왔고, 그 결과 비교적 낮은 밀도와 풍경 중심의 도시 구조를 유지하게 되었다. 춘천에서는 산과 물의 풍경이 도시의 배경이 아니라, 오히려 도시의 형태와 이동 방식, 생활권의 구조 자체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도시의 스카이라인 역시 높은 밀도로 압축되기보다 산세와 수면의 흐름을 따라 느슨하게 펼쳐져 있으며, 각각의 생활권은 물과 지형의 조건에 따라 분산된 채 독자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러한 특성은 춘천을 하나의 강한 중심으로 응집된 도시라기보다, 서로 다른 풍경과 프로그램이 공존하는 다핵적 도시로 인식하게 만든다.

 

 

 

 

 

 

춘천은 원래 강과 분지 주변에 형성된 자연발생적 읍성이었다. 그러나 1939년 경춘선 개통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철도는 기존 읍성의 구조를 해체하고 역 중심의 새로운 도시 축을 형성했으며, 역전 상업지와 행정시설, 숙박·유통 기능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춘천 구도심의 가로망 상당수는 이 시기의 확장 과정과 연결된다. 이후 1960~1970년대의 의암댐과 소양강댐 건설은 도시를 다시 한번 변형시켰다. 강은 거대한 호수 체계로 바뀌었고, 춘천은 수변 관광과 레저 중심의 도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수몰과 단절이 발생하면서 교량과 순환도로 중심의 도시 구조가 강화되었고, 여러 생활권은 물과 산 사이에 느슨하게 분산되기 시작했다. 도시를 연결하는 다리와 도로는 단순한 기반시설을 넘어 도시 경험의 중요한 장면이 되었고, 사람들은 풍경 사이를 횡단하며 도시를 인식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춘천은 마치 시차를 두고 여러 작가가 덧붙여 쓴 공동의 각본처럼, 도시의 구성 요소들이 완결된 논리로 연결되기보다 느슨한 병치 상태로 존재한다. 오래된 읍성과 근대 기반시설, 군사시설과 관광 인프라, 그리고 공원과 아파트 단지 등의 생활권이 동시에 겹쳐진 상태로 남아 있다. 수많은 현대 도시가 그러하듯, 춘천 역시 서로 다른 시대의 기반시설과 프로그램, 잉여 공간들이 중첩되며 형성된 도시인 셈이다. 이러한 조건은 도시 곳곳에 설명되지 않는 틈과 경계, 그리고 애매한 여백들을 만들어낸다.

 

 

 

 

 

반다비 국민체육센터의 부지는 이러한 춘천의 도시 성장 과정을 상징하듯, 공공시설 사이에 남겨진 잉여의 공간으로 존재한다. 강원특별자치도재활병원, 춘천북부노인복지관, 소양초등학교와 공원 사이에 끼어 있는 이 대지는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쐐기돌 형상을 띠고 있으며, 남측의 짧은 변만이 전면도로와 접하고 있다. 체육관과 수영장이라는 두 개의 대공간 프로그램을 동시에 수용하기에는 다소 비효율적이고 어중간한 조건처럼 보이지만, 계획안은 오히려 이러한 비정형의 조건을 건축 배치의 중요한 단서로 받아들였다. 일반적인 체육시설처럼 독립된 단일 매스를 세우기보다, 길게 늘어진 대지의 흐름과 주변 공원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으로 건축을 조직하고자 했다.

계획안은 체육관과 수영장을 남북 방향으로 병렬 배치하고, 그 사이에 공용 공간을 삽입함으로써 길게 이어진 공원의 흐름이 대지 내부까지 스며들도록 했다. 특히 서측에 형성된 보행 영역은 단순한 외부 통로가 아니라 공원의 연장처럼 작동하는 열린 공간이다. 이용자들은 건물 사이를 천천히 통과하며 주요 공용부와 테라스, 녹지와 처마 아래를 이동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은 체육시설 내부의 동선을 하나의 산책로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또한 남측 도로를 향해 공공시설로서의 전면성을 확보하면서도 차량과 보행의 진입 체계를 분리하고, 서측 공원의 녹지 흐름이 북측의 잔여 부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외부 공간을 계획했다. 이로써 기존 공원의 개방감과 도시의 보행 흐름은 대지 내부로 확장되며, 건축은 주변 풍경과 프로그램을 매개하는 느슨한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건축의 경계는 명확히 닫히기보다 테라스와 중정, 외부 데크를 통해 공원과 실내 사이를 점진적으로 연결한다.

 

 

 

 

 

 

프로그램 구성 역시 이러한 관계의 확장을 반영한다. 가장 큰 볼륨을 차지하는 수영장과 체육관은 각각 1층과 2층에 배치되며, 운동처방실과 헬스장, 스튜디오룸, 문화센터와 돌봄시설 같은 연관 프로그램들이 그 상하부에 입체적으로 결합된다. 서로 다른 프로그램들은 독립된 실들의 집합이라기보다 단면 안에서 느슨하게 연결된 두 개의 수직적 클러스터를 형성하며, 이용자들은 테라스와 중정, 계단과 라운지를 따라 다양한 시선과 움직임 속에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대공간 주변으로 형성된 처마와 외부 데크, 다층의 테라스는 공원의 녹음과 내부 프로그램을 서로 침투시키며 운동과 휴식, 관람과 체류가 동시에 일어나는 환경을 만든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외부 공간의 사용 방식 또한 달라지며, 건축은 단일 기능의 체육시설이라기보다 작은 도시적 풍경처럼 작동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구성은 단지 기능적 효율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반다비 국민체육센터가 지향하는 공공성과도 연결된다. 이 프로젝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된 방식으로 수용하지 않고 서로 다른 몸과 감각, 이동의 속도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따라서 건축은 특정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용하기보다 도시와 공원, 실내와 외부, 운동과 휴식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용자들은 하나의 정해진 동선이 아닌 중정과 테라스, 공용 공간을 경유하며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건물을 경험하게 된다. 서로 다른 움직임과 시선, 체류 방식은 하나의 풍경 안에서 공존하며, 건축은 이를 조율하는 배경이 된다.

결국 반다비 국민체육센터는 하나의 완결된 오브제가 아니라 춘천이라는 도시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단절과 잉여, 풍경과 기반시설 사이의 관계를 다시 엮어내는 느슨한 프레임으로 존재하게 된다. 그것은 주변의 공공시설과 녹지, 서로 다른 몸과 움직임, 도시와 자연 사이를 연결하며 새로운 도시적 장면을 만들어내는 건축적 장치이자 잉여의 지형과 그 틈 사이에서 공공성의 장소적 감각을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월간 「SPACE(공간)」 703호(2026년 06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계

강예린(서울대학교)+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이치훈, 박영서)

설계담당

장우석, 김정민, 박연

위치

강원도 춘천시 우두하리길 15

용도

체육시설

대지면적

8,175m²

건축면적

3,482.66m²

연면적

7,118.01m²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주차

71대

높이

16.35m

건폐율

42.6%

용적률

60.86%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철근콘크리트조, 철골트러스

외부마감

UHPC 패널, 외단열 렌더

내부마감

세라믹 타일, 도장

구조설계

베이스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설계

주성 MEC

전기설계

청송설계이앤씨

시공

(주)한울기업

설계기간

2020. 5. ~ 2021. 11.

시공기간

2022. 3. ~ 2023. 12.

공사비

222억 원

건축주

춘천시

조경

랩디에이치 조경설계사무소


강예린
강예린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을 수학했다. OMA 로테르담과 협동원을 거쳐 이치훈, 정영준과 함께 2010년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를 설립했으며, 2019년부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안양공공 예술프로젝트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생산도시〉를 기획했으며, 2023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초청작가로 참여했다.
이치훈
이치훈은 연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강예린, 정영준과 함께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를 설립했으며 건축의 사회적인 조건에 관한 분석을 통한 다양한 스케일의 구축 환경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카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2015), 젊은건축가상(2015), 김수근 프리뷰상(2016), 「아키텍처럴 리뷰」가 주관하는 신진건축가상 파이널리스트(2016)에 선정됐으며 코리아디자인어워드(2021),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2023)을 수상했다.